기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최대 3만~5만 명의 북한군이 러시아 영토에 배치하기로 결정이 내려졌다’고 주장했습니다. 만일 북한군 규모가 확대된다면 쿠르스크에 약 1만4천 명이 처음 배치됐을 당시와 비교해 러시아가 북한군을 어떻게 활용할 것으로 보십니까? 더 큰 규모의 북한군 부대가 보다 독립적이거나 복잡한 임무를 수행할 가능성도 있을까요?
고렌버그 연구원) 이번에는 북한군이 지난번과 달리 실제 우크라이나 영토 안에서 투입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번에는 대부분 쿠르스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의 진입을 격퇴하는 데 투입됐습니다. 이것이 한 가지 차이점이죠. 또 이번에는 단순히 보병 병력만 투입되는 것이 아니라, 미사일 부대 등도 배치되고 있다는 정황이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는 보병뿐 아니라 보다 고도화된 전력을 포함하는 형태로 북한군의 역할이 확대될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다만 북한 보병과 러시아군 사이에 상당한 수준의 통합 운용이 이뤄질 것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언어 장벽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북한군은 여전히 러시아군과 분리돼 운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다만 이번에는 투입 지역과 배치되는 부대의 종류 측면에서 이전과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기자) 단지 언어 장벽 때문인가요? 아니면 지휘통제 체계의 차이도 영향을 미치는 건가요?
고렌버그 연구원) 둘 다죠. 북한군 부대는 자체적인 지휘, 조직 체계를 갖고 있고 훈련 방식도 다릅니다. 따라서 그런 측면에서 북한군 부대를 러시아군과 통합해 운용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봅니다. 이는 단순히 언어 장벽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사실 북한과 러시아에만 특수한 문제도 아닙니다. 어떤 두 나라 군대든 갑자기 함께 작전을 수행해야 한다면 상호운용성을 갖추기 위해 상당한 시간을 들여야 합니다. 예를 들어 NATO를 보면 회원국 군대들이 수십 년 동안 함께 훈련하고 협력해 왔지만, 여전히 국가 간 상호운용성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과 러시아의 경우 이전에 함께 전쟁을 수행한 경험이 없는 두 나라입니다. 따라서 언어 문제 외에도 해결해야 할 여러 문제가 있을 겁니다.
기자) 젤렌스키 대통령은 북한이 러시아에 더 많은 미사일을 제공할 것이라고도 주장했습니다. 현 단계에서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가장 필요로 하는 군사적 지원은 무엇입니까?
고렌버그 연구원) 저는 여전히 미사일보다는 병력을 가장 필요로 한다고 봅니다. 전쟁이 진행되면서 러시아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도 계속 변해왔습니다. 이제 전쟁이 4년 반 정도 이어지고 있는데요. 기억하시겠지만 전쟁 초기, 첫 1년 정도 러시아가 가장 필요로 했던 것은 탄약, 특히 포탄이었습니다. 당시에는 포탄이 부족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러시아 방위산업이 생산을 늘리면서 이 문제는 상당 부분 해소됐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병력 부족 문제가 불거졌고, 그 시점에 러시아가 북한 보병을 쿠르스크에 투입했습니다. 현재는 러시아 내 전쟁 병력 모집이 다소 감소하면서, 1년 전만큼 전투 손실을 보충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러시아는 다시 병력 부족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미사일의 경우에는 조금 다른 측면이 있습니다. 러시아는 현재 우크라이나가 요격 미사일과 방공 역량 부족이라는 취약점을 안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러시아는 전쟁 기간 내내 미사일과 드론 등의 생산 능력을 계속 확대해 왔습니다. 하지만 러시아 자체 생산 능력에도 한계는 있습니다. 따라서 러시아 입장에서는 지금 우크라이나의 방공 취약성을 이용하기 위해 공격 물량을 더 늘리려는 의도가 있다고 봅니다. 바로 이 부분에서 북한이 단기적으로 추가 미사일을 제공함으로써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방공망의 공백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도록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북한군이 처음 파병됐던 2024년 당시보다 지금 러시아가 북한의 지원을 더 필요로 한다고 볼 수 있을까요?
고렌버그 연구원) 아마 그렇지는 않다고 봅니다. 오히려 당시 러시아가 북한의 지원을 더 절실하게 필요로 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지금도 북한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고, 양국 관계가 이를 가능하게 한다면 러시아 입장에서는 북한의 지원을 받는 데 분명한 이점이 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기자) 북한은 지난 2년 동안 병력뿐 아니라 탄약과 미사일 등 다양한 군사 지원을 러시아에 제공해 왔습니다. 그렇다면 북한은 여전히 러시아의 보조적인 지원국에 불과한 것입니까? 아니면 이번 전쟁에서 점차 러시아의 중요한 군사적 전쟁 파트너로 자리 잡고 있다고 봐야 할까요?
고렌버그 연구원) 저는 여전히 북한의 역할은 기본적으로 보조적인 성격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분명 러시아의 파트너이지만, 전쟁 수행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파트너는 아닙니다. 반면 예를 들어 중국이 러시아 방위산업에 공급하는 부품을 중단한다면 상황이 다를 수 있습니다. 부품 공급이 중단되더라도 그 영향이 나타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겠지만, 러시아 입장에서는 북한의 병력이나 미사일 지원이 끊기는 것보다 중국산 부품 공급 중단이 훨씬 더 치명적인 공백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기자) 이번 전쟁에서 북한의 대러시아 지원은 군사적 지원뿐 아니라 러시아의 전쟁을 지지하는 국가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정치적 가치도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고렌버그 연구원) 그렇습니다. 러시아는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 경제 관계를 확대하고, 유엔에서 러시아의 침략을 규탄하는 결의안 표결 때 일부 국가들이 기권하도록 하는 등 외교적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또 러시아가 이란과 북한, 중국으로부터 받고 있는 지원도 매우 중요합니다. 이런 지원은 러시아가 국제사회에서 여전히 협력국과 파트너들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기자) 개별 병사들이 전투 경험을 쌓는 것 외에, 북한군은 실제로 이번 전쟁에 참여하면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요? 특히 드론과 같은 새로운 군사 장비도 접하고 있는데요.
