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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우크라이나 '무기대여법' 서명...필리핀 대선 '독재자 아들' 마르코스 압승


조 바이든(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9일 카멀라 해리스(왼쪽 두번째) 부통령과 의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신속화하는 '무기대여법안'에 서명하고 있다. 맨 오른쪽은 우크라이나 태생 빅토리아 스파츠 공화당 하원의원.
조 바이든(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9일 카멀라 해리스(왼쪽 두번째) 부통령과 의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신속화하는 '무기대여법안'에 서명하고 있다. 맨 오른쪽은 우크라이나 태생 빅토리아 스파츠 공화당 하원의원.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복잡한 행정절차 없이 우크라이나에 신속히 무기를 제공할 수 있는 ‘무기대여법안’에 서명했습니다. 필리핀 독재자의 아들 페르디난드 ‘봉봉’ 마르코스 전 상원의원이 대선에서 압승을 거뒀습니다. 최악의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는 스리랑카의 마힌다 라자팍사 총리가 사임을 발표한 소식,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오늘도 우크라이나 관련 소식부터 보겠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무기대여법안’에 서명했다고요?

기자) 네. 바이든 대통령이 9일, 우크라이나에 군수 물자를 신속히 제공할 수 있게 하는 법안에 서명했습니다. 정식 명칭이 ‘우크라이나 민주주의 방어무기대여법 2022’인 이 법안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나 보급품을 보다 신속히 보낼 수 있도록 복잡한 행정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진행자) 무기대여법이 만들어진 게 2차 세계대전 때라고 하죠?

기자) 맞습니다. 1941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 연합군의 무장 지원을 위해 제안해 채택된 법입니다. 이 법을 기반으로 미국은 2차 대전이 끝날 때까지 대규모 전쟁 물자를 연합군에 전달했고요. 미국과 연합군이 나치 독일을 물리치고 승리하는 ‘게임체인저’가 됐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가 이후 무기대여법을 사용한 적이 있습니까?

기자) 없습니다. 2차 대전 이래 세계 안보에 가장 큰 위기라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맞아, 미국 정부가 81년 만에 다시 꺼내 우크라이나 사정에 맞게 손질한 건데요.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법안에 서명하면서,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지금 조국과 민주주의를 위해 매일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다면서, 전투의 대가가 싸지는 않지만 침략에 굴복하면 훨씬 더 많은 대가가 따른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앞서 미국 의회에서는 무난히 법안이 통과됐던 겁니까?

기자) 네. 미국 하원은 지난달 28일, 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417표 대 반대 10표로 통과시켰고요. 상원은 그보다 몇 주 전 표결을 통해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는데요.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언론은 현재 정치적으로 양분돼 있는 미국 의회가 우크라이나 문제에서는 초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법의 이름이 ‘무기대여법’인데, 여기서 ‘대여’는 구체적으로 무슨 뜻일까요?

기자) 말 그대로 빌려주는 겁니다. 우크라이나는 필요한 군수 물자를 미국으로부터 조달받고, 나중에 전쟁이 끝나면 대가를 지불하면 됩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트위터에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을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환영하며, 우크라이나는 이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을 확신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바이든 대통령이 요청한 추가 지원 예산은 어떻게 돼가고 있습니까?

기자) 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330억 달러 규모의 추가 예산을 의회에 요청했는데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상원 민주당 대표가 9일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하고, 법안의 세부 내용을 최종 마무리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르면 10일 표결에 부칠 것으로 관측됩니다.

진행자) 330억 달러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용되는 건가요?

기자) 백악관에 따르면 약 200억 달러는 새 무기 제공과 군수 지원을 위해 사용되고요. 85억 달러는 우크라이나 재정 지원에, 그리고 나머지는 식량 생산 지원 등 인도주의적 지원을 위해 사용됩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산 철강 관세도 유예하기로 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나 레이몬도 미 상무장관이 9일 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산 철강 관세를 1년간 유예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현재 미국은 우크라이나산 철강에 대해 25%의 세율을 매기고 있는데요. 레이몬도 장관은 이번 조처는 러시아의 침공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 경제를 돕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민 13명 중 1명이 철강업계에 종사하고 있을 만큼 우크라이나 철강 산업은 우크라이나 경제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유럽 쪽의 우크라이나 지원 움직임도 볼까요?

