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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스 배 북한 억류 2년...기약없는 기다림


북한에 억류된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 씨가 지난 1월 평양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 수의 차임으로 나오고 있다.

북한에 억류된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 씨가 지난 1월 평양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 수의 차임으로 나오고 있다.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 씨가 북한에 억류된 지 오늘 (3일)로 2년이 됐습니다. 미국인이 북한에 억류된 기록으로는 최장기인데, 사태 해결 기미는 아직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배 씨 억류 2년을 백성원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2012년 11월 3일 북한에 억류된 케네스 배 씨의 신변은 한 달 뒤에야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녹취: 미국 언론 케네스 배 억류 보도]

중국에서 여행사를 운영 중이던 배 씨가 함경북도 나선을 통해 북한에 들어갔다가 체포된 것으로 소개됐습니다. 보안 검색 중 소지품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보도됐지만, 여행 중 찍은 북한 꽃제비 사진들이 억류 원인이라는 미확인 주장도 나왔습니다.

사건 발생 38일만인 12월 11일 미 국무부가 배 씨 사건을 처음으로 언급했습니다.

[녹취: 빅토리아 눌런드 당시 국무부 대변인] “We’re obviously aware of these reports that a U.S. citizen has been detained in North Korea…”

해외에 있는 미국 시민의 안녕보다 더 중요한 사안은 없고, 평양 주재 스웨덴대사관이 노력 중이라는 미국 정부의 입장. 당시만 해도 이후 24개월이나 같은 답변이 되풀이될 줄은 예상치 못했습니다.

여론의 조명은 금새 시들해졌습니다. 2009년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 여기자 2명에 대한 관심에 비할 바가 아니었습니다.

마침내 억류 여기자 중 한 명인 유나 리 씨가 나섰습니다.

[녹취: 유나 리 씨] “건강 잘 챙기세요. 힘들어 하지 마시고, 지금 시간이 하루 하루 지나는 것이 집으로 가는 시간에 가까워진다고 생각하셨으면 좋겠어요.”

억류 48일째. 평양주재 스웨덴대사관 관계자와 배 씨와의 접촉이 12월21일 처음으로 이뤄졌습니다.

이듬해 1월 7일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와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의 방북으로 배 씨 문제가 잠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과거 두 차례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들의 석방을 이끌어낸 리처드슨 전 주지사의 수완에 기대가 모아진 겁니다

[녹취: 빌 리처드슨 전 주지사] “We’ve been meeting with the variety of foreign affairs officials, internet officials, scientists, and political leaders…”

리처드슨 전 주지사는 방북시 현지 당국자들과 배 씨 석방 문제를 협의했다고 밝혔지만 귀국길 배 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북한은 수 개월의 침묵 끝에 그 해 4월30일 배 씨에게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했습니다. 북한의 최고 사법기관인 최고재판소에서 재판이 진행됐고 반공화국 적대범죄 행위가 적용됐다는 주장을 달았습니다.

배 씨의 대학 동창들을 중심으로 석방 운동이 시작된 게 이 때였습니다.

[녹취: 데니스 권 씨, 머리엘 권 씨] “준호야, 너 너무 힘든 거 내가 상상도 못하겠지만 우리가 빠른 시일 내에 어떻게 해서라도 너를 빨리 미국에 다시 오게끔 노력할 테니까 빨리 만나도록 하자.” “준호야, 힘내고. We do miss you a lot. I really pray for you safe return.”

같은 시기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배 씨 석방 교섭을 위해 방북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지만 ‘카터센터’는 이를 즉각 부인했습니다.

그로부터 열흘 남짓 지난 5월14일 배 씨의 ‘특별교화소’ 생활이 시작됐습니다. 실제로 노동교화소에 수감된 유일한 미국인이 된 겁니다.
연일 이어지는 미 국무부의 사면 촉구와 배 씨 귀환 운동에도 침묵하던 북한은 7월4일 배 씨를 카메라 앞에 처음 세웠습니다.

