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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대사관 속속 크이우 복귀...RSF "러시아 언론, 선전 수단에 악용"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 주재 미국 대사관 건물 (자료사진)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 주재 미국 대사관 건물 (자료사진)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대사관을 폐쇄했던 각국 정부가 속속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로 복귀하고 있습니다. 미국 대사관은 이달 말 크이우 복귀를 바라고 있습니다. 국제 언론 감시 단체인 ‘국경없는기자회(RSF)’가 2022 세계 언론자유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임란 칸 전 파키스탄 총리가 신성 모독 혐의를 받고 있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드립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우크라이나를 떠났던 각국 대사관들이 다시 복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덴마크가 2일, 전쟁 발발 9주 만에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에 대사관을 다시 개관했습니다. 재개관식에 참석한 에페 코포드 덴마크 외무장관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지난 두 달 동안 이곳에 있었던 덴마크인들과 현지 직원들을 만났다고 전했는데요. 덴마크 외무부는 코포드 장관이 크이우 대사관에 덴마크 국기가 다시 게양되는 것을 지켜봤다고 소개했습니다.

진행자) 또 크이우에 대사관을 다시 연 나라가 있습니까?

기자) 네. 한국 대사관도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지난 1일, 대사와 일부 직원이 대사관에 복귀했으며 2일부터 업무에 들어간다고 밝혔고요. 헝가리도 지난 주말, 서부 도시인 르비우에서 크이우로 대사관 이전을 완료했습니다. 페테르 시야르토 헝가리 외무장관은 2일 소셜미디어에, 지난 주말에 이전 작업을 끝냈다면서, 대사관은 이미 영사 업무를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도 지금 르비우에서 일부 업무를 보고 있는 상황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달 말,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했는데요. 당시 우크라이나에 대한 외교, 군사 지원 계획을 밝히면서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했던 외교 인력들을 점진적으로 복귀시키고 르비우에서 일단 업무를 재개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진행자) 그럼 미국도 크이우에 대사관을 다시 개관할 계획이 있는 건가요?

기자) 네. 미국 정부는 이달 말 복귀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크리스티나 크비엔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대리는 2일 르비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5월 말까지 크이우로 돌아갈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는데요. 안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돌아가도 좋다고 말하면 복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스웨덴도 대사관이 4일 다시 문을 열 거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스웨덴은 지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는 나라기도 하죠?

기자) 그렇습니다. 북유럽의 선진국 스웨덴은 핀란드와 함께 오랫동안 중립국의 지위를 유지해왔는데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두 나라는 지금 적극적으로 나토 가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특히 핀란드는 거의 나토 가입이 확실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는데요. 핀란드는 러시아와 국경을 바로 마주하고 있고, 스웨덴은 핀란드와 접경하고 있지만, 두 나라는 그동안 나토 가입을 저울질만 해왔습니다.

진행자) 나토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회원국 전체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하죠?

기자) 맞습니다. 나토 30개 회원국 전체가 승인해야 회원국에 가입할 수 있는데요. 나토 관리들은 통상 새 회원국 비준에는 1년 정도 걸릴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두 나라가 나토 지원을 결정한다면 큰 환영을 받을 것이며, 빠른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지금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 압박 강도를 계속 높이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현재 유럽연합(EU)은 러시아산 석유 수입 금지를 포함한 6차 제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EU 27개 회원국 에너지 관계 장관들은 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러시아산 석유 금지 조처와 가스 공급 문제 등을 논의했습니다.

진행자) EU 내에서도 회원국의 사정이 서로 달라 의견 규합에 어려움을 겪어 왔죠?

기자) 맞습니다. 대부분의 EU 회원국들은 궁극적으로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줄여 나가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고 있지만 당장에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중단하는 데는 난색을 보이는 나라도 있습니다. 특히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헝가리나 슬로바키아 같은 나라는 러시아 석유 제재에 강한 반대를 나타냈는데요. 반면 폴란드나 아일랜드 같은 나라는 석유뿐만 아니라 이후 더 강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진행자) 현재 러시아는 자국 화폐로만 에너지 대금을 받겠다고 통보한 상태죠?

