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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총회 러시아 규탄 결의 '압도적 찬성' 채택, 북한 등 5개국 반대...바이든 "무력으로 국경 바꿀 수 없다"


12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긴급특별총회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 병합 규탄 등 결의안을 표결하고 있다. 
12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긴급특별총회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 병합 규탄 등 결의안을 표결하고 있다. 

유엔 긴급특별총회에서 우크라이나 영토 네 곳에 대한 러시아의 불법적 병합 처리를 규탄하는 결의안이 12일 회원국들의 압도적 지지를 얻어 채택됐습니다.

유엔 회원국들은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긴급특별총회에서 해당 결의안을 찬성 143표, 반대 5표, 기권 35표로 가결했습니다.

이번 결의는 도네츠크, 루한시크, 자포리자, 헤르손 등 우크라이나 4개 지역에서 실시한 러시아 병합 찬반 주민투표를 국제법상 효력이 없는 불법행위로 규정하고, 이에 따라 체결된 병합 조약과 관련 법규도 인정하지 않는다고 명시했습니다.

또한 러시아에겐 병합 결정을 즉각, 무조건 번복할 것과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병력을 즉시 철수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와 전략 요충지. 남부 자포리자·헤르손 주와 동부 돈바스 지역의 루한시크·도네츠크 주 일원을 러시아가 최근 병합 조치했으나 국제사회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크름반도(크림반도)도 지난 2014년 러시아가 병합했지만 역시 국제사회는 인정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와 전략 요충지. 남부 자포리자·헤르손 주와 동부 돈바스 지역의 루한시크·도네츠크 주 일원을 러시아가 최근 병합 조치했으나 국제사회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크름반도(크림반도)도 지난 2014년 러시아가 병합했지만 역시 국제사회는 인정하지 않는다.

■ 2014년 크름반도 병합 때보다 찬성표 많아

이날 유엔 긴급특별총회에서 가결한 러시아 규탄 결의안은 러시아가 2014년 크름반도(크림반도)에 군대를 보낸 뒤 주민투표를 거쳐 병합한 이후 이를 무효로 선언하는 결의안때보다 찬성표가 많습니다.

당시 결의안은 찬성 100표, 반대 11표, 기권 58표로 채택됐습니다.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러시아군 철수를 요구하는 결의안은 찬성이 141표였습니다.

이번에는 찬성표가 143표에 이릅니다. 반대 투표한 나라는 러시아와 북한, 벨라루스, 시리아, 니카라과 등 5개국 뿐입니다.

기권한 나라는 중국과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고, 브릭스(BRICS) 회원국인 브라질도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이란과 베네수엘라 등은 투표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 북한 "병합 열망한 주민 의지 존중"

이날(12일) 세르히 키슬리차 유엔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이번 결과는 러시아가 세계를 위협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환영했습니다.

러시아의 바실리 네벤쟈 대사는 총회 투표 전 "정치적이며 도발적"이라고 주장하면서 "외교적 해결을 위한 모든 노력을 파괴할 수 있다"고 항의했습니다.

바실리 네벤쟈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가 12일 긴급특별총회 결의안 투표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바실리 네벤쟈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가 12일 긴급특별총회 결의안 투표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반대 투표한 북한의 김성 대사는 "자결권은 다른 나라의 간섭 없이 스스로의 주권과 국제 정치적 지위를 자유롭게 고를 수 있는 합법적 권리"라며 "우리는 러시아로의 병합을 열망한 해당 지역 주민들의 의지를 존중하며, 이들 지역을 병합한 러시아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말했습니다.

기권한 중국의 겅솽 부대사는 결의안이 언급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보지 않아 기권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달 30일 비슷한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논의했지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해 채택되지 못했습니다.

■ 바이든 "무력으로 국경 바꿀수 없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2일 유엔 긴급특별총회에서 채택한 러시아 규탄 결의를 환영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전 세계 국가의 압도적 다수가 유엔 헌장을 수호하고 우크라이나 영토를 무력으로 불법 병합하려는 러시아의 시도를 규탄하는 데 표를 던졌다"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러시아의 편을 든 나라는 벨라루스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니카라과, 시리아 등 4개국뿐이었다"고 강조하면서 "전 세계가 러시아의 위법 행위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데 그 어느 때보다도 단호하고 단합된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서 "러시아가 유엔 헌장의 핵심적 철칙들을 공격함으로써 국제평화와 안보의 토대를 망가뜨리고 있다"고 비판하고, "러시아는 무력으로 국경을 바꿀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결의안에 찬성 투표한 143개국에 감사하다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우크라이나는 모든 영토를 되찾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앞서 러시아-지역 친러당국 병합 절차 진행

앞서 지난달 23~27일 도네츠크, 루한시크, 자포리자, 헤르손 등 우크라이나 내 4개 지역 친러 행정당국은 러시아 병합에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압도적 찬성이 나왔다고 발표한 뒤 러시아에 병합을 공식 요청했습니다.

이어서 같은달 30일 모스크바에서 친러 행정 당국 지도자들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병합 조약을 체결했습니다.

이후 러시아 헌법재판소는 이달 2일, 해당 조약을 합헌으로 판결했고 다음날인 3일, 해당 조약의 비준안을 국가 두마(하원)가 만장일치로 가결했습니다.

이어서 4일 러시아 연방 평의회(상원)가 본회의를 열어, 비준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켜 관련 법률안과 함께 푸틴 대통령에게 송부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하루 만인 5일 이를 재가해 관련 절차를 마쳤습니다.

■ 수도 크이우 등지 공습

이런 가운데, 러시아군은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 등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들에 대한 공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13일 새벽, 러시아군이 크이우 일원 주요 시설을 공격했다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중대 기반 시설에 자폭 드론을 동원한 공격이 또 벌어졌다"고 텔레그램을 통해 설명했으나, 공격 받은 '중대 기반 시설'이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올렉시 쿨레바 크이우 주지사는 초기 정보를 토대로 이번 공격이 이란산 자폭 드론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몇 주째 이란산 드론을 이용한 러시아군의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고 발표해왔습니다.

미국 정부는 앞서 러시아가 이란에서 드론을 공급받는 정보를 공개한 바 있으나, 러시아와 이란은 이같은 사실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남부 므콜라이우에서도 전날 밤새 진행된 포격으로 5층 아파트가 파손됐습니다.

러시아는 지난 8일 러시아 본토와 크름반도를 잇는 크름대교(케르치해협 대교)에서 폭발 사건이 일어나 일부 구간이 붕괴된 뒤, 우크라이나 당국의 '테러 공격'으로 규정하고 보복 명목으로 주요 도시를 공습하고 있습니다.

■ 우크라이나군 동부·남부 진격

한편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가 병합을 선언한 동부와 남부 지역 탈환지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12일, 동부 도네츠크 주에서 진군을 이어가고 있으며 남부 헤르손 주에서도 북동부 5개 소도시들을 되찾았다고 발표했습니다.

미국과 서방국가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올렉시 레즈니코우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12일 미국이 추가로 제공한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4기가 도착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은 미사일과 항공기 등을 모두 방어할 수 있는 첨단지대공미사일체계 'NASAMS(나삼스)' 2기도 우크라이나에 공급하는데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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