[녹취: 케네스 배 씨] “교화소에서는 지금 주로 농사일을 하고 있습니다.”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와 인터뷰한 배 씨는 삭발을 하고 회색 수의를 입은 모습이었습니다. 이날이 아버지 생일이라며 북한의 용서를 구하고 미국에 석방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북한이 미-북 접촉을 끌어내기 위한 소재로 배 씨를 활용하려고 근황을 전격 공개했다는 분석이 뒤따랐습니다.

한 달 뒤인 8월 7일 배 씨의 두 번째 편지가 미국의 가족에게 전달됐습니다. 당뇨병과 심장비대증, 허리 통증 등을 호소하며 미 정부에 석방 노력을 요청하는 내용이 담겼는데, 실제로 배 씨는 이미 이틀 전 외국인 전용 평양친선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정부의 물밑 작업에 의지하며 언론 노출을 삼갔던 배 씨 가족들은 더 이상 침묵을 지킬 수 없었습니다.

[녹취: 배명희 씨, 케네스 배 어머니] “제가 기억하는 아들은 전혀 아니고, 그래요, 많이 달라지고, 참 당당했었는데 자신감도 없어 보이고, 그래서 육체만 이렇게 많이 살이 빠진 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너무나 힘들구나 하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배 씨의 어머니 배명희 씨는 당시 ‘VOA’와의 인터뷰에서 삭발한 채 한층 수척해진 아들 모습에 충격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미국과 북한 당국에 심신이 지친 아들의 석방 교섭을 서둘러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때마침 배 씨의 아들 조너선 배 씨가 시작한 인터넷 청원 운동에 불이 붙으면서 서명자 수가 순식간에 1만 명을 훌쩍 넘었습니다.

그러면서 배 씨 문제 해결에 서광이 비치는 듯 했습니다. 국무부가 지난해 8월27일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의 방북 계획을 발표한 겁니다.

[녹취: 머리 하프 국무부 부대변인] “Ambassador King will travel to Pyongyang on Friday on humanitarian mission solely focused on securing the release of Kenneth Bae.”

킹 특사가 북한의 초청을 받아 30일 방북하며 케네스 배 씨 석방에 초점을 맞춘 인도주의 임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마지막 순간 킹 특사 초청을 전격 철회했습니다. 미국이 전략폭격기를 한반도에 띄워 인도주의적 대화 분위기를 망쳤다는 게 북한 측 주장이었습니다.

사흘 뒤 방북길에 오른 미국프로농구, NBA 출신 데니스 로드먼의 행보가 주목을 받았으나 그 역시 배 씨 석방 문제는 자신의 일이 아니라며 오바마 대통령에게 물어보라는 반응을 보여 비난을 샀습니다.

어머니 배명희 씨의 발걸음은 더욱 바빠졌습니다. 10월11일 평양으로 날아가 닷새 동안 머물며 아들을 세 차례 만났습니다.

[녹취: 배명희 씨, 케네스 배 어머니] “젊은 사람을 조그만 데다 가둬놓고 1년 동안 버티는 게 굉장히 힘들잖아요. (아들이) 잘 견디고 있다고 자기 걱정 하지 말라고 식구들한테 다 전해달라고 그렇게 얘기하더라고요.”

하지만 결국 억류 1년을 넘기고야 말았습니다. 배 씨의 여동생 테리 정 씨는 지난해 11월 4일 성명을 발표하고 가족 모두 인질로 잡혀있는 고통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어 국무부는 킹 특사가 언제든 방북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되풀이 했고 존 케리 국무장관까지 나서 북한에 억류 미국인의 석방을 촉구했습니다. 이 무렵1만8천 명 선에 머물던 온라인 탄원 서명자 수가 무려 15만 명으로 늘어났습니다.

