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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러시아군 어린이병원 폭격 규탄..."체르노빌 방사능 누출 임박"


9일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어린이·산부인과 병원 폭격 현장에서 부상당한 임신부를 구조요원들이 이송하고 있다.
9일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어린이·산부인과 병원 폭격 현장에서 부상당한 임신부를 구조요원들이 이송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9일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에서 발생한 어린이·산부인과 병원 폭격을 규탄하고, 이 지역에 포위된 주민들에게 즉각 대피를 허용하라고 러시아에 촉구했습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마리우폴 사건에 관해 "주권국가의 선량한 주민들에게 야만적인 군사력을 사용하는 것은 소름끼치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같은 날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과 회담 뒤 기자회견을 통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잔인한 계획을 갖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황폐화 전략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또한 "피난민 등을 향한 무자비한 폭격으로, 그들이 만든 지옥 같은 환경에서의 탈출까지 막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정전 협상에서 합의한 '인도주의 통로'를 러시아와 벨라루스로 가도록 설정하는데 대해,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목숨을 경시하는 정부 관할권으로 가서 피난처를 찾으라는 건 모욕적이고 터무니없다"고 블링컨 장관은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민간인이 안전하게 떠날 수 있도록 즉각 대피를 허용하라"고 러시아에 촉구했습니다.

이날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 있는 민간병원의 어린이·산부인과 병동에 폭격이 감행돼 건물은 물론, 관련 시설 상당수가 파괴됐습니다.

임신부를 포함한 부상자도 발생했고, 잔해 속에 실종자들이 남아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9일) 파괴된 병원 현장 영상을 트위터에 공개하고 "어린이와 사람들이 잔해에 깔려있다, 살상을 멈추라"고 적었습니다.

지역 당국은 이 폭격으로 17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하고 있습니다.

마리우폴 시 당국은 아울러 "러시아의 침공 후 민간인 최소 1천170명이 숨졌다"고 밝히고, 포위된 주민들에게 "난방과 전기, 취사용 가스 공급까지 끊겼으며, 눈을 녹여 (식수로) 마시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어린이 사망 증가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의 침공 14일째인 9일까지 전국에서 숨진 어린이가 61명에 이른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날(9일)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서는 민간인 대피를 위한 '인도주의 통로' 운영을 다시 시도했으나 원활히 진행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오전, 러시아군이 포위중인 주요 도시 주민들이 빠져나갈 수 있도록 일시 휴전을 진행한다고 발표했습니다.

9일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시아 반군 장악지역 주민들이 서쪽으로 이동하는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9일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시아 반군 장악지역 주민들이 서쪽으로 이동하는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측의 이리나 베레슈크 부총리는 북부 도시 수미와 남동부 항구 도시 마리우폴, 남부의 원전 인근인 에네르호다르 등과 함께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 일대 주요 지역에서도 대피로를 개방하도록 러시아 측과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마리우폴에서는 어린이·산부인과 병원 폭격 와중에 대피 작업이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체르노빌 원전 전력공급 중단

이런 가운데, 러시아군이 장악 중인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에 전력 공급이 끊겼다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우크라이나 당국이 9일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긴급 조치가 없을 경우 48시간 후 방사능 누출이 임박할 것이라며,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IAEA는 이날(9일) 체르노빌 원전 전력 공급 중단 사실을 우크라이나 당국으로부터 통보 받았다며, 현재로선 안전에 심각한 영향을 주진 않은 것으로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이 평가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상태를 살피기 위해 우크라이나 측과 소통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원자력 당국은 긴급 보도문을 통해, 원전에 저장중인 핵물질 냉각에 문제가 생겨 방사능 누출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전기 공급이 끊어진 부분은 원자력발전소로 이어지는 전력 송전선이라고 우크라이나 당국은 밝혔습니다.

해당 송전선이 끊어지면서 원전 단지 전체 전기 공급이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기가 없을 경우 냉각제가 증발돼 축적중인 사용후 핵연료가 과열될 수 있다고 당국은 덧붙였습니다.

