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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전문가 “북한, 풍계리 핵 실험장 ‘장기간 활용’ 위해 복구하는 듯”


북한이 지난 2018년 5월 공개한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입구.
북한이 지난 2018년 5월 공개한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입구.

북한이 장기간 활용을 염두에 두고 풍계리 핵 실험장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 같다고 미국의 핵 전문가가 평가했습니다. 3번 갱도는 핵실험 준비가 거의 끝났지만 2018년 폐쇄 이전 수준으로 복구되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박승혁 기자가 보도합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을 지낸 올리 하이노넨 미국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은 30일 VOA에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복구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북한 전문 웹사이트 ‘분단을 넘어(Beyond Parallel)’가 공개한 최근 풍계리 위성사진을 살펴보면 북한이 “장기간 활용”을 위해 실험장을 정비하는 것 같다는 것입니다.

[녹취: 올리 하이노넨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 “What it tells to me is that this is for long term use, it's not just to have one test and forget about it, but they appeared in the place for long term use.”

과거 북한 핵 사찰에 직접 참여했던 하이노넨 연구원은 북한이 단지 한 번 핵실험을 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작업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그 근거로 북한이 장마철 이전부터 홍수에 대비해 실험장과 행정 건물 주변의 도로를 재정비했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녹취: 하이노넨 연구원] “During the spring and summer, they have hardened the road, they have made them much better. And this is actually reflected also in the report of the CSIS, that they show the bridges which had been improved.”

북한이 봄과 여름에 일대의 도로 평탄화 작업을 진행해 상태가 훨씬 나아졌고, 교량들 또한 개선됐다는 점이 CSIS 보고서에 드러나 있다는 것입니다.

하이노넨 연구원은 규모가 가장 큰 4번 갱도는 홍수 피해로 복구가 적어도 수 개월 남았지만 3번 갱도는 거의 준비가 끝났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갱도 앞에서 실질적인 폭발과 기록을 담당해야 할 ‘측량소’ 건물이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면서, 이는 풍계리 핵 실험장이 아직 2018년 폐쇄 이전 수준으로 복구되지 않았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하이노넨 연구원] “I just wonder whether the tunnel three is yet completed fully, but one could expect some more construction, including this measurement building.”

따라서 3번 갱도가 완전 복구됐는지는 아직 의문이지만 측량소를 포함한 추가 건설은 언제든 더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하이노넨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규모가 가장 큰 4번 갱도의 경우 CSIS 보고서와 마찬가지로 홍수 피해 복구에 한참 더 걸릴 것으로 봤습니다.

다만 북한에게 중요한 것은 4번이 아니라 3번 갱도일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녹취: 하이노넨 연구원] “Kim Jong Un has said he's miniaturizing the nuclear weapons. So he's not looking for a big bang. They will be small detonations may be up to maybe somewhere 10 to 20 kilotons.”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 경량화를 선언했고, 따라서 북한이 큰 규모의 핵 실험이 아니라 10-20 kt 규모의 작은 핵 실험을 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이종섭 한국 국방장관은 29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는 핵 실험이 가능한 상태에서 특이동향은 미식별된다"며 북한 동향을 설명해, 3번 갱도에서 핵실험이 가장 유력하다는 점을 시사했습니다.

셰릴 로퍼 전 미국 로스알라모스 연구소 연구원 역시 풍계리 갱도 내부 상태만 안정되면 북한은 언제든 핵 실험이 가능한 상황일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셰릴 로퍼 전 미국 로스알라모스연구소 연구원] “Since it’s done underground, the weather doesn’t make a whole lot of difference except in the way it might affect the operation outside of the tunnel.”

핵 실험은 지하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날씨는 갱도 밖의 지상 운영에만 영향을 미칠 뿐 큰 변수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앞서 CSIS의 북한 위성사진 분석 사이트 ‘분단을 넘어’는 29일 새 보고서에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 홍수 피해가 난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사진에 따르면 핵 실험장 4번 갱도의 복구 움직임이 중단됐고, 지휘본부 주변에는 우회도로가 추가로 놓였습니다.

보고서는 4번 갱도가 기존의 핵실험이 진행된 3번 갱도보다 규모가 더 크며, 북한이 앞으로 폭발력이 더 큰 핵 실험을 하기 위해 건설한 것으로 관측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북한이 위장을 위해 불필요한 4번 갱도를 공사하고 있다는 주장 또한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보고서는 “풍계리 3번 갱도의 경우 추가적인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았다”며 “이는 한국과 미국 정부 양쪽에서 북한의 핵실험 준비가 끝났다고 분석하고 있어 예상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라고 전했습니다.

VOA 뉴스 박승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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