고렌버그 연구원) 북한은 2024년 처음 파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자국 군대가 실제로 전투를 수행하는 모습을 직접 지켜보면서 상당한 이익을 얻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전술이 효과가 있고 어떤 것이 효과가 없는지를 실제 전장에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군은 과거 실제 전쟁을 수행한 경험이 많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런 전장에서 얻는 데이터는 전술과 군사 교리를 수정하고 발전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무기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제 전장에서 미사일의 성능과 타격 결과를 확인하면서 사용되는 미사일의 정확도와 성능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전투에 직접 참여하는 병력뿐 아니라 북한 측 인사들이 현장에서 자국 병력과 무기가 실제 전투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관찰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정보는 모두 평양으로 보고되고, 이후 북한군의 전투 능력과 무기체계를 개선하는 데 활용될 수 있습니다. 결국 북한은 이런 경험을 통해 향후 한국과의 잠재적 전쟁을 비롯한 미래의 군사 충돌에 대비해 병력과 무기의 실전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이것이 북한이 러시아의 전쟁에 참여하면서 얻는 중요한 이익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그렇다면 북한이 이 전쟁에 계속 참여하는 대가로 모스크바는 무엇을 제공할 의향이 있을까요? 최근 북한 경제 상황이 상당히 개선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는데요. 군사 분야에서는 러시아가 북한에 어느 수준까지 기술을 제공할 의향이 있다고 보십니까? 특히 우리가 주시해야 할 것은 무엇이며, 북한에 이전될 경우 가장 위험한 기술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고렌버그 연구원) 말씀하신 것처럼 우선 경제적 측면이 있습니다. 북한군 병력 운용에 대한 지원과 대가 지급 등이 있겠죠. 하지만 그 외에도 러시아가 북한에 방공 장비를 제공했다는 상당한 증거가 있습니다. 판치르 방공체계도 이전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북한의 방공체계 능력을 질적으로 한 단계 끌어올렸죠. 또 러시아가 북한의 드론 생산시설 구축을 지원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전쟁에서 계속 확인되고 있듯이 드론은 전투 수행에 갈수록 깊숙이 통합되고 있습니다. 드론 활용은 사실상 미래전의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입니다. 따라서 러시아의 지원으로 북한의 드론 역량이 향상되고 있다면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여기에는 흥미로운 순환 구조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란이 러시아의 드론 생산체계 구축을 지원했습니다. 이후 러시아가 이란으로부터 받은 기술과 역량을 상당히 발전시켰고, 이제는 그렇게 발전시킨 역량 가운데 일부를 북한에 제공하고 있는 것입니다. 만일 러시아가 북한의 미사일 성능 향상을 지원하거나 극초음속 기술 같은 첨단 미사일 기술을 제공한다면, 이는 북한의 군사 역량을 또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질적인 도약이 될 수 있습니다. 해군 추진체계(Naval propulsion) 역시 북한이 러시아의 도움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 잠수함이나 원자로 같은 기술을 말입니다. 또 장거리 탄도미사일과 같은 분야에서도 더 많은 협력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국 앞으로 양국이 협력할 가능성이 큰 분야는 이런 보다 첨단화된 군사 기술 전반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그렇다면 북한에 대한 핵 기술 이전은 여전히 러시아가 넘지 않을 ‘레드라인’으로 남아 있을까요? 이와 관련해 냉전 시기 모스크바는 북한에 가장 민감한 전략기술을 이전하는 데 대체로 신중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이런 러시아의 계산을 근본적으로 바꿨다고 볼 수 있을까요?
고렌버그 연구원) 그건 판단하기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민간용 핵 기술이나 원자력 추진 기술과 실제 핵무기 기술을 구분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핵무기와 관련된 기술은 여전히 러시아에 더 강한 레드라인으로 남아 있을 것으로 봅니다. 물론 북한은 이미 자체적인 핵무기 역량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런 지원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다만 러시아가 과거보다 기술 이전에 훨씬 더 적극적이 된 것은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국가들과의 관계에서도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러시아가 넘지 않았던 레드라인 가운데 일부가 이제는 사라졌습니다.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외부의 지원이 더 필요해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중국과의 관계에서 그런 사례를 몇 차례 볼 수 있었습니다. 러시아가 과거에는 이전을 거부했던 무기나 기술도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제공하기로 한 경우가 있습니다. 북한과의 관계에서도 비슷한 역학이 나타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앞서 말씀드렸듯이 북한은 러시아의 전쟁 수행에 중국만큼 필수적인 존재는 아니기 때문에 그 정도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분야가 있습니다. 잠수함 기술과 관련해 러시아가 보유한 진정한 ‘핵심 중의 핵심’은 잠수함의 ‘소음 저감, 정숙화 기술(quieting technology)’입니다. 이것은 러시아가 가장 엄격하게 보호하는 기술 가운데 하나입니다. 현재까지 러시아가 이런 기술을 중국에 넘겼다는 증거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에도 이를 제공할 가능성은 낮다고 봅니다. 하지만 만약 러시아가 북한에 잠수함 정숙화 기술을 이전했다는 증거가 나온다면, 이는 양국의 군사기술 협력이 매우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가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러시아 군사 문제 전문가인 드미트리 고렌버그 미 해군분석센터 CNA 연구원으로부터 북러 군사협력에 대한 러시아의 셈법에 대해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