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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의 해' 미 의회 지형 변화 촉각...미 대법원장 "AI 사용 주의·겸손 필요"


워싱턴 D.C. 시내 미 의사당 전경 (자료사진)
워싱턴 D.C. 시내 미 의사당 전경 (자료사진)

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올해 미국은 대통령도 새로 뽑지만, 연방 상원과 하원 선거도 동시에 진행되는 만큼 의회 지형에도 변화가 예상됩니다. 하원의 경우 이미 36명이 넘는 의원들이 불출마를 선언했는데요. 새해 정계에 있을 변화를 짚어봅니다. 존 로버츠 미 연방 대법원장은 2023 연말 보고서를 통해 법조계가 AI 기술을 사용하는 데 있어 “주의와 겸손(caution and humility)”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여러 주에서 새해를 맞아 새로운 법이 다수 발효됐는데요. 관련 소식 이어서 전해 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입니다. 2024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미국은 올해 매우 중요한 정치적 행사가 열리죠?

기자) 네, 올해 11월 5일에 대통령 선거가 열립니다. 민주당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도전장을 내밀었고요. 공화당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위를 보이는 가운데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와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등이 공화당 예비후보로 나서 연초부터 본격적인 경선 과정을 시작하게 됩니다.

진행자) 가장 큰 관심은 물론 백악관의 주인이 누가 될 것인지 여부일 텐데요. 올해 선거에서는 백악관뿐 아니라 의회 지형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대통령 선거 때 연방 상·하원 선거도 동시에 실시되기 때문입니다. 하원의 경우 435명 전원을 새로 뽑고요. 상원은 34석을 새로 뽑습니다.

진행자) 현재 상원과 하원의 정치적 지형은 어떻습니까?

기자) 상원은 총 100석 가운데 민주당 소속 의원이 48명이고요. 공화당 소속은 49명입니다. 그런데 무소속 의원 3명이 민주당 성향이기 때문에 사실상 상원은 현재 민주당이 다수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원은 435석 가운데 민주당 소속이 213명, 공화당은 220명이고요. 2석이 공석입니다.

진행자) 우선, 상원 쪽 상황부터 살펴볼까요?

기자) 네, 상원은 올해 새로 뽑는 의석 34석 가운데 민주당이거나 민주당에 가까운 무소속 의원이 23명이고요. 공화당 의원은 11명입니다. 상원은 현재 의석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민주당이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선 한 석도 잃어서는 안 되는 입장입니다. 그런데 ‘월스트리트저널’ 등 일부 언론에서는 올해 상원의 다수당이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진행자) 왜 이런 전망이 나올까요?

기자) 초당적 선거 분석 매체인 ‘인사이드 일렉션스’에 따르면 민주당이 방어해야 할 23석 가운데 8석이 ‘경합’ 또는 ‘열세’ 지역으로 분류됐습니다. 반면 공화당 현역 상원의원들이 재선에 나서는 곳은 모두 2020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한 지역이고요. 한 지역만 ‘경합’으로 분류됐습니다. 또한, ‘CNN’ 방송은 올해 뒤집힐 가능성이 가장 높은 상원의 주요 10석 가운데 7석이 민주당 의석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진행자) 민주당이 의석을 잃을 가능성이 큰 지역이 어디입니까?

기자) 몬태나와 오하이오, 웨스트버지니아주 등이 거론됩니다. 특히 웨스트버지니아는 민주당의 상원 다수당 수성 가능성에 가장 큰 타격을 입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웨스트버지니아 출신인 조 맨친 상원의원이 지난해 11월 불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입니다. 웨스트버지니아는 2020년 대선에서 39%P의 큰 차이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한 주인데요. 공화당 후보가 차기 상원의원에 당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한 상황입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공화당이 다시 상원 다수당이 될 가능성이 있겠군요?

기자) 네, 하지만 아직 예단할 수 없습니다. 모든 선거가 그렇듯이 선거는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것이죠. 게다가 2020년 대선을 앞두고도 공화당이 다수당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결국 민주당에 다수당 자리를 내준 바 있습니다. ‘인사이드 일렉션스’의 네이선 곤살레스 발행인은 “공화당이 상원을 장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갖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앞서 공화당이 기회를 놓치는 걸 보아왔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연방 상원 살펴봤고요. 연방 하원 쪽은 어떻습니까?

기자) 하원에서는 36명 이상의 현직 의원이 올해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이 중 11명은 상원의원으로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요, 그 외 주 정부나 지역 공직 등으로 옮겨가는 의원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의원들이 연말 연휴,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돌아온 뒤 다시 의회가 문을 열면 더 많은 은퇴 선언이 있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진행자) 불출마 선언을 한 의원들의 소속 정당도 궁금한데요?