기자) 네.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논의가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될 전망입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9일 트위터에, EU 집행위원회가 다음 달 가입 신청에 관한 의견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EU 가입에 필요한 2차 서류 작성을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EU 측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기자) EU 지도부는 적극적으로 반기고 있습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지난달,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을 위해 최대한 속도를 내겠다고 말한 바 있는데요. EU 집행위가 우크라이나가 제출한 서류를 검토한 후 긍정적 의견을 제시하고 27개 회원국이 승인하면 후보국 지위를 받게 됩니다. EU 회원국이 모두 찬성해야 하는데요. 통상 가입 신청에서 후보국 지위까지 몇 년씩 걸리지만 EU 지도부는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입니다.

9일 필리핀 대통령 선거에서 압승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가운데) 전 상원의원 (자료사진)
9일 필리핀 대통령 선거에서 압승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가운데) 전 상원의원 (자료사진)

진행자) 지구촌 오늘, 이번에는 대통령 선거를 치른 필리핀으로 가봅니다. 결과가 나왔군요?

기자) 네. 페르디난드 ‘봉봉’ 마르코스 전 상원의원이 9일 치른 대선에서 압승을 거뒀습니다. 마르코스 후보는 개표가 98% 진행된 가운데 3천100만 표 이상을 얻으며 사실상 당선을 확정했습니다.

진행자) 2위 후보와의 격차가 얼마나 됩니까?

기자) 유력한 경쟁자였던 레니 로브레도 부통령은 약 1천500만 표로, 두 배 이상 차이가 났습니다. 선거위원회의 공식 발표는 이달 말 나올 예정입니다.

진행자) 필리핀은 대통령과 부통령을 각각 선출하는데, 이번 부통령 선거도 세간의 관심을 끌었죠? 부통령 선거 결과는 어떻게 됐습니까?

기자) 마르코스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출마한 사라 두테르테 후보가 압승을 거뒀습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현 대통령의 딸인 사라 두테르테 후보는 2위 경쟁자를 3배 이상의 차로 따돌리고 쉽게 승리했습니다.

진행자) 선거 결과가 앞서 나온 여론 조사와 크게 다르지 않았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두 사람 모두 앞서 실시된 여론 조사들에서 다른 후보들보다 크게 앞섰는데요. 별 이변 없이 여론 조사와 같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마르코스 후보는 선거 전 마지막 여론 조사에서 56%의 지지로 선두를 달리면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과반이 넘는 지지를 받으면서도 그런 이유가 뭐죠?

기자) 지난 2016년 선거 당시 마르코스 후보와 로브레도 후보가 부통령직을 놓고 맞붙었는데요. 마르코스 후보는 선거 전 마지막 여론 조사 때까지 앞섰지만 막상 개표 결과 로브레도 후보에게 근소한 차로 패해 부통령 자리를 놓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당시 마르코스 후보는 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결과에 불복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이날 투표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은 없었습니까?

기자) 이날 필리핀 유권자들은 대통령과 부통령뿐만 아니라, 상하원 의원과 주지사, 시장 등 2만 명에 달하는 지방 공직자를 선출하기 위해 투표권을 행사했는데요. 필리핀 당국은 치안 유지를 위해 군인과 경찰을 전국의 투표소에 배치했습니다. 필리핀 선거관리위원회 측은 투표는 전반적으로 평화적으로 진행됐다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남부 민다나오섬의 한 투표소에서는 괴한들의 총격으로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진행자) 마르코스 후보의 소감 들어보죠.

기자) 네. 마르코스 후보는 지지자들에게 행한 연설에서 아직 개표가 끝나지 않았지만 도움을 준 모든 사람에게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인권 변호사 출신인 로브레도 후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서 “우리는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라며 향후 마르코스 정부에 대한 저항을 다짐했습니다.

진행자) 마르코스 후보는 독재자의 아들이라는 오명을 갖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1965년부터 1986년까지 장기 집권하며 필리핀 역사상 최악의 독재자로 불리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입니다. 마르코스 전 대통령은 필리핀 국민의 시민 혁명으로 축출돼 미국 하와이로 망명했고, 그곳에서 사망했는데요. 마르코스 후보의 당선은 국민에게 쫓겨났던 독재자 가문이 36년 만에 다시 정권을 잡게 되는 것으로, 향후 행보가 주목됩니다.

