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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인터뷰: 케네스 로스 HRW 사무총장] “북한 반인륜 범죄 심판대 세울 수 있어…문재인 정부, 북한 인권 ‘교환물’ 취급”


케네스 로스 휴먼라이츠워치 사무총장.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가 북한의 인권 탄압을 국제 사법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세계 각국이 북한의 반인륜 범죄를 자국에서 기소할 수 있는 ‘보편적 사법권’을 채택하면 중국과 러시아의 방해를 피할 수 있다는 설명인데요. 인권변호사 출신인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북한 정권과만 관여하면서 주민들의 인권을 대화와 맞바꾸려 한다고도 비판했습니다. 휴먼라이츠워치의 케네스 로스 사무총장을 조은정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새해 들어 북한이 잇따라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유예 조치를 철회할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인권의 관점에서 이러한 움직임을 어떻게 보십니까?

로스 사무총장) 북한처럼 가난한 나라가 극심한 억압없이 지금처럼 핵과 미사일 위협을 제기할 순 없었을 것입니다. 북한 주민들이 발언권이 있다면 제한된 자원을 자신들의 기본적 필요를 충족하는 데 써 달라고 했을 것입니다. “식량을 달라, 더 나은 의료혜택을 달라, 적절한 주택을 달라”고 하지 “핵무기를 달라, 더 나은 미사일을 달라”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정권이 주민들을 완전히 억압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필요를 철저히 무시할 수 있는 것입니다. 만일 한국 정부가 좌우 논리를 떠나 북한 인권 문제를 한결같이 우선순위에 뒀다면 북한의 인권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북한의 인권이 개선됐다면 주민들의 의견에 당국이 더 호응했을 것입니다. 솔직히 주민들은 절대로 식량과 의료, 주택보다 핵무기를 더 요구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기자) 한국 정부를 언급하셨는데요. 휴먼라이츠워치는 최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한국 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에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죠?

로스 사무총장) 문재인 대통령이 인권 변호사 출신인 만큼, 북한 인권 증진에 더 단호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슬프게도 그는 인권을 안보 긴장 완화 논의를 위해 맞바꿀 문제로 보고 있습니다. 그는 북한 당국과 모종의 대화를 구축하는데만 전념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너무 편협한 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 인권을 더욱 존중할 경우, 통치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발언권이 커지기 때문이죠. 그 경우 북한 정부도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 자금을 줄이고, 긴급히 필요로 하는 식량과 의료, 주거에 더 투자하게 되죠. 북한 인권 증진이 평화 의제와 상반된다는 관점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입니다.

기자) 북한의 미래 세대를 생각해서라도 인권 상황에 대한 책임을 느껴야 한다는 말씀이군요.

로스 사무총장) 모든 한국인들이 북한의 끔찍한 억압에 대해 우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북한의 미래 세대뿐 아니라 지금 세대의 일이죠. 북한의 상황은 후퇴하고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1990년대 대기근으로 인해 전체주의 체제의 제한이 약간 풀렸습니다. 생존을 위해 특히 여성들을 중심으로 비공식 시장들이 생겼고, 거래하고 이동하는데 있어 약간의 자유를 누리게 됐죠. 하지만 지난 1~2년간 우리가 목격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핑계로 이런 작은 자유의 공간도 닫혔다는 것이죠. 장마당을 폐쇄하라는 압박이 있었고, 중국 방문을 비롯한 여행의 기회가 줄었습니다. 또 영상물의 유통에 대한 단속이 강화됐습니다. 북한 당국의 입장에서는 한국산 영상이 가장 위험하죠. 같은 말을 쓰는 사람들이 훨씬 잘 사는 모습이 담겨 있어서, 북한이 ‘지상 낙원’ 이라는 당국의 선전이 약화되기 때문입니다.

기자) 최근 발간된 휴먼라이츠워치의 ‘2022 세계 보고서’에서 로스 사무총장님은 권위주의 정권들에 대항해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하셨습니다. 팬대믹 상황에서 어떤 특징이 두드러졌습니까?

