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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간부혁명' 강조…위기관리용 대규모 문책 인사 가능성


19일 북한 평양에 당 제8차대회가 제시한 과업을 관철하자는 내용의 구호가 걸려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직무태만을 이유로 정치국 상무위원을 포함한 책임간부들을 해임하면서 간부들에 대한 추후 대대적인 단속을 예고했습니다. 식량난 등 내부 위기가 깊어지는 가운데 대규모 문책인사 바람이 불어 닥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당 결정과 국가 중대과업을 태만하게 했다는 이유로 책임간부들을 해임하면서 간부혁명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올 들어 공식석상에서 경제 실패와 식량난 등 내부 어려움을 스스로 인정하면서 간부들을 질책하는 모습을 종종 보여왔습니다.

하지만 북한 권력의 최고위층인 정치국 상무위원까지 포함시킨 이번 해임 조치는 향후 대대적인 문책인사를 예고하는 신호탄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이번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중앙과 지방의 일꾼들에 대한 자료가 통보됐고 법적, 당적으로 검토 조사하고 해당 대책에 대한 결정을 승인한 대목을 주목하면서 추가적인 인사 조치의 범위가 상당히 큰 규모로 이뤄질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정치국 상무위원, 정치국 위원, 후보위원 그 다음에 비서, 국가 간부까지라는 것은 내각까지 손을 댄다는 얘기거든요. 그러면 대규모 문책인사는 확실해 보이고요. 다만 이게 심화조 사건처럼 많은 사람들의 희생으로 가느냐 아니면 혁명화 작업이나 하방이나 이 정도로 끝나느냐는 두고 봐야 되는데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일 1면 사설에서 "지금이야말로 첨예하게 제기되는 경제 문제를 풀기 전에 간부혁명을 일으켜야 할 때"라며 간부들에게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지키기 위해 맡은 책무를 다하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상의 경고메시지를 실었습니다.

북한 전문가들이 이번 인사 조치를 일회성으로 보지 않은 이유는 간부 개인의 부정부패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역과 관련한 돌발 사건이 본질적인 이유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간부들의 무능과 무책임 탓에 신종 코로나 방역과 관련해 '중대사건'이 발생했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또 간부 비리 보다는 무능력과 직무태만에 질책의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인태 박사는 김 위원장의 ‘인민대중 제일주의’는 일반 주민은 너그럽게 포용하면서 간부들은 가혹하게 다루는, 과거 김정일 시대에도 내부 사정이 힘들 때 내세웠던 구호라며 지금은 상부 권력층까지 포함한 간부들에 대한 김 위원장의 주문 강도가 한층 세지고 있는 양상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김 박사는 간부들이 게을러서가 아니라 최고 지도자의 무리한 주문이 문제라며 이 때문에 앞으로도 간부들에 대한 문책 수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김인태 박사] “8기 2차 전원회의 하면서 경제부장이 날라가는 그게 대표적인 사례거든요. 그 사람들이 일을 태공한 게 아니고 현실에서 도저히 하기 힘든 일을 주문했던 거죠. 그런데 그걸 지금 김정은과 조용원이 선두에 서서, 이번 회의에서도 조용원이 막 간부들한테 삿대질하는 장면이 나오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몰아부치는 명분이 왜 조건이 좋은데 일을 안하느냐가 아니고 조건이 나쁜데 이것을 무조건 해야 한다는 요구거든요.”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황일도 교수도 간부들에 대한 이번 인사 조치의 배경엔 북한 경제 운용의 구조적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황 교수는 북한이 자력갱생 노선을 천명하면서 북한 경제에 해묵은 문제로 지목됐던 군이나 국가보위성 등 특수기관의 본위주의 타파를 내세웠지만 역할 분담 문제와 이해관계 때문에 제대로 통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황일도 교수] “통제강화 정책을 김정은 체제가 공식화 한 이후 특수기관의 본위주의, 각 힘있는 기관들이 자기들의 위임과 재량을 마음껏 행사해서 경제를 운영했던 이 구조를 바꾸겠다는 것인데 그러자면 해당기관에서 이것을 운영해왔던 경제 행정 담당 일꾼들의 권한은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이런 부분들 때문에 간부들이 이른바 업무를 태공히 했다, 따라서 이것은 매우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앞으로 상당 기간 이어질 수밖에 없는 갈등 내지는 혼란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조한범 박사는 지금은 김 위원장 집권 이후 최대 위기라며 식량난 등 단기적 해법을 찾기 어려운 문제들에 둘러싸여 정책 실패의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희생양 찾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한편 한국 민간 연구기관인 세종연구소 정성장 북한연구센터장은 이번 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이 승진했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녹취: 정성장 센터장] “김여정이 연단에 서서 조용원과 현송월과 같이 비판을 하기도 했지만 방청석에서까지 그렇게 토론에 적극 참여한 것을 보면 그의 발언권이 상당히 커졌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고요. 그래서 지난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김여정이 정치국 후보위원이나 위원으로까지 승진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황일도 교수는 지난 4월부터 실각설이 돌던 박태성 선전선동부장이 지난달 당 전원회의에 이어 정치국 확대회의에서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며 김 부부장이 선전선동부장 자리에 올랐을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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