9일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 시내 마힌다 라자팍사 총리 관저 인근 친정부-반정부 시위대 충돌을 경찰이 진압하고 있다.
9일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 시내 마힌다 라자팍사 총리 관저 인근 친정부-반정부 시위대 충돌을 경찰이 진압하고 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스리랑카 총리가 사임을 발표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마힌다 라자팍사 스리랑카 총리가 9일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에게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마힌다 총리는 동생 고타바야 대통령과 함께, 스리랑카 사상 최악의 경제 위기를 가져온 데 책임을 지고 퇴진하라는 압박을 받아왔습니다.

진행자) 지금 스리랑카는 경제적 위기와 함께 정치적, 사회적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스리랑카에서는 지난 3월부터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 요직 인사들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데요. 마힌다 총리가 사직서를 제출한 9일에도 수도 콜롬보에서 친정부 지지자들과 반정부 시위대 간에 유혈 충돌이 벌어졌습니다. 경찰은 물대포와 최루탄을 발사하며 시위대 해산에 나섰는데요. 무장 군인도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시위는 10일에도 이어졌고요. 이 과정에서 사상자도 발생했습니다.

진행자) 사상자는 얼마나 됩니까?

기자) 여당 의원 1명을 포함해 적어도 7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 대변인은 10일, 200명이 다쳤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시위대는 총리가 사임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사임 발표에도 시위자들의 분노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총리 저택이 시위대의 급습을 당하면서 마힌다 총리는 새벽에 헬리콥터로 급히 피신했는데요. 일부 시위대는 총리가 남부 해군 기지로 숨었다는 소문에 군기지로 몰려가기도 했습니다. 시위대는 현재 라자팍사 가문의 총체적 부패를 지적하며, 고타바야 대통령도 사퇴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고타바야 대통령은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스리랑카 정부 대변인은 9일, 총리의 퇴진과 함께 각료들도 전원 사퇴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제 대통령은 새로운 통합 정부를 구성하기 위해 야당과 무소속 의원들을 만날 것이며, 며칠 안에 새 정부가 들어서길 기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정부 대변인 발표 내용을 보면, 고타바야 대통령은 자리에서 물러날 의사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총리 선에서 선을 그으려는 모양새인데요.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마힌다 총리는 사직서에서, 현 위기 사태에 대한 최선의 해결책은 모든 정당이 참여하는 임시 정부 구성으로 생각된다면서, 따라서 헌법에 따라 다음 조처가 진행될 수 있도록 사표를 제출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마힌다 총리는 전에 대통령도 지냈다고 하죠?

기자) 그렇습니다. 마힌다 총리는 지난 2005년부터 2015년까지 스리랑카 대통령을 지냈고요. 지난 2019년 대선에서 동생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이 승리하자 총리직에 올랐습니다. 이에 형제가 대통령과 총리직을 맡으며 정권을 좌지우지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는데요. 여기에 또 다른 정부 요직을 사촌 등 친인척이 맡으면서 문제점으로 지적됐습니다.

진행자) 지금 스리랑카의 경제 위기는 얼마나 심각한 건가요?

기자) 보유 외환이 바닥을 보이면서 정부가 석유와 석탄을 구입할 여력이 없어 지난 몇 달간 정전 사태가 이어지고 있고요. 주민들은 연료와 식량, 의약품 등 극심한 생필품 부족 현상을 겪고 있습니다. 이에 성난 주민들의 시위가 전국 곳곳에서 일어나자 스리랑카 정부는 지난주부터 국가비상사태도 발동했고요. 9일에는 무기한 통행금지령도 내렸습니다.

진행자) 스리랑카의 경제 위기가 이렇게 심각해진 이유가 뭔가요?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여파로 스리랑카의 핵심 산업인 관광업이 타격을 입은 게 가장 큰 요인의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여기에 정부의 감세 정책과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 참여에 따른 부채 증가 등이 경제난을 가중했다는 분석입니다. 현재 스리랑카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과 구제금융 문제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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