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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북한서 풀려난 제프리 파울] "북한, 클린턴 전 대통령 도움 요청하도록 제안"


북한에 6개월 가량 억류되었다 풀려난 제프리 파울 씨 (자료사진)

북한에 6개월 가량 억류되었다 풀려난 제프리 파울 씨 (자료사진)

지난달 북한에서 6개월 만에 풀려난 미국인 제프리 파울 씨는 현지에서 미국 대통령의 도움을 요청한 건 북한 측 제안에 따른 것이었다고 밝혔습니다. 파울 씨는 5일 ‘VOA’에 북한이 당시 외신과의 인터뷰에 앞서 사전에 해야 할 말을 지시했다고 말했습니다. 절박함을 호소해 미국의 움직임을 이끌어내라는 신호로 읽었다는 겁니다. 파울 씨를 백성원 기자가 인터뷰 했습니다.

기자) 방북 전에 이미 성경을 두고 나와야 겠다는 계획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맞습니까?

파울) 딱 한 권만 놓고 오려고 했습니다. 아주 조용히 북한에 복음을 전하려 했었죠. 개인 차원의 일이었을 뿐 어떤 단체도 개입돼 있지 않습니다. 아내에게도 얘기하지 않았으니까요.

기자) 왜 굳이 성경을 북한에 놓고 오려는 결심을 했습니까?

파울) 북한이 1990년대 기아 사태를 겪을 때부터 북한 주민에 대한 연민을 갖고 있었습니다. 인구의 10%가 굶주려 죽었다는 보도가 나올 때였죠. 당시 2백만 명이 굶어 죽었다는 얘기가 들렸죠. ‘고난의 행군’ 시기로 불렸던 게 맞죠? 그래서 1997-98년쯤 유엔주재 북한대사 앞으로 5백 달러 수표를 보낸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쪽에서는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려운) 가정을 돕는데 쓰였을 것으로 짐작하지만 확신할 순 없습니다. 또 북한에서 기독교인들이 엄청난 박대를 당한다는 탈북자들 증언도 방북에 대해 의무감을 갖게 했습니다.

기자) 북한 입국시 세관을 통과하면서 성경 소지가 문제가 되진 않았나요?

파울) 가죽 점퍼 주머니에 성경을 넣은 채 입국했는데요. 현지 직원이 불룩 튀어나온 그 소지품이 뭐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성경을 주머니에서 막 꺼내려는데 관두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 직원이 지퍼로 잠긴 가죽 성경의 윗부분을 봤습니다.

기자) 현지 직원이 그게 성경인줄 알았을까요?

파울) 저도 그게 의문입니다. 관광객들이 성경을 들고 방북하는 게 불법은 아니라고 방북 전에 들었습니다. 다만 기독교를 전파할 목적으로 성경을 남겨두는 의도적 행동은 불법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자) 성경을 나이트클럽에 두고 나온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그 장소는 임의로 선택하신 건가요?

파울) 청진에 있는 나이트클럽이 맞습니다. 성경을 두고 온 장소는 즉흥적으로 정했죠. 하지만 1990년대 북부 지방이 특히 ‘고난의 행군’의 여파가 컸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남쪽보다 북쪽 지방 주민들을 돕고 싶은 생각이 컸고, 함흥이나 청진을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 옛 소련 당시에도 모든 혜택이 수도 모스크바에 집중됐었던 것도 떠올랐습니다.

기자) 두고 나온 성경에 파울 씨 이름까지 써 있었던 것으로 들었는데 체포될 것이라는 두려움은 없었나요?

파울) 원래는 실수로 떨어뜨린 것처럼 연출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쓰레기통 밑에 흩어져 있는 중국 신문들 아래 성경을 두고 나왔죠. 버스가 막 출발하려던 참이어서 경황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성경 사이에 가족사진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깜빡 했습니다. 그건 절대 의도적인 게 아니었습니다.

기자) 현장에서 바로 체포됐습니까?

파울) 아니오. 여행 이틀을 남기고 기차 여행을 마친 뒤 평양에서 하루를 지내고 나서 사건이 터졌습니다. 5월7일이었죠. 3명의 관광객들과 이틀간 단동 여행을 가려다 잡혔습니다.

기자) 조사 과정이 위협적이지는 않았나요?

파울) 그렇진 않았습니다. 다만 제가 솔직히 답하지 않는다고 여기며 불만스러워 했습니다. 그러면서 더욱 엄한 심문을 받게 되는 다른 시설로 보내겠다고 말했습니다. 양각도호텔에서 3~4주 동안 심문을 받고 평양의 다른 시설로 옮겨졌습니다.

기자) 무슨 죄를 지었는지 북한 당국이 언급한 적이 있습니까?

