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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태영호 의원] “북한 핵무력 법령, 김정은 유고시 핵무기 자동 사용 법제화…매우 위험한 조치”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

북한이 지난주 최고인민회의에서 채택한 핵무력정책 법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유고 시 자동으로 핵무기를 사용하도록 법제화한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습니다. 영국 주재 북한 공사를 지낸 한국 국회의 국민의힘 소속 태영호 의원은 11일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김정은 정권이 붕괴될 때까지 북한 핵무기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미북 수교 등 창의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워싱턴을 방문 중인 태영호 의원을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최근 북한 지도부가 공개한 핵무력 정책 법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시정연설에 관해 상당히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태 의원) 대단히 위험한 대목을 거기에 넣었습니다. 핵무력 지휘체계에 대해 핵무력은 국무위원장의 유일적 지휘체계에 복종한다, 그런데 뒤에 핵 지휘통제체계가 적대 세력의 공격으로 위협에 처하면, 결국 자기가 유고 되고 그럴 때는 어떻게 하냐? “사전에 결정된 작전방안에 따라 도발 원점과 지휘부를 비롯한 적대세력을 괴멸시키기 위한 핵타격이 자동적으로 즉시에 단행된다.” 이렇게 해놨습니다. 핵무력은 내가 지휘해. 그런데 내가 만약 죽는다면 어떻게 할 거냐? 너희가 이미 쓰인 대로 자동으로 핵을 쏴라 이 겁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너희가 북한 정권 붕괴를 노리고 있지? 결국 그게 내 목숨인데 내가 곧 핵무기다. 나의 역할은 결국 뭐냐? 내가 살아있는 것이 곧 북한 핵무력에 대한 통제이고 내가 살아있는 것이 곧 핵전쟁을 막는 억지력이다. 그러니 너희가 나를 죽이면 밑의 아이들은 자동으로 (핵무기를) 쏜다. 이것을 법제화해 놓은 겁니다.

기자) 결국 김정은 자신과 핵무기를 일체화했다는 의미인가요?

태 의원) 결국 (프랑스의 루이 14세는) “짐이 곧 국가”라고 했는데, 김정은은 이번에 법적으로 “짐이 곧 핵무기다”, 그리고 이미 자신이 죽는 순간 북한의 핵은 통제에서 벗어나 자동으로 사용될 거다. 그러니까 동북아에서 핵전쟁을 막는 길은 어디에 있느냐? 바로 짐의 목숨을 너희가 유지시켜주는 것이다. 이겁니다. 이것을 법제화한 겁니다.

기자) 그러니까 외부의 원점 타격 등으로 김 위원장의 유고 등 신변에 문제가 발생하면 기존의 재래식 무기뿐 아니라 핵무기를 자동으로 사용할 것을 법제화한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란 얘기군요.

태 의원) 그렇습니다. 사실 내부 작전계획은 이미 김정은 때 내놓은 게 아니라 이라크 전쟁 때입니다. 당시 미국이 모든 후세인의 지휘통제시스템을 순간에 때려 무력화시켰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막에 있던 후세인의 군대가 지휘명령 시스템 마비로 꼼짝을 못 하다 보니 결국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무너졌거든요. 그때 북한은 아 전쟁이 일어나면 지휘관들이 상부의 지휘체계에 따라 움직이는 게 대단히 위험한 시스템이구나. 물론 최고사령부의 작전계획에 따라 움직이지만 만약 평양이 공격받았다, 그런데도 상부의 지시가 없는 경우 자동으로 움직이라는 작전계획 실행안이 다 작성돼 있어요. 그런데 지금까지 이것은 재래식 무력에 되어 있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핵무력 법제화를 통해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주변 대국에 보내는 메시지입니다. 북한은 이미 법률적으로 되어 있다. 날 죽이면 핵전쟁이 일어난다. 그러니 내 목숨을 다치게 하려고 참수 작전 같은 것은 꿈도 꾸려고 하지 마라. 이미 다 되어있다. 이겁니다.

기자) 일선의 지휘관들이 평양의 반응조차 물어보지 않고 자동으로 핵무기 단추를 누르는 게 가능할까요?