로스 사무총장) 지난 한 해 동안 전제정치(autocracy)에 대항해 민주주의에 대한 지지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태국, 미얀마, 러시아, 벨라루스, 폴란드, 수단, 니카라과, 쿠바를 비롯해 전 세계 많은 국가들에서 주민들은 기회가 있으면 거리 시위를 했습니다. 체포와 총격의 위험에도 민주주의를 옹호했죠. 물론 너무나 억압적인 곳이라서 시위에 대한 선택의 여지가 전혀 없는 곳들도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거리 시위에 나설 것을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죠. 민주주의에 대한 추구, 즉 주민들을 제대로 대표하고 대변하는 정부를 추구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북한 주민들도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눈여겨봐야 할 중요한 진전이죠. 전제 정부들은 팬대믹을 이용해 반대파를 단속했습니다. 우간다와 러시아는 팬대믹을 구실로 시위를 허락하지 않았고, 터키와 이집트 같은 경우는 팬대믹을 구실로 ‘잘못된 정보’를 단속했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잘못된 정보’라는 것은 대개 정부의 미흡한 대응에 대한 지적일 뿐이었습니다.

기자) 전 세계 인권을 다루고 계시니까 북한의 인권 상황을 다른 나라 실태와 더 잘 비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로스 사무총장) 휴먼라이츠워치는 의도적으로 정부의 순위를 매기지 않기 때문에 답해 드릴 수 없습니다. 말할 수 있는 건, 북한의 억압 체계는 전체주의라는 점에서 매우 독특합니다. 전 세계에서 전체주의 정권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삶의 모든 영역을 통제하는 몇 안 되는 전체주의 정부 중 하나가 북한이죠. 올해 휴먼라이츠워치 연례 보고서는 전제주의와 민주주의 사이의 도전을 집중적으로 다뤘습니다. 전제주의는 독재정치를 펼치면서도 일정 부분 대중의 동의를 구합니다. 선거를 조작하면서도 일정 부분 선거제도의 자유를 남겨두죠. 하지만 북한과 같은 전체주의국가들은 노골적인 독재를 펼칩니다. 주민들이 발언권이 있는 것처럼, 정부가 선거를 통해 선출되는 것처럼 굳이 가장하지도 않습니다.

기자) 미국 연방 검사 출신으로 국제 사법정의 분야의 전문가이시기도 한데요. 북한 당국에 반인륜 범죄의 책임을 물릴 수 있을까요?

로스 사무총장) 북한 당국이 자행하는 일은 인류에 대한 범죄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이 같은 가장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들에 정의를 묻는 것은 전 세계 모두의 책임이죠. 이렇게 심각한 규모의 범죄는 보통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되지만, 북한은 ICC 회원이 아닙니다. 다른 방법은 유엔 안보리가 북한을 ICC에 회부하는 것인데,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할 것입니다. 시리아도 상황이 북한과 같았습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시리아 정부를 ICC에 회부하는 것을 반대했죠. 그럼에도 유엔총회는 시리아 내전에서 발생한 전쟁범죄를 공식적으로 조사하고 증거를 수집하기 위한 조사단을 만들었습니다. 이것은 매우 성공적이었습니다. 관련 기소가 여러 차례 이뤄졌죠. 이번 달 초에도 시리아 아사드 정권에서 고문을 저지른 정보 요원이 독일 법정에서 반인도 범죄에 연루됐다는 혐의가 인정됐습니다. 독일은 세계 각지에서 벌어진 인류에 대한 범죄를 자국에서 기소할 수 있는 ‘보편적 사법권’을 적용했습니다. 북한 인권 유린과 관련해서도 앞으로 이렇게 증거 수집을 하고, 가능할 때 재판해야 합니다. 시리아의 선례를 따라 앞으로 여러 국가들에서 북한 가해자들이 기소돼야 합니다.

기자) 비정부기구들이 이미 탈북자 면담 등을 통해 북한 인권 유린 실태를 조사하고 있는데, 옳은 방향이라고 판단하십니까?

로스 사무총장) 물론입니다. 유엔만이 증거 수집의 독점적인 통로는 아니죠. 전 세계적으로 비정부기구들이 증거를 수집하는데 있어 최일선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엔과 같이 준기소(quasi-prosecutorial) 조직을 만들면 관련 정보의 공식적인 보관소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기소자는 비정부기구의 도움을 받고 망명자들의 증언을 들으며 증거를 수집할 수 있는데, 유엔 조직의 경우 단순히 증언을 듣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재판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누가 수용소의 책임자인지, 누가 처형에 책임이 있는지, 누가 고문을 주관했는지, 이러한 명령 체계를 재구성해 나중에 가해자들을 재판정에 세울 수 있을 때 기소가 가능하도록 미리 준비하는 것입니다.

케네스 로스 휴먼라이츠워치 사무총장으로부터 북한의 인권 실태와 가해자 처벌 방안, 한국 정부의 북한 인권 정책 등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조은정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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