기자) 민주당 의원은 약 24명이, 공화당 소속 의원은 14명이 하원의원 재선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많은 의원이 이렇게 은퇴 선언을 한 배경이 있을까요?

기자) 하원의 정치적 상황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지난 2022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은 다수당을 탈환했지만 당내 갈등으로 무려 15번째 투표 끝에 올해 초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을 신임 하원의장으로 선출했습니다. 그런데 매카시 의장이 1년도 채 임기를 못 채우고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는데요. 지난 10월 매카시 의장 해임안이 통과된 겁니다. 또 새 회계연도 임시 지출안 처리와 국가 부채 설정 등을 두고 여러 진통이 이어지면서 의원들의 은퇴 선언이 잇따랐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의원들이 일종의 좌절감 또는 실망감을 느껴 하원을 떠날 생각을 하게 됐다는 건가요?

기자) 네, 일부 의원은 인터뷰를 통해 “이 일을 좋아하지만, 하원을 떠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반론을 제기하는 전문가들도 있는데요. 워싱턴의 민간 단체인 브루킹스연구소의 몰리 레이놀즈 연구원은 ‘AP’ 통신에 “의원들은 공직에 출마하기로 결정했을 때 자신의 기관이 현재 어떤 상태인지 알고 있다”며 “의원들 중 일부는 좌절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최근 당선된 의원이라면 워싱턴에 와 목도한 것들에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그럼 또 다른 원인이 있다는 건가요?

기자) 네, 더 높은 공직으로 가겠다는 야심이 작용했다는 분석입니다. 한 예로 지난 9월 사망한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의원의 자리를 두고 현재 캘리포니아주 출신 하원의원 3명이 동시에 출사표를 던졌고요. 또 미네소타주의 딘 필립스 하원의원은 대선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진행자) 민주당 소속 하원의원들의 불출마 선언이 다수당 지위에도 영향을 미칠까요?

기자) 아직 예단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공화당의 경우 은퇴하는 의원들 지역구가 대부분 민주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지역구들인데요. 하원 공화당의 선거대책위원장인 리처드 허드슨 의원은 “공화당 의원들의 자리는 같은 당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존 로버츠 미 대법원장 (자료사진)
존 로버츠 미 대법원장 (자료사진)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 보겠습니다. 미 연방 대법원장이 인공지능(AI)에 관해 언급했군요?

기자) 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지난달 31일 발표한 2023년 연말 대법원 보고서에서 AI의 양면성에 관해 언급했습니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AI는 법조계에 혼합된 축복을 가져다준다”며 진화하는 기술이 판사와 변호사들의 업무 방식을 변화시키는 만큼, “주의와 겸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AI가 법조계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부정적인 영향도 줄 수 있다는 건가요?

기자) 맞습니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13쪽에 달하는 보고서에서 AI는 가난한 소송 당사자들의 사법 접근성을 높이고, 법률 연구에 혁명을 일으키는 한편, 더 신속하고 저렴한 비용으로 법원이 사건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AI 사용 증가로 인해 개인정보 보호에 어려움이 있고 인간의 재량을 따라올 수 없는 기술적 한계가 있으며, AI로 인한 진위 논란 역시 커지고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요즘 AI 기술을 보면 워낙 정교해서요. 이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하기 힘든데, 이런 기술이 법정에서도 쓰인다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일부 변호사들이 AI를 활용해 법원 기록에 존재하지 않는 판례를 인용하고 있는 사례가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AI가 거짓 정보를 사실인 양 지어내는 ‘환각 현상(hallucination)’은 “올해 헤드라인을 장식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관련 재판 과정에서 나온 AI 논란이 대표적인 예라고 하겠습니다. 한때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 씨는 최근 공식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변호사에게 전달한 서류에 실수로 AI가 만든 가짜 판례가 포함됐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진행자) 법정에서도 이제 AI 기술을 규제해야 할 때가 된 것 같군요?

기자) 맞습니다. 이에 지난달 뉴올리언스 연방항소법원은 ‘챗GPT’ 같은 생성형 AI 도구의 사용을 규제하는 규칙을 제정했습니다. 변호사들이 법률 문건을 작성하는 데 AI에 의존하지 않은 점, AI가 작성한 텍스트의 정확성을 인간이 검토했음을 증명해야 하는데요. 미국 13개 항소법원 가운데 AI 규제와 관련해 나온 첫 제안이라 화제가 됐습니다.