그렇게 해를 넘기고 배 씨는 올해 1월 20일 두 번째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녹취: 케네스 배 씨] “미국 정부와 공화국 정부가 긴밀한 대화와 협조 속에서 저의 문제가 머지 않은 시일 안에 해결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외신 기자들 앞에서 자신이 북한과 서방을 연결하는 다리가 되고 싶다고 밝혀, 이번에도 북한이 배 씨의 석방 문제를 고리로 미국과 대화를 모색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이어졌습니다.

배 씨 가족은 이런 움직임이 배 씨 석방의 전조라는 조심스러운 기대를 갖고 일주일 뒤 워싱턴을 방문해 존 케리 장관을 만났습니다. 미국의 최고위 외교 당국자에게 억류 문제의 시급성을 알리고 가족의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배 씨의 여동생 테리 정 씨입니다.

[녹취: 테리 정 씨] “이렇게 높은 데 계시는 분들이 신경 써 주시고 오빠를 위해서 애쓰는 게 너무 감사하고요. 다른 분도 많이 같이 이렇게 오빠 이름을 잊어버리지 말게 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배 씨 가족은 또 킹 특사와 미 의원들을 면담한 뒤 오바마 대통령의 신년 국정연설이 진행될 연방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를 참관하기도 했습니다.

다시 달아오른 억류 문제에 대한 관심은 오바마 대통령이 2월6일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배 씨의 석방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녹취: 바락 오바마 대통령] “His family wants him home. And the United States will continue to do everything in our power to secure his release because Kenneth Bae deserves to be free.”

오바마 대통령은 배 씨 가족들이 그가 집에 돌아오길 바라고 있다면서 미국이 모든 석방 노력을 다 기울일 것이라고 약속했습니다.

이에 화답하듯 나흘 뒤로 잡힌 킹 특사의 방북계획은 그러나 이번에도 마지막 순간 암초를 만났습니다. 북한이 2주 뒤 시작되는 미-한 연합군사훈련을 이유로 또다시 킹 특사 초청을 취소했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일방적 통보에 당황한 미 국무부는 배 씨 문제를 정치적 카드로 이용하지 않겠다던 북한의 약속을 상기시켰지만, 북한은 배 씨를 병원에서 특별교화소로 이감시켜 버렸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흑인 인권운동가 제시 잭슨 목사와 릭 라슨 연방 하원의원의 방북 요청에도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의 리동일 차석대사는 4월 5일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인권 문제를 지적해온 킹 특사의 북한 방문을 결코 허용할 수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녹취: 리동일 차석대사] “The DPRK has no intention, absolutely no intention to receive him in our land.”

그 사이 반공화국 적대행위 혐의로 억류된 미국인 메릴 뉴먼 씨는 42일 만에, 종교 활동을 통한 정부 전복 혐의로 구금된 호주인 존 쇼트 씨는 보름 만에 풀려났습니다. ‘우리민족끼리’를 내세우는 북한 당국이 유독 한국계인 배 씨만 가혹하게 다루고 있다는 비판이 덩달아 고조됐습니다.

게다가 북한 당국은 배 씨에 대한 영사 면담 요청에도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여 현지 스웨덴대사관 측은 4월18일부터 8월11일까지 넉 달 간 배 씨를 만나지 못했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북 관계에 정통한 소식통은 지난 9월15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국무부가 억류 미국인 석방을 위한 대북 특사 파견 협의를 제안했다고 밝혔습니다.

국무부가 특사 후보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며 조속히 이 문제를 논의하자는 입장을 북한 측에 전달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이어 북한은 지난달 21일 6개월 간 억류했던 미국인 제프리 파울 씨를 석방했습니다. 배 씨 가족들에게는 아쉬움과 조심스러운 희망이 교차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지난 8월 1일 배명희 씨는 46살 생일을 맞는 아들의 생일상을 차렸습니다.

[녹취: 배명희 씨] “준호야 네 생일 축하한다. 너하고 같이 못해서 많이 마음이 아프지만 준호야 사랑한다, 잘 견디기 바란다.”

억류된 지 7백30일째. 어머니는 아들을 보지 못한 채 올해 마지막 남은 두 달 마저 지나가 버릴까 불안하기만 합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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