파울) 몇 번 물어봤지만 한 번도 구체적인 대답을 들은 적이 없습니다. 재판에서 알게 될 것이라고만 하더군요. 성경을 배포한 것이 북한 법에 위배된다는 건데, 특별히 어떤 조항을 어겼는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9월경 북한에 지하교인들이 있다면 어떤 위협을 받게 되는가 직접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하교인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기자) 현지 시설에서 시간을 어떻게 보내셨습니까?

파울) 양각도호텔에서는 매일 80~100쪽의 진술서를 쓰면서 지냈습니다. 제가 한 일과 그 이유를 수없이 고쳐가면서 적어야 했습니다. 북한 측 입장과 맞추는 과정이었죠. 다른 시설로 이감된 후에는 진술서 쓰는 일이 많이 줄었습니다. 억류됐던 두 장소 모두 괜찮은 시설을 갖춘 곳들이었습니다. 텔레비전도 있어서 3개의 북한채널을 돌려봤는데 없는 것 보다는 나았지요. 두 번째 장소에서 3~4주쯤 지난 뒤 제 한국어 교본을 돌려주더군요. 그래서 한국어 공부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기자)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죠?

파울) 본국 상황을 전혀 듣지 못했던 첫 몇 주가 가장 어려운 시기였습니다. 억류 한 달 반 만인 6월20일경 보통강호텔에서 평양주재 스위스 대사를 만나고 나서야 크게 안도했습니다. 가족들의 편지, 초콜릿 등을 건네 받았는데 그 순간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습니다. 제 아내가 상황을 이미 알고 있다는 얘길 듣고서 정말 안심이 됐습니다. 아내가 좋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요.

기자) 현지에서 CNN과 인터뷰하신 걸 봤습니다. 북한 측이 사전에 할 말을 미리 지시하진 않았습니까?

파울) 인터뷰 전에 예행연습 같은 걸 했는데, 억류 미국인들이 이런 문제를 제기했으면 하고 북한 측이 바라는 게 있었습니다. 억류 상황의 절박함을 호소해 미국에서 뭔가를 하게끔 하라는 신호였죠. 제가 사전에 이번 일을 계획했고, 북한 법에 위배되는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끔 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제 입에서도 그런 언급이 나오길 바랐던 거죠.

기자) 인터뷰 당시 미국 대통령의 도움을 호소했던 건 스스로 생각한 겁니까, 아니면 북측으로부터 그런 제안이 있었습니까?

파울) 제 통역요원이 그런 제안을 했습니다. 미국 등에서 도움을 받기 위해서 어떤 말을 할지 논의하던 중이었습니다. 저 또한 괜찮은 생각이라고 여겼고요.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억류 미국인을 석방시켜 귀국했던 전례가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제가 인터뷰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언급한 겁니다.

기자) 통역요원이 특정 대통령의 이름까지 제시했습니까?

파울) 그는 클린턴 이름을 댔습니다. 몇 년 전 미국인 여기자 2명을 석방시켰었으니까요. 부시 대통령을 특히 언급한 건 제 생각이었습니다.

기자) 미국 측에서 누군가 와야 석방이 가능하다라는 말을 북한 당국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습니까?

파울) 대부분 통역요원과 접촉했는데,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통역요원 외에는 특정한 언급 보다는 그런 암시를 주로 줬습니다. 곧 재판이 진행될 것인데 “외부”에서 무언가를 하는데 달려있다라는 식이었습니다. 북한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궁금했지만 명확한 답을 얻을 순 없었습니다.

기자) 다시 그 때로 돌아간다면 같은 행동을 하실 건가요?

파울) 상황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알게 된 지금으로선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 제가 그 곳에 성경을 슬쩍 두고 오면 하나님이 나머지 일을 하리라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일이 그렇게 풀리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이런 일을 다른 사람에게도 권하지 않겠습니다.

기자) 북한에 여전히 억류돼 있는 케네스 배 씨와 매튜 토드 밀러 씨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파울) 신념을 끝까지 지키고 전세계 사람들이 기도하고 있다는 걸 기억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과거 억류됐던 사람들도 모두 풀려났습니다. 배 씨의 경우에는 정말 오랫동안 억류돼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북한에서 체포되는 순간부터 그를 위해 계속 기도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억류 미국인들을 학대하지는 않는다는 게 가족들에게 그나마 작은 위안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기자) 본인이 왜 먼저 석방됐는지 알지 못한다고 하셨죠?

파울) 모릅니다. 제 아내가 러시아인이라는 게 도움이 됐을까요? 혹은 제가 더 고분고분해서인지, 정말 알 길이 없습니다. 현지 텔레비전을 통해 북한과 러시아 간 친선을 강조하는 방송을 본 적이 있긴 합니다. 제 아내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앞으로 편지를 보냈었지만, 현 시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답장을 받았을 뿐입니다.

지금까지 북한에 억류돼 있다 지난달 6개월 만에 풀려난 제프리 파울 씨와의 인터뷰였습니다. 인터뷰에 백성원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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