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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동서남북] 북한의 핵 법제화는 미국에 대한 메시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8일 평양에서 진행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7차 회의에서 시정연설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다음날 공개한 장면. (자료사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8일 평양에서 진행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7차 회의에서 시정연설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다음날 공개한 장면. (자료사진)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입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했습니다. 이로써 미-북 대화와 비핵화 가능성은 사라진 것인지, 북한 핵 문제 전망을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2022년 9월 8일은 북한 핵 문제에서 기록될만한 날이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날 평양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미국의 목표는 비핵화와 함께 “북한 정권을 붕괴시키는 것”이라며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핵 선제공격 등 11개 항목에 걸친 핵무기 사용 원칙과 조건을 법령으로 만들어 공표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북한의 이런 움직임에 차분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백악관의 카린 장피에르 대변인은 9일 “미국의 정책은 변함이 없다”며 “미국은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진전시키기 위해 동맹국과 파트너들과 계속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 “We've been very clear since the beginning of this President's administration that, and our policy remains unchanged.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핵 무력 법제화에 납득하기 어려운 구석이 있다고 말합니다. 핵무기 사용 조건을 구체적으로 밝힌 점을 지적한 겁니다.

북한은 지난 2012년 헌법을 개정하면서 핵 보유를 헌법에 명기했습니다.

이어 2013년 4월에는 ‘자위적 핵 보유국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데 대한 법’도 제정했습니다. 이 법에 이미 핵 보유와 사용 원칙이 반영돼 있습니다.

현재 전세계에서 핵을 갖고 있는 나라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5개국과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북한 등 9개국입니다.

이들 대부분은 핵 사용의 원칙 즉, ‘선제 불사용’, ‘소극적 안전보장’, ‘핵 전파 방지’ 등을 핵 교리 (Nuclear Doctrine)형식으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핵무기 사용 조건은 최고 군사기밀로 분류해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북한은 최고 군사기밀에 해당하는 핵 공격의 조건을 세세히 밝혀 공개했느냐 하는 겁니다.

북한을 오래 관찰해온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장은 이는 미국에 대해 비핵화가 아닌 핵 군축 협상을 하자는 전략적 메시지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적성국 분석국장] ”This is strategic message sending US primarily, denuclearization is off table, North Korea only willing to arms control agreement.”

바꿔 말해 북한이 핵 무력 법제화를 했다고 해서 미-북 간 대화와 협상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볼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실제로 이날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행한 1만9천49자 분량의 시정연설을 자세히 살펴보면 몇 가지 흥미로운 대목이 발견됩니다.

예를 들어, 김 위원장은 “우리의 핵 정책이 바뀌자면 조선반도의 정치군사적 환경이 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한반도의 정치군사적 환경이 변하면 핵 정책도 바뀔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또 김 위원장은 “식량 문제, 인민 소비품 문제를 푸는 것은 가장 중요한 혁명과업” 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북한 정권이 식량난과 함께 주민들에게 생활필수픔을 공급하지 못해 상당한 애로를 겪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전문가들은 북한 핵 문제 전망과 관련해 크게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현상유지 시나리오입니다.

북한이 핵 무력을 법제화했지만 미국과 한국은 이미 수 년 전부터 북한의 핵, 미사일 공격을 전제로 한 대북 군사전략을 수립해 운용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북한의 공격에 대비한 '킬 체인(Kill Chain)'과 미사일 방어체계(KAMD), 대량응징보복체계(KMPR)를 갖추고 있고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THAAD·사드)도 배치됐습니다.

변화가 있다면 미-한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가동해 미국의 핵우산을 좀더 구체화시키는 겁니다.

이런 이유로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미한 동맹은 이미 한국을 방어할 역량을 갖췄다며 북한의 선제 핵 공격 위협으로 인해 대북 군사전략이나 작전계획이 수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데이비드 맥스웰 미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 “Our defense plans are sound. We are capable of defending South Korea. What is important to understand”

미국과 북한의 대화 재개 가능성도 크지 않습니다.

바이든 행정부와 북한은 이미 지난 1년 이상 상대방의 의도를 떠 본 상태입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에 ‘조건없는 대화’를 제의했고 북한은 ‘제재 완화’를 대화의 조건으로 제시했습니다. 따라서 양측 모두 대화를 해도 별 소득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2024년 실시되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해 미북 대화를 재개하는 겁니다.

미국의 ‘USA투데이’ 신문과 여론조사 기업 ‘입소스’가 8월 말에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자의 59%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4년 대선에 공화당 후보로 출마하는 것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민주당 지지자 중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출마를 반기는 사람은 44%에 그쳤습니다.

게다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금도 미북 대화에 강한 열망을 갖고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8월 12일 통일교 관련 단체인 천주평화연합(UPF)이 주최한 ‘서밋 2022 리더십 컨퍼런스’ 행사에서 화상 기조연설을 통해 언급한 내용입니다.

[녹취: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To achieve that progress, it will be necessary to turn away from the path of aggression and provocation and continue down the road that we started together when I was in”

트럼프 전 대통령은 비핵화의 진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북한이 공격과 도발의 길에서 벗어나 자신의 재임 시절 시작한 대화의 길을 계속 따라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켄 고스 국장은 아직 많은 변수가 남아 있지만 트럼프가 재선될 경우 미북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If Trump re-elected that would be very big possibility...”

세 번째 시나리오는 북한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 간에 모종의 타협이 이뤄지는 겁니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오는 11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중 정상은 그동안 5차례 화상회의와 전화통화를 했지만 아직 얼굴을 맞댄 적이 없습니다.

따라서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미-중 정상이 대면 정상회담을 할 경우 우크라이나와 타이완 문제와 함께 함께 북한 문제가 논의될 수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미중 정상의 합의 여부에 따라 미-북 대화가 재개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한국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 ”미-중도 무한경쟁으로 갈 수 없기 때문에 조화와 타협을 이뤄야 하는데, 그 중 하나가 북 핵 문제입니다. 따라서 북한 핵 문제를 이 정도 수준에서 수위를 조절하자고 시진핑, 바이든 간 합의가 도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북한의 핵 무력 법제화에 따라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북한의 7차 핵실험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한반도 긴장 완화의 길을 찾을지 주목됩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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