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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크름반도에 이란군 주둔, 전쟁 직접 관여"...푸틴, 동원병 훈련소에서 사격 시범 "행운을 빈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20일 랴잔 지역에 있는 서부군관구 훈련소를 방문해 사격 시범을 위해 보안경을 착용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20일 랴잔 지역에 있는 서부군관구 훈련소를 방문해 사격 시범을 위해 보안경을 착용하고 있다. 

이란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드론(무인비행기)을 공급했을 뿐만 아니라, 운용을 돕는 군인들까지 파견했다고 20일 백악관이 밝혔습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러시아의 이란제 드론 사용과 관련해 "이란군 인력이 크름반도(크림반도)에 진출해, 러시아군의 작전을 지원하고 있다"고 기자들에게 말했습니다.

다만 이란군이 우크라이나를 향해 직접 드론을 띄우는 등 전투에 참여하지는 않았으나, 러시아군이 드론을 조종하는 것을 이란군 인력이 도왔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커비 조정관은 크름반도에 파견된 이란 군인이 "비교적 소수"라면서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란이 직접 전장에서 관여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서, 러시아가 이란으로부터 드론을 포함한 무기를 더 공급받을 가능성도 시사했습니다.

특히 "러시아의 군수 부족 상황을 고려하면 이란으로부터 지대지 미사일 같은 첨단 재래식 무기를 공급받을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도 같은날(20일) 브리핑에서 "이란 군인들이 크름반도에 주둔했으며, UAV(무인비행기) 운용 작전에서 러시아를 지원했다"고 밝히고 "이에 관해 신뢰할 만한 정보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샤히드'와 '게란'

최근 러시아군의 미사일 재고가 바닥나고 있다는 관측이 이어지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 드론 공습이 계속되는 중입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가 이란에 드론 2천400기를 주문해 받은 뒤 '게란 2'라는 러시아식 이름을 붙여 공격에 동원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란에서 공급하는 드론의 기종은 '샤히드 136'과 '샤히드 149' 등으로 추정됩니다.

샤히드 136은 폭발물 약 40kg을 싣고 목표물에 돌진하는 기능을 갖췄습니다.

보통 순항미사일이 운반할 수 있는 탄두가 480kg이므로, 작은 드론 한 대를 날려 약 12분의 1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입니다.

샤히드 149는 이보다 상위 기종으로서, 폭탄 13개를 탑재하고 최대 7천km를 비행할 수 있습니다.

최근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 시내 등지에서 수거한 드론 파편은 샤히드 136과 동일한 동체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이 지난달 13일 쿠피안스크에서 격추했다고 밝힌 드론 파편. 이란제 '샤히드' 기종과 같은 형태다. (자료사진)
우크라이나군이 지난달 13일 쿠피안스크에서 격추했다고 밝힌 드론 파편. 이란제 '샤히드' 기종과 같은 형태다. (자료사진)

그러나 이란 정부는 최근 외무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러시아에 드론을 제공한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지난 18일, 러시아군이 이란제 드론을 쓴다는 관측을 부인하면서 "사용 중인 장비는 러시아제이고 러시아 이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영국·프랑스와 함께, 지난19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공개회의에서 이란의 러시아 무기 공급 문제를 안건으로 올렸습니다.

■ 푸틴, 훈련소 찾아 사격 시범

이런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부분 동원령에 따라 징집된 병력이 모여있는 훈련소를 방문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20일,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 등 고위 당국자들과 함께 모스크바 남동부 외곽 랴잔 지역에 있는 서부군관구 훈련소를 찾아 시설과 장비 등을 둘러보고, 교육 현장을 참관했습니다.

검은색 상·하의 차림의 푸틴 대통령은 병사들이 장애물 코스를 통과하고 장갑차와 맞서 싸우는 연습을 수행하는 과정을 지켜봤습니다.

아울러 직접 보안경과 청각 보호구를 착용한 뒤 위장 그물 아래 엎드려 최신 러시아제 드라구노프 SVD 저격 소총을 여러 발 발사했습니다.

■ 병사들에게 갖가지 질문

푸틴 대통령은 이날 훈련 중이던 병사에게 "훈련소에 온 지 얼마나 됐는가", "(예비군으로서) 예전 (현역 시절) 실력이 다시 돌아오고 있는가" 등을 물었습니다.

또다른 병사에게 "가족 관계가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고, "5살 난 딸이 있다"고 해당 병사가 답했습니다.

그러자 푸틴 대통령은 병사를 포옹하면서 "행운을 빈다"고 말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아울러 병사들이 사용하는 장비를 점검했습니다.

동행한 쇼이구 국방장관이 전투화에 관심을 보이자, 관계자는 "특별한 신발"이라고 강조하면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모든 것을 갖췄다"고 설명했습니다.

동원된 병력들에 미흡한 장비가 지급되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 동원령 발동 한달째

푸틴 대통령의 이번 훈련소 방문은 부분 동원령을 발동한지 약 한달 되는 시점에 이뤄졌습니다.

지난달 21일, 푸틴 대통령은 현역 군복무 경험이 있는 예비군 30만 명을 동원해 훈련시킨 뒤 우크라이나 전장에 투입하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군복무를 하지 않았던 사람, 고연령자, 각종 질환자 등 예비군이 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영장이 나와 집행하는 사례가 속출했습니다.

러시아 각지에서 동원에 반발하면서 시위가 벌어지고, 국외로 이동하는 사례도 이어졌습니다.

지난달 26일에는 시베리아 지역의 입영사무소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한 바 있습니다.

이달 15일에는 벨고로드 주의 군사 훈련 시설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나, 병사 수십명이 죽거나 다쳤습니다.

이와 관련, 푸틴대통령은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예비군 30만명 중 22만2천명이 동원됐고, 이중 3만3천명은 자대 배치를 받았으며, 1만6천명은 우크라이나에서 전투 임무를 수행 중"이라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아울러 조만간 동원령을 마무리할 것이며, 추가 동원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이미지 정치' 평가

유럽 매체들은 푸틴 대통령의 이번 훈련소 방문을 '이미지 정치'의 일환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특히 직접 사격 시범을 보인 점을 들어, '강한 면모'를 과시하는 행동을 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푸틴 대통령이 정치적 위기에 처할 때마다 나왔던 모습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지난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은 개전 초기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 함락에 실패한데 이어, 동부와 남부에서 점령지를 넓혔으나 최근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에 고전하는 상황입니다.

지난달 북동부 하르키우 전선에서 퇴각했고, 남부 헤르손 전선에서도 수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급기야 우크라이나전을 총괄 지휘하는 세르게이 수로비킨 러시아 합동군 총사령관은 헤르손 지역 전황이 "매우 긴박하다"며 "어려운 결정"을 할 수도 있다고 지난 18일 밝혔습니다.

바로 다음날(19일) 푸틴 대통령은 헤르손과 자포리자, 도네츠크, 루한시크 일원의 우크라이나 4개 점령지를 대상으로 계엄령을 선포했습니다. 해당 지역은 최근 러시아 당국이 병합 처리한 곳들입니다.

러시아 본토에도 지역에 따라 이동제한령과 '대응·준비·고도경보'를 발동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 관해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이 매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처지에 놓인 것으로 생각한다"고 19일 밝혔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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