향후 상황 진전에 따라 방사성 물질이 공기로 유출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단지 내 통신시설 (자료사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단지 내 통신시설 (자료사진)

전날(8일) IAEA는 성명을 통해 체르노빌 원전 내 방사성 물질이 잘 보관돼 있는지 확인하는 원격 모니터링 장비의 통신 연결이 중단됐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48시간 후 방사능 누출 임박"

우크라이나 정부는 체르노빌 원전 상황에 관해, 국제사회의 공동 대처를 호소했습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9일 트위터를 통해 "체르노빌 원전의 예비용 디젤 발전기는 48시간 용량을 가지고 있다"고 밝히고 "그 뒤에는 사용후 핵연료 저장고의 냉각시설 작동이 멈춰 방사능 누출이 임박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푸틴(러시아 대통령)의 야만적인 전쟁이 유럽 전체를 위험에 몰아넣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쿨레바 장관은 "그(푸틴 러시아 대통령)가 즉각 멈춰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시설 수리 인원 접근을 위해 러시아가 공격을 중단하도록 국제사회가 긴급하게 휴전을 촉구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습니다.

체르노빌 원전 일대는 지난 1986년 폭발 참사 이후, 거주가 불가능한 '소개 지역'으로 지정돼 특별관리되고 있습니다.

러시아군은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북부 체르노빌과 남동부 자포리자에 있는 원자력발전소를 차례로 점령했습니다.

또한 수도 크이우 인근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과 제2 도시 하르키우(하리코프)의 핵 연구시설을 공격하며, 원자력 시설물 안전에 관해 국제사회의 우려를 키웠습니다.

-미 부통령, 전투기 지원 논의 나서기로

이런 가운데,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투기 간접 지원 논의에 직접 나설 예정이라고 9일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가 언론에 밝혔습니다.

이 당국자는 해리스 부통령이 10일 바르샤바에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 당국자들과 해당 사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9일 폴란드-루마니아 2박3일 순방길에 오르기 위해 워싱턴 D.C.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하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9일 폴란드-루마니아 2박3일 순방길에 오르기 위해 워싱턴 D.C.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하고 있다.

최근 미국과 동맹국들은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에 미그-29를 지원하면, 폴란드에 F-16을 제공하는 방안을 모색해왔습니다.

앞서 8일 폴란드가 미그-29 전투기 28대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기로 했지만, 구체적인 방식에 관해 미국 정부와 이견이 생긴 상황입니다.

독일에 있는 미군 기지를 활용하는 우회 지원 방식을 폴란드가 제시했으나, 미 국방부가 사실상 거절했기 때문입니다.

폴란드 외무부는 8일 성명에서, 보유중인 모든 미그기를 미국에 즉각 인도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전투기들을 독일 내 미 공군 시설인 람슈타인 기지에 배치할 의사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미 국방부는 "쉽게 옹호될 수 있는 방식이라고 생각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미국 정부의 처분에 맡겨진 전투기가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것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 전체에 심각한 우려가 될 수 있다"며 "이 문제를 폴란드를 포함한 나토 회원국들과 계속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영국 국방부는 이날(8일) 폴란드가 어떻게 결정하든 지원할 준비가 됐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폴란드가 미그기 지원을 결정하면서 러시아의 보복을 우려해 미군 기지 활용 방식을 제시하자 미 국방부가 난색을 표시한 것입니다.

미 당국은 폴란드의 발표가 사전 협의 없이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가 이용하는 전투기들이 이륙하는 시설 제공 당사자도 "전투에 관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난 6일 이고르 코나셴코프 국방부 대변인을 통해 경고한 바 있습니다.

해리스 미 부통령은 9일부터 11일까지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와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에서 우크라이나 관련 현안을 살필 계획입니다.

-"푸틴, 민간인 사상 관계없이 밀어붙일 것"

미 정보기관장들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의 공세가 더욱 강화되고, 민간인 사상자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애브릴 헤인스 미 국가정보국장(DNI)은 조만간 "외교적 협상에 도달하지 않는다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억제되지 않고, 오히려 공세를 배가할 것"이라고 8일 하원 정보위원회 연례세계위협 평가 관련 청문회에서 증언했습니다.

