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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들 “김정은, '힘의 위치'에서 대미협상 입장 재확인…재개 불투명"


17일 북한 평양에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 3일차 회의가 열렸다.
17일 북한 평양에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 3일차 회의가 열렸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과의 대화와 대결에 모두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밝힌 데 대해 미국과 ‘힘의 위치’에서 협상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미-북 협상 재개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한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과의 대화와 대결 가능성을 모두 언급한 것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접근법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스나이더 선임연구원] “It really reflects a tit for tat approach to what the Biden administration has released..."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은 18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은 미국과의 대화와 대결에 모두 열려있다는 ‘모호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며, 북한 문제에 대해 외교와 억지를 강조하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의 접근법에 맞대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북한도 전반적인 정책적 목표를 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가용한 수단을 모두 열거하고 있다는 겁니다.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은 김 위원장이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북한이 ‘힘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외교에 관여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은 미국과의 외교를 위한 조건을 설정하기 위한 전술적 수단으로서 대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이 북한 내부 결속을 강화하기 위한 성격도 짙어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대결에도 준비돼 있어야 한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은 ‘미국과 한국의 위협으로부터 북한, 특히 북한 정권을 보호하기 위해 계속 희생해야 한다’는 북한 주민들을 향한 메시지라고 말했습니다.

[녹취:맥스웰 선임연구원] “When he says, prepare for confrontation…”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와 경제난 등으로 내치에 집중하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이 연초 노동당 대회에서 중장기 전략으로 내세운 ‘자력갱생’ ‘자급자족’ 기조를 이어가기 위해 외부 위협을 조성함으로써 내부 결속을 시도하고 있다는 겁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김 위원장이 내부 결속을 위해 대결 가능성을 언급했을 수 있다면서도, 미국과의 협상 조건으로 줄곧 고수해온 ‘적대시 정책 철회’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북한 내부 상황과 관련해 미국 등 외부와의 상호작용 가능성도 열어둔 것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발언은 성 김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방한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성 김 특별대표의 방한에 맞춰 ‘완벽하게 실행된 정치전’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맥스웰 선임연구원] “The timing seems like perfectly executed political warfare…”

성 김 특별대표의 방한 직전 나온 김 위원장의 이번 발언은 한국의 문재인 정부가 성 김 특별대표에게 대결이 아닌 북한의 대화 복귀를 위해 8월로 예정된 미-한 연합군사훈련 취소를 적극 제안하도록 유도하고, 이를 통해 미-한 동맹 간 균열을 시도하기 위한 전략일 수 있다는 겁니다.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은 바이든 행정부가 ‘이제 공은 북한에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며 협상 재개에 대한 북한의 반응을 계속 기다릴 테지만 한국도 미국처럼 인내심을 갖고 기다릴 준비가 돼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향후 몇 달 간 성 김 특별대표의 주요 임무는 북한과의 관여가 없는 상황에서 미-한 이견을 관리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은 북한이 현재로선 바이든 행정부와의 협상이 생산적이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면서 여전히 미국과의 협상과 대결 구도 사이 방향을 정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라는 데 대체로 공감했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김 위원장의 발언은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의 협상 재개 제안에 어떻게 반응할지 아직도 결정하지 못했다는 전문가들의 기존 관측을 재확인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세이모어 전 조정관] “I think this North Korean statement confirms…”

김정은 위원장은 한동안 계속 대외 문제보다 식량난과 경제난, 어쩌면 자신의 건강 문제까지 포함한 국내 문제들에 집중할 것이라는 겁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김 위원장이 미국과의 대결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핵과 미사일 실험 재개와 같은 대결 구도로 가기에는 추가 제재와 같은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중국은 현재 미국과 여러 문제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까지 문제를 일으키는 상황은 원치 않을 것이기 때문에 북한은 경제난을 더 악화시킬 수 있는 영향력을 가진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는 행동은 자제할 것이라고,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밝혔습니다.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은 미-북 양측 모두 현재로선 협상의 조건이 맞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가 협상 전 초기 제안으로서는 하기 힘든 여러 종류의 양보를 원하는 것 같다며,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미국의 제안이 있지 않는 한 북한은 자력갱생 기조를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익연구소 한국담당 국장도 미-북 협상과 관련한 북한의 큰 움직임은 한동안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카지아니스 국장] “Right now I think we should expect very little…”

북한은 과거부터 ‘힘의 위치’에서만 대화할 것이라는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았고, 자연재해와 제재, 코로나 관련 국제적 격리와 식량 부족 등 여러 도전에 직면해 현재로선 협상에서 지렛대가 거의 없다고 느낄 것이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핵이나 미사일 실험도, 대화도 하지 않고 내부 문제에 집중하는 듯한 북한의 상황은 적어도 올 가을까지는 이어질 것이라며, 이 것이 김 위원장에게 현재로서는 최고의 전략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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