태 의원) 그러니까 이게 대단히 위험한 겁니다. 일선에 나와 있는 지휘관들은 어! 공격했구나.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평양의 반응을 물어보고 반응하지 않는다. 자동으로 단추를 누를 것이란 의미입니다.

9일 한국 서울역에 설치된 TV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핵 보유국 지위' 발언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9일 한국 서울역에 설치된 TV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핵 보유국 지위' 발언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기자) 그럼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가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의원님은 최근 권영세 통일부 장관에게 북한 문제 해법으로 ‘미북 선 수교 후 문제해결’의 이른바 ‘키신저 방식’ 의지를 질의했었습니다. 이런 방법을 선호하십니까?

태 의원) 제가 왜 그때 그런 주장을 했냐 하면, 보세요. 김정은은 이번 코로나 사태를 통해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외부와의 철저한 격리와 봉쇄, 평양의 주요 외교관들은 다 밖으로 내보내고요. 든든하게 성벽을 쌓아서 자기의 성을 지키겠다는 게 김정은의 전략입니다. 그럼 우리가 이 성벽을 무너뜨려야 하는데 군사적 방법으로 이 성벽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 핵무기를 손에 쥐었기 때문에 군사적 방법으로는 안 되고 결국 소프트 파워, 스마트 파워로 무너뜨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여러 수단이 있는데, 매우 아이러니한 것은 성 안에 갇혀있는 김정은에게 밖에서 텐트를 치고 대화하자. 이 텐트로 나와라. 안 나오겠다고 하는데 그런다고 대화에 나오겠어요? 안 나오지. 이럴 때 우리는 야 너희가 무서우면 성 안에서 대화하자. 우리가 성 안으로 들어갈게. 깃발 들고 우리가 성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김 위원장이 그런 대화 방식이나 수교를 받아들일까요? 과거 사례를 보면 수교에 대해 북한의 진정성은 없고 전술 수단으로만 사용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태 의원) 아이러니한 게 커뮤니케이션 대화 채널이 없다, 대화 채널이 없다고 하면서도 수교하면 평양에 미 대사관 들어가고, 북한 대사관이 워싱턴에 나오겠는데, 저도 아마 미국이 수교하자고 해도 김정은이 안 할 것 같아요. 오히려.

기자) 어쨌든 먼저 미국이 수교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주장이신데, 북한의 핵무기를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기존 미국과 국제사회가 김정은 정권에 면죄부를 줘야 한다는 얘긴가요? 그게 가능할까요?

태 의원) 미국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결국 핵을 완성한 다음에 수교하면 이건 핵에 대한 면죄부라고 얘기합니다. 그런데 여러 냉혹한 현실을 보면 어쨌든 핵무기를 완성하고 김정은이 이번에 전술적으로 핵 작전을 다양화하고 이러면서 핵에 의지해 가겠다고 하는데, 우리가 쓸 수 있는 그런 당근과 채찍도 없어 보입니다. 정책적 수단이 우리에게 전혀 없습니다. 비핵화 논의 구조 자체도 없고요. 지금까지 다 해 봤기 때문에 우리가 기존의 모든 정책을 창조적으로 파괴하고 이제는 처음부터 새롭게 창의적으로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그런 시도가 과연 북한의 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에 평화를 보장할 수 있을까요? 북한 지도부는 계속 말을 바꾸고 합의를 위반한 전례도 많습니다.

태 의원) (비핵화는) 절대 안 할 텐데.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김정은 정권은 20~30년 후에 (세대 변화로) 붕괴됩니다. 시간적 문제입니다. 이 기간에 핵을 사용하지 않도록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가장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중요한 방법은 김정은은 내놓고 김정은 밖에 있는 사람들과 북한 주민들을 교육하고 계몽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미국 대사관이 평양에 있으면 지금처럼 김정은 위원장이 외부로부터의 위협을 극대화하면서 극단적인 통제 강화를 시도하진 않을 것이고, 그런 상황을 활용해 교류와 정보 유입을 확대하면서 안정적인 핵 관리와 체제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태 의원) 결국 사람끼리 만나고 교류하고 들어가고 음지에서는 대북 정보를 대대적으로 유입시켜야 합니다. 대북정보 유입 방법에서는 지금까지 보면 너무 비판적인 콘텐츠만 이렇게 들어갔는데 그렇게 하지 말고 저는 대북정보도 북한의 시스템 체제 비난이나 또 우리 영화나 드라마 같은 재미있는 콘텐츠도 중요하지만 북한의 모든 계층의 수요에 다 맞출 수 있는, 가령 의사들이 볼 수 있게 의학적 상식, 물리학자들이 볼 수 있는 것, 영어 교재, 이렇게 북한의 모든 수요에 맞는 콘텐츠를 다양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의 기호와 흥미에 맞출 수 있는 것을 우리가 들여보내야 합니다.