애브릴 헤인스(가운데) 미 국가정보국장이 8일 하원 청문회에서 증언하고 있다.
애브릴 헤인스(가운데) 미 국가정보국장이 8일 하원 청문회에서 증언하고 있다.

같은 청문회에 나온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앞으로 몇 주가 매우 험악한(ugly)" 상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번스 국장은 현재 "푸틴(러시아 대통령)은 화가 났고 좌절했으며, 민간인 사상은 거의 개의치않고 한층 밀어붙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우크라이나 항전으로 사태 장기화

러시아는 지난달 24일 개전 후 하루 이틀 안에 수도 크이우를 함락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기대와 다르게 전황이 전개되자 좌절감에 휩싸였다는 게 미 정보기관장들의 공통된 분석입니다.

헤인스 국장은 "그들(러시아)은 예상보다 강력한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저항을 마주했고, 심각한 군사적 결점에 직면한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번스 국장은 우크라이나 측의 강렬한 저항 의지의 배경 중 하나로, 러시아가 2014년 크름반도(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한 경험으로 영토 주권과 국가성에 대한 인식이 강해진 것을 들었습니다.

윌리엄 번스(가운데) 미 중앙정보국장이 8일 하원 청문회에서 증언하고 있다.
윌리엄 번스(가운데) 미 중앙정보국장이 8일 하원 청문회에서 증언하고 있다.

-러시아, 내외 '악재' 직면

한편, 지금까지 러시아군에서 2천명에서 4천명에 이르는 인명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러시아 정부가 제재의 영향을 체감하고 있다고 미 정보기관장들은 설명했습니다.

헤인스 국장은 "러시아가 (침공에 관해) 잘못된 계획, (장병들의) 사기, 군수조달 문제 등 내부의 군사적 도전 과제의 정도를 과소평가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미국 주도로 세계 주요 국가들과 민간 기업들까지 동참한 제재 또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주요 동맹국과 함께 대러시아 경제 제재를 확대해온 미국은 이날(8일) 러시아산 원유와 석유 가공제품, 천연가스, 석탄 등 에너지 금수까지 단행했습니다.

번스 국장은 러시아 당국의 언론 통제 때문에, 러시아 대중이 군사·경제적 시련을 알게되기 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헤인스 국장은 "그럼에도 푸틴(러시아 대통령)은 단념하지 않고 우크라이나 비무장화와 중립화를 달성하고자 할 것"이라면서, "우크라이나가 미국, 나토와 더 통합하는 걸 막기 위해서 오히려 더 (군사행동) 수위를 높여서 세게 나갈 수 있다는 게 우리 분석가들의 판단"이라고 밝혔습니다.

미 정보기관장들은 아울러,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의 포위 작전을 버텨내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내놨습니다.

스콧 베리어 국방정보국장(DIA)은 이날(8일) 청문회에서 "(식량과 생필품 등) 공급이 끊기면, (수도 크이우의 상황이) 열흘에서 2주 뒤면 어느 정도 절박해질 것"이라고 증언했습니다.

-중국 "역할 발휘하겠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우크라이나 사태 중재에 관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중국과 독일, 프랑스 정상이 8일 화상 회담하고 있다. 화면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중국과 독일, 프랑스 정상이 8일 화상 회담하고 있다. 화면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8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화상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중재하기 위해 하고있는 모든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면서, 중국은 "유럽과 소통하고, 당사국 요구에 근거해 국제사회와 함께 적극적인 역할을 발휘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시 주석은 "중국은 각국의 주권과 영토 보전이 존중돼야 하고, 유엔 헌장의 취지와 원칙이 준수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각국의 합리적 안보 우려도 중시돼야 한다”며 친러시아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 주도로 진행되는 대러시아 제재에 불참하면서, 제재 조치들이 불안을 키우고 있다고 주장해왔습니다.

한편 이날(8일) 지나 레이몬도 미 상무장관은 중국 기업들에 대한 경고를 내놨습니다.

레이몬도 장관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러시아에 대한 수출 통제 조치에 불복하는 중국 기업들에 미국산 장비와 소프트웨어 공급을 차단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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