기자) 맞습니다. 지난 3월 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다음 달부터 러시아산 에너지 대금을 자국의 화폐인 루블화로만 받을 것이고, 이를 지키지 않는 비우호적인 나라에 대해서는 가스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말했는데요. 일부 회원국 에너지 기업들은 루블화로 대금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EU 차원의 통합된 대응 조처를 내놓기 쉽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러시아가 어떤 나라는 벌써 가스 공급을 중단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인 ‘가즈프롬’은 지난달 27일, 폴란드와 불가리아의 루블화 결제 대금이 들어오지 않았다면서, 이날부로 이들 국가에 대한 가스 공급을 전격 중단했습니다. EU와 미국은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로 EU의 균열을 꾀하는 술책이라고 비판했는데요. 현재 두 나라는 러시아산 가스 공급 중단에 따른 즉각적인 영향은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경없는기자회(RSF)가 지난해 발표한 세계 언론 자유 지수 지도 (자료사진)
국경없는기자회(RSF)가 지난해 발표한 세계 언론 자유 지수 지도 (자료사진)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국경없는기자회’의 올해 세계 언론 자유 보고서가 나왔군요?

기자) 네. 3일이 세계 언론 자유의 날인데요. 국제 언론감시단체인 ‘국경없는기자회(RSF)’가 세계 언론 자유의 날에 맞춰 2일, ‘2022 세계 언론 자유 지수’를 발표했습니다.

진행자) 조사 대상국은 몇 개국이나 됩니까?

기자) 180개국인데요. 국경없는기자회는 매년, 각국의 언론 자유 상황을 점수로 집계해 이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국경없는기자회 측은 올해는 특히 28개국의 언론 자유 상황이 심각히 나쁘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언론 자유가 가장 보장되지 않는 나라는 어딜까요?

기자) 북한입니다. 북한은 100점 만점에 13.92로, 180개국 가운데 꼴찌를 차지했습니다. 북한보다 한 단계 위에 있는 나라로, 약 19점을 받은 에리트레아가 있고요. 이란이 약 23점으로 178위를 기록했습니다.

진행자)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 세계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는 러시아는 몇 점이나 받았습니까?

기자) 러시아는 38.82를 받아 155위를 기록했는데요. 지난해보다 5계단 추락한 겁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기 위해 언론을 정부의 선전 수단으로 이용하고, 언론 탄압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또 다른 하위권 국가들로는 어떤 나라가 있습니까?

기자) 투르크메니스탄, 미얀마, 중국, 베트남, 쿠바, 이라크, 시리아 등이 170위 권 밖에 있습니다. 중국은 약 25점으로 175위를 차지했는데요. 국경없는기자회 측은 홍콩에 대해서는 별도로 점수를 집계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홍콩은 언론자유 점수가 몇 점인가요?

기자) 41.64로 148위를 기록했는데요. 지난해 조사 때보다 68계단이나 하락해 언론 자유가 가장 악화한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홍콩은 지난 2020년 ‘국가보안법’을 제정한 이래, 민주 진영 언론사들이 줄줄이 폐간되고 친 민주 성향 언론인들이 체포됐습니다.

진행자) 지난해 큰 변화가 있었던 아프가니스탄과 미얀마, 이 두 나라의 점수도 궁금하군요.

기자) 네. 아프간은 약 38점으로 156위를 차지했는데요. 탈레반 정권은 지난해 아프간을 재장악하면서 언론 자유를 보장하겠다고 했지만, 반대로 강력한 언론규제법을 제정하고, 여성 언론인들의 활동을 차단하며 언론을 억압하고 있다고 국경없는기자회는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도 많은 언론인을 체포, 구금하고 언론사를 폐쇄 조처했는데요. 미얀마는 176위로 언론 자유가 10년은 후퇴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럼 언론 자유를 가장 잘 보장하는 나라는 어딜까요?

기자) 노르웨이입니다. 몇 년째 계속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노르웨이는 올해는 92.65를 받아 180개국 가운데서 언론자유 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로 뽑혔고요. 덴마크, 스웨덴, 에스토니아, 핀란드가 그 뒤를 잇고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은 어디쯤 있습니까?

기자) 미국은 72. 74로 42위를 차지했습니다. 44위였던 지난해보다는 조금 좋아졌고요. 반면 한국은 지난해보다 한 계단 떨어져 43위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한국의 언론자유 지수는 72.11입니다. 한편 일본은 64. 37로 71위를 기록했습니다.

임란 칸(가운데) 전 파키스탄 총리가 지난달 23일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란 칸(가운데) 전 파키스탄 총리가 지난달 23일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파키스탄의 임란 칸 전 총리가 신성 모독죄로 기소될 위기에 처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달 실각한 임란 칸 전 총리가 약 150명의 파키스탄인과 함께 신성 모독 혐의를 받고 있다고 파키스탄 정부 당국자들이 1일, 확인했습니다.