기자) 화제를 바꿔보겠습니다. 영국인들이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서거로 열흘 간의 장례 일정을 보내고 있습니다. 과거 1등 서기관부터 공사까지 최소 8년 이상을 북한 외교관으로 런던에서 근무하셨는데, 전직 북한 외교관으로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어떻게 회고하십니까?

태 의원) 제가 영국에 있는 기간에 엘리자베스 여왕님과 악수한 것을 계산해 보니 여섯 번 정도 됩니다. 주런던 외교관들을 위해서 연말에는 버킹엄 궁전에서 행사를 엽니다. 여왕과 필립공이 한 바퀴 돌면서 인사를 하죠. 또 봄에 여왕 생일 공식기념일을 맞아서 궁전에서 가든파티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여왕님에 대해 대단히 인상이 좋습니다. 북한에서도 여왕과 영국에 대한 일반 주민들의 인상이 대단히 좋습니다.

기자) 왜 그런가요?

태 의원) 우선 북한은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칠 때 미국 영어와 아니라 영국 영어를 가르칩니다.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칠 때 영국 문학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셰익스피어 문학, 저희가 어렸을 때 가장 흥미롭게 읽은 것이 셜록 홈스 책 있지 않습니까? 이런 것 통해 영국 문학이 북한에서 대단히 많이 읽힙니다. 물론 영국도 자본주의 국가이지만, 일반적으로 학교에서 가르칠 때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났고 증기기관도 영국에서 발명됐고 이런 것을 과학이나 역사 시간에 많이 가르칩니다. 그래서 상당히 영국 하면 북한 사람들에게 대단히 인상이 좋습니다.

기자) 북한과 영국 모두 겉으로는 세습 체제인데, 북한 외교관 때 두 체제에 관해 어떻게 생각했는지 궁금합니다.

태 의원) 영국은 입헌군주제이기 때문에 왕은 절대 정치에 개입하지 않거든요. 정치는 결국 정당 정치로서 내각제 중심으로 정당에 맡기지만 북한은 세습 체제이지만 김씨 일가가 완전히 국가 정치에 개입하고 국가의 모든 영역은 오직 하나, 김씨 일가의 영속적인 존재, 통치를 위해서만 존재합니다. 그러니까 북한은 강제성과 공포에 의해서 김씨 가문에 대한 존경을 끌어내려 하고 영국 왕실은 그야말로 국민에 의한 자발적인 존경을 만들어 가는 것에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영국 왕실 가문도 지난 시기 여러 스캔들도 있고 그랬지만 결국 왕 자체가 항상 영국 국민과의 관계에서 온화하게 소통하면서 대영제국의 구심 역할을 잘하고 있다고 봅니다.

기자) 북한은 영국과 외교관계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두 나라 외교 관계가 매우 미묘한데,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태 의원) 북한의 대영 정책은 뭔가 하면 영국과 미국이 특수 관계에 있다. 따라서 북한이 영국과 외교를 잘하면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이 전쟁이 국제화하는 것을 막는 데 영국이 일조할 수 있다, 이겁니다. 베트남 전쟁에서도 영국이 미국과 가장 가까운 동맹이었지만 참전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그 점을 많이 중시하고요. 영국은 대북 관계에서 핵 문제도 있지만 문화적 교류, 인적 교류를 통해 북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즉 비판적 관여를 통해서 북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게 영국의 정책인데 북한은 이것을 역이용해서 북한에 대한 서방의 제재에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는 것이 북한의 대외 영국 정책입니다.

워싱턴을 방문 중인 영국 주재 북한 공사 출신 한국 국회 국민의힘 소속 태영호 의원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김영권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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