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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미북 유해발굴 합의문’ “570만 달러 3회 분할 지급”…조달 장비 등 세부 내역 담아


지난 27일 한국 오산공군기지에서 군인이 북한으로부터 송환된 미군 전사자 유해가 담긴 나무상자를 운구차로 옮기고 있다.

VOA가 지난 2011년 10월, 미-북이 미군 유해 발굴 작업 재개에 공동 합의하며 서명한 ‘합의기록’을 입수했습니다. 북한에 배상금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지불해야 하는지 등 북한의 요구 사항들이 조목조목 나열됐습니다. 안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011년 10월 20일, 미-북이 태국 방콕에서 열린 회담을 통해 체결한 ‘미군유해 공동발굴 합의기록’은 미국 측 대표였던 로버트 뉴베리 국방부 부차관보와 북한 측의 박림수 판문점 대표부 대표가 나란히 서명했습니다.

VOA가 최근 입수한 5장짜리 ‘합의기록(Record of Arrangement)’에는 발굴 인력의 구성과 작업 위치에서부터 장비와 물자 보급, 준수사항까지 세세한 약속이 담겼습니다.

지난 2011년 10월 20일, 미국과 북한이 합의한 ‘미군유해 공동발굴 합의기록’. 북한에 배상금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지불해야 하는지 등 북한의 요구 사항들을 조목조목 나열했으며, 미국 측 로버트 뉴베리 국방부 부차관보와 북한 측 박림수 판문점 대표부 대표가 서명했다.
지난 2011년 10월 20일, 미국과 북한이 합의한 ‘미군유해 공동발굴 합의기록’. 북한에 배상금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지불해야 하는지 등 북한의 요구 사항들을 조목조목 나열했으며, 미국 측 로버트 뉴베리 국방부 부차관보와 북한 측 박림수 판문점 대표부 대표가 서명했다.

작업은 2012년 3월, 250명이 동원되는 한 달간의 북한 측 사전 조사를 거쳐 10월까지 진행한다고 명시했습니다.

4월 3일부터 20일까지 ‘베이스캠프’를 건설하고, 4월 24일부터 5월 29일까지 1차 ‘합동 작업’을 시작해 6월 5일부터 7월 10일까지 2차 작업을 실시하며, 3차와 4차는 각각 8월 4일부터 9월 8일, 9월 11일부터 10월 18일까지 진행하는 일정입니다.

‘사전 조사’는 미국 측이 제안 장소 목록을 주면, 양측이 답사 지역을 검토한 뒤, 이를 합동 현지작업 지역으로 결정할 지는 차후 발표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일단 결정된 작업 위치로 북한측이 유해를 발견했다고 밝힌 평안북도 운산 군과 함경남도 장진 군을 지정했습니다.

문서에 적힌 작업 참여 인원은 북한이 540명, 미국이 34명입니다.

북한은 발굴에 110명, 작업과 지원에 430명을 동원하며, 미국은 발굴 작업 장소인 운산과 장진 '베이스캠프'에 각각 13명씩, 그리고 합동답사팀과 평양 연락소에 각각 4명씩 배치합니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배상’ (Compensation) 항목입니다.

미국은 북한에 미화 $5,699,160을 제공해야 하며, 3차례에 걸쳐 제공한다고 적시했습니다. 2012년 3월 9일 1차로 $1,500,000를 지불한 뒤, 8월 24일에 $2,600,160를, 나머지 $1,500,000를 10월 19일에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모두 판문점에서 지불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또, 미국은 북한에 ‘베이스캠프’ 건설과 작업에 필요한 장비와 물자를 제공한다고 명시했습니다.

SUV 30대와 화물차 2대를 북한의 사전 조사 기간이 시작되는 3월 전에 남포항으로 운송하고, 이후 사전 조사 기간 동안에는 승용차 30대, 버스 4대, 화물차 4대를, 합동 발굴 작업 시에는 승용차 20대와 버스 6대, 화물차 4대를 제공한다는 약속입니다. 차량은 새로운 것이어야 한다는 부분도 눈에 띕니다. 특히 4차례의 공동 작업 종료 후, '베이스캠프' 구조물들은 북한이 보관한다고 적시됐습니다.

북한 측은 구급차 1대를 ‘평양 친선 병원’(Pyongyang Friendship Hospital)에 대기시키고, 현지 작업과 발굴 현장의 안전을 맡는다고 설명돼 있습니다.

보급 물자에 대한 약속도 매우 구체적입니다.

미국은 쌀 72톤과 야채 8.9톤, 육류 26톤을 남포항을 통해 ‘베이스캠프’ 건설 이전에 수송한다고 적시했습니다. 모두 3월안에 북한이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는 겁니다.

여기에는 휘발유 333,204리터, 경유와 석유 122,500리터, 프로판 7톤, 윤활유 8,660리터도 포함했습니다.

미국 인력이 북한에서 작업하며 준수해야 하는 소소한 규칙도 담겼습니다.

자연 재해가 발생하거나 다른 이유로 이동이 불가피할 경우 작업 조는 ‘베이스캠프’에만 머물러야 하고, 미국 작업 팀은 도로에서 차량 속도를 위반하지 않고 제한 속도를 준수해야 하며 오직 새로 구입한 차량과 화물차에만 탑승해야 한다는 문구도 담겼습니다.

이어 차량과 장비에 대한 미국 측의 정비 작업은 북한 측이 지정한 시설을 이용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은 또 미국 팀이 북한에서 작업에 참여하는 동안 항상 ‘베이스캠프’와 ‘작업장’, ‘평양 사무소’간의 연락이 가능한 통신체계를 허용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이는 고주파 음성 무선기 (High-frequency voice radio system)와 유선통신망(Land line communication)을 통한 것인데, 북한 군이 미국 측의 교신 내용을 청취할 수 있도록 미국 측은 무선기 주파수를 제공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작업이 끝난 마지막 날, 유해는 판문점을 통해 이송된다는 점도 합의됐습니다.

이 문건을 토대로 예정됐던 미-북 간 미군 유해 공동 발굴 작업은 이듬해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로 2.29합의가 불발되면서, 이행되지 못했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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