진행자) 칸 전 총리가 어떤 식으로 신성 모독을 했다는 건가요?

기자) 네. 지난주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신임 총리와 대표단이 사우디아라비아를 공식 방문했는데요. 일정 중 하나로, 대표단이 이슬람 성지인 메디나의 이슬람 사원을 방문했을 때 파키스탄에서 온 순례자들이 일행에게 야유를 퍼부은 것이 문제가 됐습니다.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를 기리는 성스러운 사원에서 야유라는 불경스러운 일을 자행했다는 겁니다.

진행자) 파키스탄에서 온 순례자들이 칸 전 총리와 관련이 있다는 건가요?

기자) 네. 대표단에 “모반자”, “강도” 같은 야유를 퍼부은 이들은 칸 전 총리가 이끄는 정당 ‘파키스탄정의운동(PTI)’에 연계돼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칸 전 총리는 지난 1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예언자(무함마드)를 사랑하는 사람은 지지자들에게 (메디나에 있는) 신성한 장소에서 구호를 외치라고 요구할 생각조차 할 수 없다”라고 반발하면서 관련 혐의를 일절 부인했습니다.

진행자) 파키스탄은 매우 철저한 이슬람 국가라고 하죠?

기자) 그렇습니다. 또한 신성을 모독하는 범죄에 대해서는 매우 강력하게 처벌하고 있는데요. 혐의가 인정되면 최고 사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급 법원들이 사형을 선고해도, 상급 법원이 번복해 지금까지 파키스탄에서 신성 모독죄로 사형을 선고받고 처형된 사람은 없습니다. 그래도 신성 모독죄를 둘러싼 비판과 논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어떤 논란인가요?

기자) 정치적, 사회적, 종교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권력 집단, 또 종교적 광신자들이 종교적 소수자들이나 정적들을 위협하고 제거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입니다. 파키스탄에서는 지난해 신성을 모독했다는 이유로 외국인을 불에 태워 죽인 일이 발생해 충격을 던진 일도 있습니다. 칸 전 총리 정당 소속인 파와드 후세인 전 과학기술부 장관은 셰바즈 샤리프 정부가 칸 정권에 대한 복수를 위해 신성 모독죄를 무기화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칸 전 총리는 왜 축출된 겁니까?

기자) 지난달 10일, 의회에서 총리 불신임안이 통과되면서 실각했습니다. 파키스탄 야권 연합은 칸 전 총리 정부의 경제적, 외교적 실패를 문제 삼아 퇴임을 요구해왔는데요. 칸 전 총리가 거부하고 조기 총선을 시도하자, 불신임안을 표결에 부쳤습니다. 칸 전 총리 불신임안은 전체 342석 가운데 174표의 찬성으로 통과됐습니다.

진행자) 그리고 들어선 게 셰바즈 샤리프 총리 정부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파키스탄 의회는 불신임 투표 바로 다음 날인 11일, 신임 총리 선출 투표를 진행했고요. 유일한 후보였던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무슬림연맹 나와즈파(PML-N)’ 대표가 과반 득표로 총리로 선출됐습니다. 샤리프 신임 총리는 파키스탄에서 가장 인구가 많고 영향력이 큰 펀자브주의 총리를 세 번이나 역임한 인물로 나와즈 샤리프 전 파키스탄 총리의 동생입니다.

진행자) 실각한 칸 전 총리는 지금 어떤 행보를 하고 있습니까?

기자) 칸 전 총리는 자신이 축출된 배후에 미국이 있다고 주장하며 세력 규합에 나서고 있습니다. 5월 마지막 주에는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대규모 시가행진을 벌이려고 준비중인데요. 칸 전 총리는 조기 총선을 요구하며 지지자들에게 이 요구가 수용될 때까지 연좌 농성을 벌이자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칸 전 총리는 왜 미국 정부가 배후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건가요?

기자) 자신의 독립적인 외교 정책을 미국 정부가 못마땅하게 여겼다는 주장입니다. 칸 전 총리는 재임 중 친중국, 친러시아 행보를 보이며 미국, 서방과는 거리를 둔 외교 노선을 걸었고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날,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칸 전 총리는 현 샤리프 정부를 미국이 들여온 ‘수입 정부’라고 비하도 했는데요. 미국 정부는 칸 전 총리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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