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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매체들, 아세안의 북한 압박 긍정 평가


지난 6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개막한 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서 각국 외무장관들이 손을 맞잡고 단체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6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개막한 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서 각국 외무장관들이 손을 맞잡고 단체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나라들에서 북한에 대한 여론이 계속 악화되고 있습니다. 현지에서 발행되는 매체들은 북한 정권이 핵·미사일 개발로 지역과 세계를 불안정하게 하고 있다며 아세안이 대북 압박을 강화하는 것은 올바른 행보라고 평가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아세안이 북한에 대해 바르게 행동하고 있다.”

태국의 ‘방콕포스트’ 신문은 8일 이런 제목의 사설을 통해 동남아시아국가연합, 아세안의 대북 압박 움직임을 긍정 평가했습니다.

특히 아세안 외무장관들이 지난 5일 만장일치로 북한 정권에 미사일과 핵무기 시험을 중단해 전쟁으로 치닫는 행위를 멈추라고 요구한 것은 “역사적인 순간”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세안이 국제 위기에 대해 이렇게 직접적이고 명백하게 견해를 밝힌 것은 1980년대 베트남-캄보디아 전쟁 이후 처음이란 겁니다.

신문은 북한의 적대적이고 불법적인 무기 프로그램을 두둔하는 시도는 이제 거의 없다며, “김정은 정권의 행위는 용인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아세안이 북한을 국제사회에 편입시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 온 점을 볼 때 북한 정권의 이런 불법 행위에 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중대한 행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법규를 위반하며 고립을 자초할지는 전적으로 북한 정권의 선택에 달렸으며, 그 대가는 전적으로 북한 정권의 잘못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 포스트’신문도 8일자 논평에서 “아세안이 이번 지역안보 포럼(ARF)에서 북한에 거친 사랑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신문은 아세안 회원국과 여러 나라들이 아세안 지역안보 포럼에서 북한 대표단에 핵·미사일 개발과 시험에 우려를 표명했다며, 특히 레트노 마르수디 인도네시아 외무장관의 대북 압박 움직임을 자세히 소개했습니다.

마르수디 장관은 8일 열린 회의에서 북한이 아세안과 계속 협력하려면 북한이 가입한 아세안 우호협력조약(TAC)을 준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는 겁니다.

마르수디 장관은 특히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는 정치적·경제적 안정을 위협하는 행위이자, 관련 위협이나 무력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아세안 우호협력조약 10조와 13조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2008년 싱가포르에서 아세안 우호협력조약에 가입했습니다.

신문은 마르수디 장관이 북한의 책임 있는 자세를 거듭 촉구했다며, 아세안 회원국들 역시 앞서 발표한 성명에서 북한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전했습니다.

싱가포르의 ‘스트레이츠 타임스’ 신문도 아세안이 “불량국가”에 유엔 안보리 결의 준수를 촉구했다면서, 북한에 대한 별도의 성명이 발표된 사실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아세안은 한반도에 관한 우려를 담은 강력한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하길 원했다”는 알란 카예타노 필리핀 외무장관의 발언을 소개했습니다.

아세안 회원국들은 개별적으로 북한과의 관계를 축소하고 있습니다.

돈 쁘라뭇위나이 태국 외무장관은 8일 방콕에서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을 만나 태국과 북한의 올해 상반기 교역 규모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4% 감소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태국은 유엔의 선한 회원국으로 (대북)결의들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스트레이츠 타임스’신문도 말레이시아 관리들을 인용해 말레이시아 정부가 북한과의 관계 축소를 요청하는 틸러슨 장관의 요청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말레이시아는 지난 2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암살 사건 이후 북한과의 정치·경제 관계를 축소하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 관리들은 앞서 지난해 대북 교역 규모가 400만 달러이며, 계속 감소 추세에 있다고 밝혔었습니다.

아세안 국가들은 전통적으로 북한과 우호관계를 유지해 왔지만 지난 2월 김정남 암살 사건과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부쩍 늘어난 핵·미사일 시험에 대한 우려로 정부 뿐아니라 국민들의 시선도 냉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아세안 국가 정부들이 북한과의 관계 단절이나 아세안 지역안보 포럼에서 북한의 회원 자격을 박탈 가능성은 적어 보입니다.

알란 카예타노 필리핀 외무장관은 8일 아세안의 북한 성명은 우호관계 단절이 아니라, 교착 상태를 타개하기 위한 대화나 논의가 없는 것에 불만을 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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