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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 문철명 법원 출석 또 연기된 듯...무료 변호인 추가 선임


미국 워싱턴의 연방법원 건물.
미국 워싱턴의 연방법원 건물.

미국으로 신병이 인도된 첫 북한 국적자 문철명의 법원 출석이 또다시 미뤄질 전망입니다. 문철명에게는 기존 국선변호인 외에 무료 변호인이 추가로 선임된 것으로 확인됐는데, 변호인은 흔치 않은 ‘합의 방식’을 통해 형량을 줄이겠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문철명의 변호인이 법원 출석일 연기를 또다시 요청했습니다.

문철명의 국선 변호인은 6일 법원에 제출한 문건에서 7일로 예정된 법원 심리를 이달 27일 주간으로 미뤄달라고 밝혔습니다.

말레이시아에서 무역 업무를 했던 문철명은 지난 2019년 5월 돈세탁 등 6개 혐의로 미국 법원에 기소돼 지난해 3월 미국으로 신병이 인도된 첫 북한 국적자입니다.

앞서 문철명은 자신에게 적용된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하며 재판을 이어가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 이후 변호인과 검찰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 등을 들며 법원 출석을 연기해 왔습니다.

이번에 연기가 최종 승인된다면 문철명의 법원 출석은 지난해 7월 이후 여덟 번째로 미뤄지는 것입니다.

아직 판사의 승인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미 문철명의 법원 심리가 예정됐던 시간이 지났다는 점에서, 최종 연기됐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변호인은 구체적인 배경 설명 없이 문철명이 지난 2주 동안 또다시 격리돼 접견이 제한됐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문철명은 지난 1월에도 격리돼 변호인 접견이 제한됐었습니다.

따라서 문철명과 관련 증거들을 논의하기 위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게 변호인의 주장입니다.

이런 가운데 문철명의 변호인단에는 기존 국선 변호인에 더해 ‘프로 보노(pro bono)’ 즉 무료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변호인이 새롭게 선임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변호인은 뉴욕주 뉴욕시에 사무실을 두고 있으며, 자신이 문철명의 ‘프로 보노’ 변호인이라는 점을 문건 마지막 부분에 명시했습니다.

현재 북한 정권이 이번 소송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는 상황에서 유엔주재 북한 대표부가 있는 뉴욕 출신의 변호인이 무료 변호인으로 선임된 점이 주목됩니다.

변호인은 문철명이 ‘알포드 플리(Alford Plea)’를 하겠다는 의사도 이번 문건에 담았습니다.

‘알포드 플리’는 검찰의 증거는 인정하지만, 자신에게 씌워진 혐의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바탕으로 하는 검찰과의 ‘형량 합의’ 방식입니다. 이는 일반적인 ‘형량 합의’인 ‘플리 바겐’과는 다른 것으로, 일반적인 방식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검사 출신인 정홍균 변호사는 7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알포드 플리는) 과도한 형량을 피하고자 할 때 피고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정홍균 변호사] “알포드 플리를 설명 드리면 피고가 특정 범행에 대해서 결백을 주장하긴 하지만 결국 유죄를 인정하는 진술을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까 말 자체에 어폐가 있어요. 피고가 피고 자신에 대한 혐의에 대해 시인을 하지 않지만 검찰이 가지고 있는 이 사건과 관련된 증거 자료가 배심원에게 올라갈 경우 자료가 충분히 유죄 평결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전제하에 피고가 자신의 범죄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는 진술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정 변호사는 문철명의 변호인이 알포드 플리를 언급한 배경은 알 수 없다면서도 “검찰과 합의를 잘 이룬 뒤 판사가 형량을 선고할 때 긍정적 요건으로 작용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일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앞으로 계속 미국 정부가 북한인들을 기소하는 사례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문철명 측이) 유죄를 100% 인정하는 선례를 남기지 않으려 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검찰이 문철명과 알포드 플리 방식의 협상을 하려 할지, 또 판사가 검찰과의 합의 내용을 받아들일지 여부 등을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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