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신년 인터뷰: 자라테 전 차관보] “제2의 BDA 조치 유효…되돌릴 수 없는 제재 모색해야”


후안 자라테 전 미국 재무부 테러·금융 담당 차관보.

북한이 도발할 때마다 새로운 제재로 맞서기 보다 촘촘한 현행 제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제안이 나왔습니다. 제재를 북한의 행동에 반응하는 일시적 조치나 외교 지원 수단으로 활용하는 대신 정권과 조력자들의 비용을 높이는 훨씬 강력한 무기로 진화시켜야 한다는 조언입니다.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 은행 제재 전략으로 북한을 국제금융체제에서 고립시켰던 후안 자라테 전 재무부 테러자금∙금융범죄 담당 차관보를 조은정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북한이 미사일 시위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바이든 정부는 독자 제재와 유엔 안보리 논의로 맞서고 있는데요. 충분한 조치로 보십니까?

자라테 전 차관보) 북한 미사일과 핵 프로그램은 미국 뿐 아니라 국제사회를 계속해서 괴롭히고 있습니다. 정책 입안자들은 북한의 무기 개발이 가속화하는 것을 막고 안보리 결의안을 위반한 북한 정권을 처벌하기 위해 제재라는 도구를 선택해왔습니다. 불행히도 지금까지 조치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북한이 무기 프로그램을 계속 개발하고, 제재를 우회하는 방법을 고안했으며, 돈을 번 뒤 이를 옮기는 방법을 계속 혁신해 왔기 때문입니다. 국제사회는 사후에나 대응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지난 몇 년간 제재는 북한의 행동에 대응하는 도구나 그저 외교에 대한 지원 정도로 여겨져 왔습니다. 북한의 행동을 억제하고 셈법을 어느정도 바꿀 수 있는 일련의 도구와 전략이라는 개념이 없었습니다. 미국이나 그 어느 나라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예방적으로 막기 위해 북한을 충분히 쥐어짜지 않았습니다.

기자) 바이든 정부가 북한을 충분히 압박하지 않았다는 말씀이신데요. 지금 시점에 바이든 정부가 어떤 행동에 나서야 할까요?

자라테 전 차관보) 새로운 제재의 문제라기 보다는 제재 이행의 문제입니다. 항상 대북 제재 이행은 어려웠습니다. 북한은 제재를 피하고 자금을 확보하는데 뛰어난 능력을 보여왔습니다. 따라서 북한의 제재 회피를 막기 위해 정치적∙외교적 의지가 동반된 국제사회의 단합된 노력이 필요합니다. 공해상의 불법 석유 환적, 1년 반 전에만 해도 20억 달러에 달했던 사이버 공간에서의 강탈 행위 등 북한의 많은 활동을 막아야 합니다. 이런 활동이 어디에서 벌어지는지 찾아내고, 중단시키고, 예방하고, 차단하는 활동에는 큰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런 수준의 노력과 에너지를 최소한 공개된 모습으로는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기자) 새롭고 기발한 조치를 구상하기 보다는 철저한 이행이 필요한 때라는 것이군요.

자라테 전 차관보) 물론입니다. 제재의 틀은 이미 존재합니다. 유엔도 갖추고 있고 미국, 유럽, 일본 등 개별 국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무기 금수와 비확산 제재, 확산 네트워크에 대한 제재, 제재 회피와 연계된 수송 차단, 제재 회피에 연료∙물자∙편의를 제공하는 지원서비스(bunkering) 차단, 자금 동결, 여행 금지, 금융 조치, 석탄과 광물 등 특정 분야 제재 등 체제는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체제가 실제로 효과적으로 작동하도록 계속적인 이행이 필요한 것이죠. 이런 효과를 거두지 못한 채 북한이 도발할 때마다 자꾸 새로운 제재로 돌아가려고 하는 것이 서방 세계에 어려움을 줍니다.

기자) 그럼 지난 몇 년간 미국 정부의 대북 제재 이행 노력은 꾸준했다고 평가하십니까?

자라테 전 차관보) 고도로 집중하고 전략적인 노력을 기울였던 시기가 일시적으로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북 제재는 매우 방대하고, 북한 정권은 말 그대로 제재를 회피하면서 연명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제재 체재를 관리하고, 주목하고, 이행하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특히 동아시아의 동맹들과 공동으로 이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죠. 북한은 위험하고, 골치 아프고, 복잡한 나라이며 꾸준히 관심을 두어야 할 현안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제재 분야에 관심을 두지 않으면 북한은 이를 최대한 악용할 것이고, 미국과 다른 나라들은 그저 반응만 하게 될 것입니다.

기자) 일부 탈북민은 오히려 중국 제재가 미국 제재보다 아프다고 증언합니다. 석탄과, 철광석, 섬유 부문에서 특히 그렇다는 설명인데요. 중국이 때로는 자국 이익에 따라 제재를 적극 이행한다는 분석에 동의하십니까?

자라테 전 차관보) 중국도 일부 영역에서 제재를 이행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 부분을 최근 깊게 보지 않아 정확히 어떤 분야에 중국의 관심이 고조 됐다거나 떨어졌다고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그들은 제재를 이행하는 것이 이익인지에 대해 판단합니다. 중요한 것은 중국 정부가 과거 국제 제재와 연대해 북한과 거래를 끊고 연결망을 끊는 결정을 내린 적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제재 이행의 일부 요소에 중국도 이해 관계가 있습니다. 물론 중국 내 일부 세력은 북한과 무역하면서 분명히 이익을 얻고 있습니다. 북한이 국제 금융, 통상 체제에 접근할 수 있는 핵심에는 언제나 중국이 있었습니다. 그 연쇄 사슬의 첫 연결고리는 중국입니다.

