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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비상 방역서 중대 사건 발생"… 당 정치국 회의 열고 고위층 전격 해임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가 29일 본부 청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재하는 확대회의를 소집했다고, 관영매체가 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전원회의가 끝난 지 불과 11일만에 또 다시 정치국 확대회의를 열고 당 상무위원 등 최고위층 해임을 포함한 인사를 전격 단행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역 부문에서 중대 사건이 발생한 데 따른 조치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대외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은 일부 책임간부들의 직무태만 행위를 엄중히 취급하고 전당적으로 간부 혁명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하기 위해 29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에서 확대회의를 소집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회의를 주재하며 정치국 확대회의를 소집한 이유에 대해 “국가중대사를 맡은 책임간부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국가비상 방역전의 장기화의 요구에 따른 대책을 세울 데 대한 당의 중요 결정 집행을 태만히 함으로써 국가와 인민의 안전에 커다란 위기를 조성하는 중대 사건을 발생”시켰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위원장은 “일하는 흉내만 내고 자리지킴이나 하는 간부들을 감싸줄 권리가 없다”고 간부들에 대한 단호한 처벌 원칙을 밝히면서 “지금이야말로 경제 문제를 풀기 전에 간부 혁명을 일으켜야 할 때”라고 말했습니다.

회의에서는 일부 책임간부들의 직무태만 행위에 대한 고위 간부들의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비판토론에는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과 조용원 당 조직비서, 김재룡 당 조직지도부장, 현송월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등 고위 간부들이 대거 참여했습니다.

회의에선 또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과 정치국 위원, 후보위원, 당 중앙위원회 비서를 소환·선거했고 국가기관 간부들을 이동 또는 임명하는 문책 인사도 단행됐습니다.

북한이 구체적인 인사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조선중앙TV’가 공개한 영상으로 미뤄 해임된 간부는 정치국 상무위원인 리병철 부위원장과 정치국 위원들인 박정천 군 총참모장, 보건 부문을 포함해 교육·과학기술을 담당한 최상건 당 비서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입니다.

TV 영상 중 손을 들어 의결하는 장면에서 김 위원장 등 주석단 정치국 성원들이 모두 손을 들었지만, 리병철과 박정천은 손을 들지 않았고 최상건이 앉았던 주석단 자리는 비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방역 관련 문책이라면 이를 총괄하는 김덕훈 내각총리가, 간부들의 직무태만에 초점을 맞출 경우 조용원 비서가 자리에서 물러났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중대 사건에 대해서도 엇갈린 관측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민간 연구기관인 세종연구소 정성장 박사는 북한의 대응 수준으로 미뤄 신종 코로나 방역에 사활을 걸고 있는 방역 전선에 큰 구멍이 뚫린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성장 박사] “코로나19 비상방역과 관련해서 방역전선에 상당히 큰 구멍이 뚫린 게 아닌가, 과거 개성에 탈북자 한 명이 들어갔을 때도 북한은 개성시를 봉쇄하고 상당히 과민한 반응을 보였었잖아요. 그것 이상의 심각한 문제가 여러 곳에서 노출이 되어서 아주 큰 폭의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그러나 이번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당 결정 수행과 관련한 “일부 책임간부들의 직무태만 행위”가 집중적으로 비판된 점으로 미뤄 중대 사건은 민생 안정을 위한 김 위원장의 지시를 이행하지 못한 데 따른 사안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리병철 부위원장이 해임된 게 맞다면 식량난 해소를 위한 김 위원장의 군량미 동원령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책임을 졌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의 이번 조치가 누적된 문제를 돌파하기 위한 예정된 수순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중대 사건을 특정하지 않았고, 돌발 사건으로 당 정치국 상무위원을 포함한 큰 폭의 지도부 인사가 갑자기 이뤄지긴 어렵기 때문이라는 게 조 박사의 설명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새로운 5개년 계획을 8차 당 대회에서 수립했지만 지금 계속 진행이 안 되고 있거든요.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이 수척한 모습까지 연출하는 상황이고 식량난까지 가중됐다고 보면 지금 예정된 위기가 가시화되는 거거든요. 김 위원장으로선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동안 계속 간부들에게 책임을 전가했거든요. 그런데도 문제가 해결이 안됐기 때문에 예정된 숙청과 희생양 찾기 작업에 나섰다, 이렇게 봐야겠죠.”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 위원장의 이번 인사는 내부 단속을 위한 가장 높은 수준의 카드를 쓴 셈이라며 체제의 위급성을 반영한 조치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북한의 집권층의 최상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뤄진 것이고 그것이 공개적인 형태로 문책이 된다면 그것은 전반적으로 북한체제가 여러가지 삼중고로 인한 한계점에, 내부단속과 내부결속 그리고 자력갱생을 통한 돌파가 어느 정도 한계점에 와 닿은 게 아닌가 그렇게 볼 여지도 있죠.”

이번 정치국 확대회의는 당 전원회의가 끝난 지 불과 11일만에 열린 겁니다. 또 정치국 간부는 물론 당 중앙위원회 간부, 성·중앙기관의 당과 행정 책임간부, 도당책임비서와 도인민위원장, 시·군·연합기업소 당책임비서, 무력기관, 국가비상방역 부문의 해당 일군 등이 참석해 전원회의에 버금가는 이례적인 규모로 진행됐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이번 회의가 향후 대규모 숙청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당 중앙위원회를 여러 차례 개최하면서 누차 기강확립을 강조했는데 문제가 발생해서 사고가 터졌다면 그것은 김정은이 그동안 해온 말이 있었기 때문에 대규모 숙청으로 이어질 명분이 축적됐다, 그것이 이행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정말 문제가 있어서 정치국 상무위원까지 교체할 정도면 그 사람에 대한 후속조치 그리고 그 사람을 따랐던 인사들에 대한 후속조치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거든요.”

한편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이 같은 북한 동향에 대해 “북한이 중대 사건 관련 구체적 사항을 공개하지 않아 예단해서 말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어떤 인사조치가 어떻게 나왔는지도 확인하기 어려워 후속조치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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