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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수도 출근시간대 '자폭 드론' 공격..."민간인 살해 행위에 이란 책임"


17일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 시내 건물에 드론 공격 직후 담장 밖에서 걷던 시민이 쓰러지고 있다. 
17일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 시내 건물에 드론 공격 직후 담장 밖에서 걷던 시민이 쓰러지고 있다. 

러시아군이 17일 또다시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에 대대적인 공습을 단행했습니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35분에서 오전 6시38분 사이 서너 차례 폭발이 시내에서 발생했습니다. 크이우 시 당국은 이번 공격으로 주택 여러 채가 파손됐고 구조대가 현장에 투입됐다고 밝혔습니다.

당국은 러시아군이 단행한 '자폭 드론(무인비행기)' 공격으로 설명하면서 "중앙 기차역 근처도 공격받았다"고 발표했습니다.

시내 주요 지점에서 불길과 짙은 연기가 치솟는 장면이 잇따라 소셜미디어에 올라오는 중입니다.

도심 상공에 비행 중인 드론을 향해 군과 경찰이 소총 사격하는 영상도 게시됐습니다.

비탈리 클리치코 크이우 시장은 이날(17일) 오전 공습으로 주거용 건물이 무너지면서 여성 1명이 숨지고 여러 명이 잔해에 매몰된 상태라고 현지 언론에 밝혔습니다.

구조대가 18명을 구조했으나, 여전히 화재 진화와 구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클리치코 시장은 덧붙였습니다.

현지 매체들은 이날 밤 현재 사망자 4명이 확인됐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드니프로페트로우시크 지역에서는 전날 밤 미사일이 전력 기반 시설을 타격하면서 큰 불이 났다고 현지 당국이 밝혔습니다.

■ "드론 85~86% 격추"

우크라이나 공군은 전날(16일) 저녁 이후 공격해온 러시아군 드론 중 85~86%를 격추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격추된 숫자는 최소 37기에 이르는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대다수가 격추됐지만 남은 드론들이 비행을 계속해 크이우 도심을 타격한 것으로 보입니다.

현지 매체가 촬영한 공습 현장에는 '벨고로드를 위하여'라고 적힌 드론 파편이 보였습니다.

벨고로드 주는 러시아의 남서부 국경 지역으로, 최근 크고 작은 폭발 사건이 이어지는 곳입니다.

러시아 당국은 이같은 사건들이 우크라이나군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측은 공격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15일에는 벨고로드 주의 군사 훈련 시설에서 총기 난사가 발생해, 러시아군 병사 수십명이 죽거나 다쳤습니다.

■ 젤렌스키 "우리를 무너뜨리진 못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7일 소셜미디어 메시지를 통해 "자폭 드론과 미사일이 우크라이나 전역을 공격하고 있다"면서 "적(러시아)은 밤낮으로 민간인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적이 우리 도시들을 공격할 수 있어도 우리를 무너뜨리진 못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러시아군은 지난 8일 크름대교(케르치해협대교) 폭발 이후, 10일부터 보복 명목으로 크이우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의 전력·에너지, 수도, 교통 인프라 등을 겨냥해 대대적 공습을 벌였습니다.

그러다 지난 14일 "추가적인 대규모 미사일 공격은 필요하지 않다"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말했습니다.

"우크라이나인 살해에 이란 책임"

러시아의 미사일 재고가 바닥났다는 관측이 계속되는 가운데, 최근 공격에 사용하는 드론은 이란에서 공급받은 것이라고 우크라이나 정부가 밝혔습니다.

17일 크이우 시내 공격에 투입된 드론은 이란산 '샤히드 136' 기종으로 추정됩니다.

17일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 공격에 동원된 드론
17일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 공격에 동원된 드론

이란은 공격용 드론 기술이 상당히 발전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중동 지역 이웃 나라들을 상대로 실전에 활용해왔습니다.

이란산 '샤히드 149' 드론은 최대 비행거리 7천km에 폭탄 13개를 탑재할 수있는 고성능을 갖췄습니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 배치할 경우 유럽의 어느 도시도 타격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 "이란은 우크라이나인 살해 행위들에 책임이 있다"고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이 이날(17일) 트위터를 통해 주장했습니다.

포돌랴크 보좌관은 또한 드론으로 민간지역을 공격한 러시아의 행위를 규탄하며, 모든 국제기구에서 퇴출해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민간인을 위협하고자 중요 기반시설을 공격하고, 전선을 시체로 뒤덮도록 총동원령을 내린 이들(러시아 당국자)이 주요20개국(G20) 정상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선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이제는 러시아의 위선을 끝낼 때"라고 강조하면서 "러시아 연방을 모든 국제기구에서 반드시 퇴출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 미국·서방, 대이란 추가 제재 검토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 대표는 이란이 러시아에 드론을 공급하고 있다는 구체적 증거를 확보하면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를 고려할 수 있다고 17일 밝혔습니다.

앞서 백악관은 러시아가 이란에서 드론을 공급받는 정보를 공개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와 이란 당국은 부인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란이 사거리 300~700km 단거리 탄도 미사일을 러시아에 공급하기로 비밀리에 합의했다고 워싱턴포스트 등이 15일 보도했습니다.

이란의 무기 공급이 드론에서 지대지 미사일로 확대되면 러시아가 더 많은 선택권과 큰 파괴력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특히 러시아군의 무기 보충이 이뤄지면 최근 성과를 내기 시작한 우크라이나군의 동부·남부 영토 탈환 작전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미국 정부는 이같은 행위에 관해, 이란을 포함한 관계 당사자들을 상대로 제재와 금수 조치 등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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