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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DPAA 진주현 박사] “원산에 3시간 머물며 미군유해 돌려받아…상세 목록 제공”


지난달 27일 북한 원산에서 미 국방부 산하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DPAA)의 존 버드 감식소장과 진주현 박사가 북한이 제공한 미군 유해 송환 관련 서류를 살펴보고 있다.

미군 당국은 북한 원산에 3시간 동안 머물며 미군 유해를 돌려받았으며, 북한으로부터 적극적인 협조를 받았다고 미국 국방부 산하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DPAA)의 진주현 박사가 밝혔습니다. 송환된 유해의 신원 확인을 이끌 제니 진 박사는 8일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북한 측이 상세한 유해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등 사전 준비를 철저히 했다고 말했습니다. 유해의 상태는 괜찮은 편이고 미군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초기 감식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안소영 기자가 진주현 박사를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북한이 송환한 한국전 참전 미군 유해의 신원 확인 작업을 이끌게 되셨습니다.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진 박사) 저는 ‘한국전 신원 프로젝트’를 9년 째 해오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번처럼 제가 초기에 북한 측과 회담하는 것부터 원산에 갔다가 하와이로까지 유해를 이송해 온 적은 처음이라 감회가 새롭습니다.

기자) 그럼 이제 또 다른 프로젝트가 시작되는 건가요?

진 박사) 저희가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것은 아니고, 새로운 유해를 받은 겁니다. 새로운 유해들이 기존에 운영되고 있던 ‘코리안 워 프로젝트’의 일부로 흡수돼서 계속해서 진행되는 겁니다.

기자) 2011년부터 맡아 오신 ‘K208’도 ‘코리안 워 프로젝트’에 포함돼 있는 건가요?

진 박사) 처음’ K208’이 북한에서 1990년대 송환한 208개의 유해함에 들어있던 유해를 감식하던 프로젝트를 말하는데요, 그 이후에도 북한에서 발굴해 가져 온 유해도 있었고, 여러 가지 한국전과 관련한 유해들이 많아서 프로젝트가 점점 커졌어요. 그래서 저희가 ‘K208’을 새로 ‘코리안 워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붙이게 됐어요. 그래서 한국전과 관련한 모든 유해들이 제가 담당하고 있는 ‘코리안 워 프로젝트’로 들어오고 있는 겁니다. 이번에 송환된 유해들도 마찬가지로 ‘코리안 워 프로젝트’의 일부입니다.

기자) 규모가 점점 커지는데, 인력도 추가 배치됐나요? 팀 구성이나 예산 배정이 어떻게 짜여졌는지 궁금합니다.

진 박사) 기존에 저까지 포함해 5명이 있었는데요. 이번 유해 송환 덕분에 인력을 2배로 늘려 주겠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습니다. 예산도 현재 저희 감식소에 추가로 85만 달러가 배정됐고요.

기자) ‘미군 유해 송환’이 미-북 간 공동성명에도 명시된 사항이고 해서, 사실 처음에는 송환이 빨리 이뤄질 것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그런데 기대했던 것 보다 지연됐는데, 왜 그랬다고 보시나요?

진 박사) 저도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합의서에 ‘최대한 빨리’ 준다고 되어 있잖아요. 북한이 생각하는 ‘최대한 빨리’와 우리가 생각하는 ‘최대한 빨리’가 달랐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기자) 이번 ‘유해 송환’의 모든 과정에 참여하신 거잖아요. 앞서 말씀 하신 것처럼 북한과의 회담부터요. 송환 일정이 지연되면서 계속 한국에서 대기하고 계셨던 건가요?

진 박사) 네.

기자) 그럼 원산에 들어가서는 어떤 작업을 진행하셨나요?

진 박사) 원산에 도착해서 저희가 준비 돼 있는 유해함들을 일일이 다 열어보고요. 각 유해마다 어떤 유해가 들어 있는지, 얼마나 들어 있는지, 동물 뼈가 섞여 있지는 않은지, 그런 ‘간략한 감식’을 시행했습니다.

기자) 이번 유해들이 미군의 것일 가능성이 높다라는 발표가 있었는데, 지금 말씀 하신 것처럼 그런 간략한 감식만을 통해서도 누구의 유해인지, 신원에 대한 일종의 큰 틀은 잡히는 건가요?

진 박사) 뼈의 형태나 크기를 보면 대충 이 사람이 유럽계 인종인지 아프리카계 인종인지, 아니면 동양계인지는 거의 윤곽이 잡혀요. 이번에 저희가 확인해 본 바로는 대부분이 유럽계나 아프리카계 인종으로 보였어요. 물론 아시아계도 있을 수 있지만, 지금 현재 약 미군 7천 6백여 명이 실종된 상태인데, 그 중에 백 명 정도만이 아시아계 미국인이거든요. 그 부분도 저희가 고려해서 뼈의 모양만 보고 ‘아시아인이기 때문에 미군이 아니다’라고 단정할 수는 없어요. 그리고 UN 참전 16개 국 중에 90%가 미국인이었고, 그러다 보니 실종 인원도 미군이 가장 많습니다. 그래서 이런 여러 가지를 종합해 보면, 미군 유해일 가능성이 높은 겁니다.

기자) 북한은 유해를 미리 발굴해 보관하다가 송환한다고 들었습니다. 이번에 직접 보신 유해 상태는 어땠나요? 과거와 비교해 특이한 점이라든가 기억에 남는 유해가 있으신가요?

