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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매체, 김정은 체중 감소 공개…전문가들 "애민지도자상 부각, 주민 불안 반영"


지난 17일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북한 관영매체가 주민과의 인터뷰 방식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체중이 최근 줄어든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애민지도자상을 부각하기 위한 선전선동의 일환이지만 식량난 등에 따른 주민 여론의 불안 요소가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TV’는 지난 2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관람한 국무위원회 연주단 녹화방송을 방영하면서 공연을 시청한 북한 주민이 김 위원장의 ‘수척한 모습’을 걱정하는 인터뷰를 담았습니다.

연주단 공연실황을 감상한 한 주민이 “경애하는 총비서 동지께서 수척하신 모습을 볼 때 인민들은 제일 가슴 아팠다”고 소감을 밝힌 내용이었습니다.

이 주민은 “모든 사람들이 다 눈물이 저절로 나온다고 한다”며 김 위원장의 건강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우려를 대변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7일 군인가족 예술소조원과 기념촬영을 한 뒤 한 달 가까이 공개 활동을 하지 않다가 이달 초 당 정치국 회의를 시작으로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 전원회의 등을 잇달아 개최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당 정치국 회의에서 이전보다 손목시계를 더 조여 맨 게 포착된 데 이어 지난 15일부터 나흘간 진행된 전원회의에서도 눈에 띄게 살이 빠진 모습이 드러났습니다.

이 때문에 공개석상에 나서지 않았던 기간 중에 체중을 감량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고, 일각에선 건강이상설도 제기됐습니다.

최고지도자의 신상 변화와 관련해 언급을 삼가해 온 북한 당국은 이번에도 한동안 침묵을 지켜오다가 주민 인터뷰 형식으로 사실상 김 위원장의 체중 감소를 공식화한 겁니다.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은 위원장의 애민지도자상을 부각시키기 위한 선전선동의 일환으로 김 위원장의 수척해진 모습을 활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황일도 교수는 김 위원장의 감량이 건강관리를 위한 다이어트 차원인지, 건강 이상에 따른 것인지 확인할 순 없지만 지난해와 달리 올들어 부쩍 늘어난 김 위원장 개인 우상화에 초점을 맞춘 북한 당국의 선전선동술의 하나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황일도 교수] “올해는 그게 바뀐 것 같아요. 올해는 오히려 김정은 개인에게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초점을 맞춘 방식으로 선전선동을 구성하고 있는 것이고 그런 면에

있어서 김정은 개인에게 강력하게 초점을 맞춘 이런 방식의 선전선동을 위해서 지금 이전보다 수척해진 모습을 써 먹고 있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봐야 되는 것이죠.”

북한 매체들이 올 들어 김 위원장 개인숭배에 초점을 맞춘 보도들을 크게 늘린 배경에는 올해로 김 위원장 집권 10년을 맞은 때문이라는 관측입니다.

하지만 경제 외교 등 분야에서 내세울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고 조 바이든 미 행정부와 협상 재개를 놓고 신중한 기싸움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핵이나 미사일 실험 등 고강도 도발로 내부 결속을 노리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이미지 정치에 더 열중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선대 지도자들에 비해 정통성이나 권력기반이 취약했던 김 위원장이 집권 초부터 공을 들인 이미지 정치도 실질적 성과 없이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조 박사는 특히 김 위원장이 최근 당 전원회의에서 직접 언급할 정도로 심각한 북한 내 식량 사정도 김 위원장의 체중 감소를 소재로 한 주민 인터뷰가 나오게 된 배경이 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지금 북한의 식량 문제는 하루 이틀 사이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거든요. 김정은 위원장의 이미지 정치의 핵심은 애민정치입니다. 그러니까 인민들이 굶고 있는 상황에서 본인만 비대한 몸집을 보인다는 게 사실 맞지가 않죠. 그러니까 인민들을 위해서 열심히 일을 하고 살까지 빠진 수척한 모습을 보인다는 설정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한국 정보 당국은 감소 이전 김 위원장의 몸무게를 140㎏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얼마나 줄었는지는 구체적으로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최근 사진으로 공개된 김 위원장 모습은 여전히 비만 상태입니다.

탈북민 출신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북한은 비만이 건강과 권위의 상징인 사회라면서 김 위원장의 수척한 모습은 북한의 기성세대들에겐 동정심과 충성심을 자극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한 탈북민은 장마당 활성화로 돈 많은 일반 주민들이 생기면서 북한에서도 다이어트를 의미하는 ‘살까기’를 하는 사람들이 생길 정도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황일도 교수는 배급 경험이 없고 상대적으로 외래 문물 접촉도 많은 ‘장마당 세대’로 일컬어지는 북한 젊은 세대에겐 이 같은 선전선동이 효과가 없을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황 교수는 북한의 선전선동 수준이 사회 변화에 부응하지 못하고 진부한 방식과 과거의 논리를 답습하고 있다면서 최고 지도자의 건강 문제를 우상화에 활용하는 방식도 과거 패턴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조충희 소장은 그럼에도 북한이 이 같은 방식을 고수하는 것은 그만큼 북한 주민들의 여론에 불안요소가 커지고 있음을 방증하는 고육지책이라고 풀이했습니다.

[녹취: 조충희 소장] “코로나가 전 세계적으로 다 일어났는데 그럼 전 세계 사람들이 우리처럼 못 먹고 못 살고 힘들어야 되냐, 병 걸려서 죽으나 굶어 죽으나 마찬가지 아니냐

이런 생각들이 사람들 사이에서 돌아가고 있고 그런 생각들이 돌아간다는 게 북한은 보위부를 비롯해서 주민 상황 조사를 계속 하니까 거기서 감지가 된다는 것을 의미하거든요.”

한편 한국 통일부는 내부적으로 김 위원장의 체중 감소와 관련해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고 판단할 동향은 없는 것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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