진행자) 일각에서는 AI 기술이 발달하면 판사도 없어질 것이다, AI가 데이터를 바탕으로 판결을 내릴 것이다, 이런 말도 있거든요?

기자) 맞습니다. 하지만 로버츠 대법원장은 사실에 관한 한 이른바 ‘회색지대’가 존재한다며, AI의 기술로는 판단할 수 없는, 사람인 판사만 진실성을 간파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인간 판사가 한동안 존재할 것으로 확신했는데요. 하지만 동시에 사법 업무, 특히 재판은 AI의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습니다.

캘리포니아주의 한 총포상에 판매용 엽총이 전시돼 있다. (자료 사진)
캘리포니아주의 한 총포상에 판매용 엽총이 전시돼 있다. (자료 사진)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마지막 소식입니다. 2024년 새해가 밝으면서 몇 가지 주법이 새로 발효됐죠?

기자) 네, 지난해 일부 주에서 총기 소유와 다양성 프로그램, 최저시급, 그리고 성전환 치료 등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던 몇 가지 법안이 통과됐는데요. 2024년 1월 1일부로 즉각 효력이 발생한 몇 가지 법 가운데 특히 총기 소유 관련 규제법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진행자) 어느 주의 법입니까?

기자) 네. 캘리포니아주 법인데요. 1일부터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대부분의 공공장소에서 총기를 소지할 수 없습니다. 공원과 놀이터, 교회, 은행, 동물원 등 26개 장소에서 눈에 띄지 않게 총기를 소지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 금지령은 총기 은닉 휴대가 허용됐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모두에게 적용되는데요. 다만 민간 건물 소유 사업체에서 면허 있는 사람의 총기 반입을 허용한다는 표지판이 있는 경우는 예외로 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 법은 발효 약 열흘을 남기고 제동에 걸렸었죠?

기자) 맞습니다. 이 법은 개빈 뉴섬 주지사가 지난 9월 서명하고 1월 1일부터 발효될 예정이었는데요. 그런데 공식 발효 약 10일을 남겨두고 주 연방지방법원은 해당 법이 위헌이라며 추가 법적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법 집행을 일시적으로 정지하도록 했습니다. 총기 소지 권리를 보장한 수정 헌법 제2조에 반하고, 자신은 물론 사랑하는 이를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을 박탈한다는 것이 법원의 설명이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어떻게 법원의 정지 명령이 풀린 겁니까?

기자) 지난 30일이죠. 법 발효 예정일 이틀을 남기고 미 제9순회 항소법원이 해당 명령의 시행을 유예한다고 결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캘리포니아주가 공공장소에서 총기 소지를 금지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겁니다.

진행자) 다양성 프로그램 관련 법은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D.E.I. 이니셔티브’로 불리는 다양성 프로그램은 한 집단에서 다양성과 형평성, 포용성을 증진하는 프로그램인데요. 텍사스주 의회가 지난 5월 말 주 공립 대학에서 이 다양성 프로그램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는데, 이번에1일부터 발효된 겁니다. 보수 성향의 텍사스주 일부 의원은 이 프로그램이 납세자의 혈세를 이용해 대학의 인종차별을 부추기고 진보적인 의제를 추진해 왔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다음으로 최저시급 관련 법 보겠습니다.

기자) 네. 22개 주에서 2024년 시작과 동시에 최저시급을 인상했습니다. 특히 워싱턴주와 캘리포니아주, 뉴저지주와 코네티컷주, 메릴랜드주 등 6개 주가 최저시급을 15달러 이상으로 인상했습니다. 다만 서비스 분야에서 팁을 받는 직원의 최저시급은 예외입니다. 국가고용법 프로젝트에 따르면, 약 40개 시와 카운티도 최저시급을 인상할 예정인데요. 이에 따라 시간당 최저시급 15달러 이상을 받는 직원이 많아질 전망입니다.

진행자) 마지막으로 살펴볼 주법은 성전환 치료 관련 내용입니다. 어떤 주에서 성전환 치료를 금지했습니까?

기자) 지난해 공화당이 장악한 최소 20개 주가 청소년에 대한 성전환 치료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법을 통과시켰는데요. 루이지애나와 웨스트버지니아가 새해 첫날부터 이 법의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다만 웨스트버지니아주는 부모의 동의가 있는 경우, 또 의사 2명으로부터 성별 불쾌감(gender dysphoria) 진단을 받을 경우, 미성년자도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허용했고요. 또 미성년자가 자해나 자살 위험이 있는 것으로 간주될 경우, 의사가 약물치료를 처방할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을 뒀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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