진 박사) 1990년대 저희가 받은 유해와 보존 상태는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때도 보존 상태가 그렇게 좋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괜찮은 편이었고, 이번에도 비슷합니다.

기자) 흔히 군번줄로 불리는 ‘인식표’ 1개를 유해와 함께 받으셨습니다. 다른 유품은 어떤 것들이 있었나요?

진 박사) 인식표 1개 외에 철모도 몇 개 있었고요. 그리고 군인들이 가지고 다니던 수통이나 숟가락, 도시락 통, 군복에 달려 있던 단추들이 있었습니다.

기자) 이런 소지품들이 유해 신원을 확인하는 데 단서가 될 수 있나요? 과학적 방법을 동원하기 전에 어떤 도움을 주는 지 궁금합니다.

진 박사) 유품을 통해서 미군일 것이라고 추정은 할 수 있지만, 사실 유품이라는 것이 남의 것을 가져다가 자기가 움직일 수 있는 물건이기 때문에 유품이 신원 확인에 결정적 단서가 되지는 않습니다.

기자) 미군 유해함 55구를 받았다고 해서, 미군 유해 55구를 받은 의미는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더 적을 수도 있고, 더 많을 수 있다던데,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건가요?

진 박사) 북한 측에서도 발표하기를 55개의 상자 가운데 35개가 장진호에서 수습됐다고 얘기했습니다. 북한 측 발표 자료에 의하면 장진호 지역에서 혼재돼 있던 유해라고 했습니다. 그 말은 여러 사람의 유해가 섞여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그것을 여러 상자에 분류하다 보니까 그 과정에서 정확히 한 상자 당, 한 사람의 유해로 분류했는지를 저희가 바로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그 부분은 이제 저희가 추가로 감식을 진행해 봐야, 55구 보다 더 많은지, 적은지를 알 수 있을 겁니다.

기자) 원산에서 작업하시는 동안 북한 측은 어떤 협조를 했나요?

진 박사) 저희가 원산에 도착해서 3시간을 체류했는데, 그 3시간 동안 북한이 정말 준비를 잘 해줬고, 협조도 잘 해줬습니다. 일단 유해함을 굉장히 잘 꺼내 놓았고요. 또 저희가 보기 쉽도록 잘 배열해 놨습니다. 또 각 유해함 마다 어디서 발굴한 건지, 어떤 것들이 들어있는 지에 대한 상세한 목록을 저희에게 전달했습니다.

기자) 북한이 비교적 적극적으로 협조해줬다고 볼 수 있겠군요.

진 박사) 네.

기자) 그런데 처음에는 유해 200구 정도가 온다고 했는데, 55구만 전달됐습니다. 당초보다 줄어든 이유에 대해 들으신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진 박사) 아니요. 북한에서 처음에 50여 구를 준다고 해서, 50여구를 받아왔습니다.

기자) 유해 송환과 관련한 보상 문제가 얽혀 있어서 그렇다는 관측도 있는데, 어쨌든 국무부는 북한이 이번에 돈을 요구하지 않았고, 또 돈이 오가지도 않았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래도 과거에 발굴 비용 등으로 건네는 자금은 있었죠?

진 박사) 네, 저희가 발굴에 들어가는 경우는 북한뿐 아니라, 어디를 가든지 그 지역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보상 비용이 들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논밭으로 들어가야 하는 경우라면 토지보상 등 이런 보상의 개념으로 발굴 비용을 지불합니다.

기자) 그럼 이제 하와이 DPAA에 도착한 유해들은 신원확인을 위해 어떤 작업을 거치게 되는 건가요?

기자) 하와이로 이송된 유해들은 다른 지역에서 들어온 유해들과 똑같은 과정을 거쳐서 감식을 진행합니다. 일단 정확히 어떤 부위가 들어왔는지를 먼저 봐야 됩니다. 이후 뼈를 데이터베이스에 넣고, DNA 검사를 위해서 저희가 시료를 떼어 냅니다. DNA 검사의 경우는 모계로 유전되는 미토콘드리아 DNA를 먼저 검사해요. 그 검사 후에 추가로 필요하면 핵 DNA 검사까지 병행하는 것입니다. 만약 쇄골 뼈가 남아 있는 경우라면, 실종된 미군들의 흉부 X레이와 비교하는 프로그램도 있어요. 그 부분도 함께 진행할 수 있습니다. 치아의 경우도, 실종 군인들의 생전 치아 기록과 비교하면 신원을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기자)유해 신원을 모두 확인하는 데까지는 얼마나 걸릴 것으로 보시나요?

진 박사) 글쎄요. 유해 보존 상태에 따라서 DNA가 얼마나 잘 나오는 지 문제도 있고요. 또 설령 DNA가 잘 검출됐다 하더라도 그 검출결과와 비교해 볼 수 있는 유가족 DNA 샘플이 있는 지 여부도 중요하기 때문에 빠르면 몇 달 안에도 신원 확인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중에 하나라도 저희가 가지고 있는 정보가 부족하거나 DNA가 안 나오게 되면 몇 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국방부가 내년 봄쯤, 북한과 미군 유해 발굴 작업을 재개하길 계획하고 있는데, 그렇게 되면 진 박사님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게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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