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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러시아 핵무기 사용 시 단호히 대응...살라미 자르지 않을 것" 대대적 응징 경고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브리핑하고 있다. (자료사진)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브리핑하고 있다. (자료사진)

러시아가 어떤 형태로든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미국은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6일 거듭 경고했습니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날 CNN 주간 시사 프로그램 '스테이트오브더유니온(State of the Union)'에 출연해 이같이 밝히고, 중국과 인도의 대러 압박 동참을 촉구했습니다.

■ '크든 작든 핵은 핵' 응징 예고

설리번 보좌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의 소형 전술핵 사용이나 흑해 핵무력 시위를 대규모 핵무기 투입보다 덜 심각한 것으로 볼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게 구분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답했습니다.

설리번 보좌관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어떤 형태로든)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크고 작음에 관계없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우리는 살라미를 자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살라미'는 정치·외교 현장에서, 문제를 부분별로 세분하고 쟁점화해 차례로 각각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는 의미로 쓰입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주요 시설을 겨냥해 직접 핵미사일을 쏘든, 무력 시위 목적으로 흑해 등지에서 핵탄두를 터뜨리든, 미국은 단계적 조치가 아니라 한번에 대대적인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이와 관련,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부에 접한 흑해에서 핵 어뢰 등 시험 발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최근 꾸준히 제기돼온 상황입니다.

북극해의 카라해 일원에서 러시아의 핵 어뢰를 터뜨릴 것이라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러시아가 '지구 종말의 무기(doomsday weapon)'라고 불리는 '포세이돈' 시험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는 경고 첩보를 회원국과 동맹국들에 보냈습니다.

포세이돈은 100Mt(메가톤)급 전략 핵 어뢰입니다.

■ 중국·인도에 공동 대응 촉구

이날(16일) 설리번 보좌관은 또한, 러시아를 상대로 중국과 인도의 역할을 요구했습니다.

설리번 보좌관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들과 중국과 인도를 포함한 다른 책임 있는 국가들"을 거론하면서 "그들이 러시아에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을 고려해서는 안 된다는 매우 분명하고 결정적인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의무"라고 말했습니다.

중국과 인도는 지난 12일 유엔 긴급특별총회에서 압도적 찬성으로 채택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지 불법 병합 규탄 결의안 표결에서 기권한 바 있습니다.

■ 러시아 핵심 당국자들 발언 수위 높아져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비롯한 러시아 핵심 당국자들은 꾸준히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언급해왔습니다.

특히 지난달 예비군 동원령을 발동하고, 이어서 도네츠크·루한시크·자포리자·헤르손 주 일원 등 우크라이나 내 4개 점령지를 병합 처리한 뒤에는 핵무기 관련 발언 수위가 더욱 높아졌습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전보장회의 부의장은 지난달 27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핵 무기를 사용하더라도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쉽사리 대응하지 못할 것이라고 자신했습니다.

■ 국제사회 우려 확대

이에 따라, 러시아가 실제로 행동에 나설지에 관해 국제사회의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입니다.

러시아가 핵 도발을 감행한다면, 두가지 선택지를 예상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무력 시위 단계로서, 저위력 전술핵을 저장고에서 꺼낸 뒤 피해가 제한적인 곳에서 터뜨리는 시나리오입니다. 흑해나 북극해에서 핵 어뢰를 시험 발사하는 경우입니다.

다른 하나는 실전 투입입니다. 우크라이나의 군수 관련 요충지를 타격하는 것인데, 준비 단계가 포착되기만해도 우크라이나 측의 공포심을 극대화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미국 주요 당국자들은 아직 러시아의 구체적인 핵무기 이동이나 사용 징후가 포착되진 않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 바이든 "끔찍한 결과 뒤따를 것" 경고

서방 지도자들은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에 강력한 응징을 예고해왔습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1일 공개된 '제이크 태퍼와의 CNN 투나잇'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하면 끔찍한 결과가 뒤따를 것"이라면서 "그(푸틴 러시아 대통령)는 무엇이 일어날지 알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이성적 행위자'로 규정하면서, "나는 그가 그럴(핵무기 사용)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혹시라도 러시아가 금지선을 넘으면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것을 미리 말하면 무책임할 것이므로, 언급하지 않겠다"고 답했습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핵무기를 사용할 시 군사적인 면에서 (서방은) 강력한 대응으로 러시아군을 전멸시킬 것"이라고 지난 13일 벨기에 브뤼셀 외교원 연설에서 말했습니다.

이어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무기 사용 가능성에 관해) 엄포가 아니라고 했는데, EU와 회원국들, 미국과 나토도 엄포가 아님을 분명히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대응 방식에 관해 보렐 대표는, 핵무기를 동원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같은날(13일) 나토 국방장관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을 감행할 경우 심각한 후과가 있을 것"이라며, 역시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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