기자) 말씀하신데로 과거 중국이 제재 이행에 협조한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 상황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요? 미중 경쟁의 시대인데요.

자라테 전 차관보) 대화를 해야 합니다. 어떤 제재 체제에서도 더 많은 대화, 더 많은 정보 공유, 더 많은 협력이 중요하고도 도움이 됩니다. 서로간 완전히 동의하지 않고,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더라도 말이죠. 제재는 단지 북한을 벌주는 것 뿐 아니라, 미국과 서방세계, 중국, 러시아에 해를 끼치는 다양한 행동을 예방하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따라서 제재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대한 대화가 있어야 합니다. 또 북한이 불법 활동에 관여하고 있다는 인식이 있어야 합니다. 꼭 제재 영역이 아니더라도 국제사회는 북한의 불법 활동 자체에 집중해야 합니다. 사이버 강탈, 돈세탁, 위조지폐 제조, 마약 운송, 제재 회피 이 모든 활동은 국제사회와 민간 영역에 문제를 일으킵니다. 또한 중국의 적극적 참여를 이끌어내려면, 북한과 연계된 제재 회피 활동과 불법적이고 의심스러운 활동에 관여한 중국 기업과 중국 경제를 실제로 위험에 처하게 하는 것입니다. 중국은 직접적으로 자국 이익이 위험에 처하게 되면 북한 문제를 예민하게 대합니다.

기자) 그동안 제재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막지 못했다면, 앞으로 어떻게 효과적인 도구로 활용할 수 있을까요?

자라테 전 차관보) 국제사회의 가장 어려운 문제들을 제재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북한 핵 문제, 이란 핵 문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적 행동, 이 모든 것을 제재 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죠. 하지만 제재와 금융 조치들은 매우 강력하고, 특정 행동을 단념시키고, 정권의 셈법을 바꿀 수 있습니다. 정권의 당초 바람과 계획대로 움직이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물론 대량살상무기를 만드는데 성공하고, 이를 정권 생존과 정체성으로 삼은 경우에는 더욱 어려운 문제입니다. 이 경우에는 제재를 다양한 도구의 하나로 쓸 수 있습니다. 물론 공격적으로, 창의적으로, 전략적으로 제재를 활용해야 합니다. 공개, 비공개의 외교, 사법 집행 조치들, 상업적인 활동을 모두 복합적으로 제재와 함께 활용해야 합니다. 이는 대화와 외교로의 길을 열어줄 것입니다.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 지점. 미국 재무부는 지난 2005년 이 은행이 북한의 불법 금융 활동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거래 금지 조치를 취했었다.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 지점. 미국 재무부는 지난 2005년 이 은행이 북한의 불법 금융 활동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거래 금지 조치를 취했었다.

기자) 2005년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의 북한 자금을 동결하는 조치를 직접 고안하셨습니다. ‘당신들이 마침내 우리를 아프게 할 방법을 찾았다’고 북한 관리가 시인했죠. 이에 대해 자라테 전 차관보께서는 자서전에서 ‘스위치로 껐다 켰다 할 수 없는 조치’라고 평가하기도 했는데요. 지금도 BDA 제재처럼 되돌릴 수 없는 제재가 가능할까요?

자라테 전 차관보) BDA 조치가 그토록 강력할 수 있었던 핵심 요소들은 여전히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지금도 입안할 수 있다고 봅니다. 소위 ‘제2의 BDA 조치’에 대한 끝없는 탐색이 있었습니다. BDA 조치의 전략적 파급 효과에 버금가는 조치가 또 나오기는 매우 어렵다고 봅니다만, 그 조치의 근본 요소들은 여전히 작동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금융과 상업체계를 어떻게 오용하고 있는지 폭로하고, 북한의 활동을 거부할 ‘항체’를 금융과 상업체계에 주입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핵심입니다. 해상 운송, 금융, 사이버 분야 모두에 이러한 조치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BDA의 정신은 아직 가능하고, 살아있습니다. 단독 조치로 놓고 봤을 때 BDA 만큼 강력할 지 여부는 따져봐야 합니다.

기자) 북한이 무력 도발을 거듭하는 가운데, 바이든 정부는 북한을 아프게 하고 행동을 바꿀 방법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어떤 조언을 하겠습니까?

자라테 전 차관보) 북한이 도발에 대해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일련의 행동이 있어야 합니다. 그 일부는 제재의 영역에서 제재 이행, 불법 활동 차단, 급습 등의 조치가 있을 수 있겠죠. 북한과의 계속된 거래가 위험하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을 조력자들에게 입증하는 방법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그러면 북한이 (무기) 시험을 중단할까요? 알 수 없습니다. 북한이 협상장으로 돌아올까요? 역시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행동에 대해 분명하고 입증할만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합니다. 동맹과 함께 실질적인 제재 이행을 하는 데서 시작해야 합니다. 북한이 잘못된 길에 들어섰다는 것을 분명히 알려야 합니다.

지금까지 후안 자라테 전 재무부 테러자금∙금융범죄 담당 차관보로부터 대북 제재의 현주소와 효과적인 이행 방안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조은정 기자였습니다.

관련 뉴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