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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동서남북] 정권 교체기 한반도 '강대강' 구도


윤석열 한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대선 승리 직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주먹을 들어보이고 있다. (자료사진)
윤석열 한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대선 승리 직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주먹을 들어보이고 있다. (자료사진)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오는 5월10일 한국에서는 새로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합니다. 남북한은 그동안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경제협력과 핵 문제 등을 둘러싸고 팽팽한 힘겨루기를 해왔는데요.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지난 2008년 2월 25일 출범한 한국 이명박 정부는 10년만에 집권한 보수파 행정부였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전임 김대중 대통령 (1998-2003)과 노무현 대통령(2003-2008)이 10년간 추진해온 대북 '햇볕정책'을 수정하고 정책 초점을 북한 비핵화에 맞추려 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 북한이 비핵화하고 개방하면 1인당 국민소득이 3천 달러가 되도록 하겠다는 ‘비핵 개방 3000’ 구상을 천명했습니다.

이는 북한 핵 문제와 남북관계 진전을 연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었다고,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비핵 개방 3000이 결과적으로 관철이 안됐지만, 핵에 진전이 있으면 대폭 남북 협력이 가능하다는 것이었고, 북한은 초기부터 강하게 반발했죠.”

이명박 정부는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도 무조건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했습니다. 전임 정부가 해왔던 연간 30~40만t의 대북 쌀과 비료 지원도 중단했습니다.

출범 초기 남북간에 문제가 됐던 것은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 이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전임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선언을 인정하지 않는 듯한 모호한 태도를 취했습니다.

그러자 북한은 3월 27일 개성 남북경협협의사무소의 한국 당국자를 추방하면서 남북대화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이어 남북관계는 7월11일 금강산을 방문한 한국 관광객 박왕자 씨 총격 피살 사건을 계기로 급격히 냉각됐습니다.

이듬해인 2009년 2월 25일 북한은 2차 핵실험을 감행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조선중앙방송] “공화국의 자위적 핵 억제력을 백방으로 강화하기 위해 5월25일 또 한 차례의 지하 핵시험을 성과적으로 진행했다.”

이어 북한은 2010년 3월 26일 한국의 천안함을 어뢰로 공격해 해군 장병 46명이 숨졌습니다.

그러자 이명박 대통령은 개성공단을 제외한 모든 남북 교역과 인적 교류를 중단하는 대북 5.24 제재 조치를 취했습니다.

이에 따라 남북관계는 그 후 2년간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했습니다.

2012년 12월 19일 제18대 한국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부터 북한의 도발에 직면했습니다.

그 해 북한의 새로운 최고 지도자가 된 김정은 위원장은 12월 12일 장거리 로켓 은하 3호를 발사해 인공위성 광명성호를 지구궤도에 진입시켰습니다.

이듬해인 2013년 2월 12일 북한은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식을 보름 가량 앞두고 3차 핵실험을 감행했습니다.

그러자 박근혜 대통령은 2월25일 취임사에서 북한의 비핵화와 함께 남북 간 신뢰를 강조했습니다.

[녹취: 박근혜 대통령] “북한은 하루빨리 핵을 내려놓고 평화와 공존의 길로 나오길 바랍니다. 확실한 억지력을 바탕으로 남북 간에 신뢰를 쌓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겠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였습니다. 말 그대로 작은 약속을 실천해 신뢰를 쌓아 상호 공존과 안전보장을 이루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은 뜻대로 풀리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부터 유엔의 대북 제재와 미-한 군사훈련에 반발해 정전협정 백지화(3/5), 남북 불가침 합의 폐기 선언(3/8), 판문점 연락채널 단절(3/8), 개성공단 가동 중단(4/8) 남북관계 전시 상황 돌입(3/30) 등 대남 위협을 숨돌릴 틈 없이 이어갔습니다.

2016년 북한은 박근혜 정부에 결정타를 가했습니다.

북한은 1월 6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4차 핵실험을 실시했습니다.

이어 2월 7일 동창리 발사장에서 장거리 로켓을 서해상으로 발사해 인공위성 광명성 4호를 지구궤도에 올렸습니다.

그러자 박근혜 대통령은 이를 강력히 규탄하고 2월 10일 개성공단을 폐쇄했습니다.

이 조치로 2004년부터 가동돼온 개성공단이 12년 만에 폐쇄되면서 공단에서 일하던 북한 노동자 5만4천 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공단에 입주했던 124개 한국 기업도 큰 손실을 봤습니다.

남북관계를 오래 관찰해온 미 해군분석센터 켄 고스 국장은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같은 보수파 정부는 북한에 엄격한 상호주의를 적용해 결국 긴장만 고조되고 남북관계는 원점으로 돌아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Conservatives not willing to give what North Korea want, and North Korea figure out and end up…”

2017년 5월 10일 취임한 진보파 문재인 대통령도 집권 초반에는 험악한 남북관계를 겪어야만 했습니다.

북한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7월 4일과 7월 2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을 발사했습니다.

그러자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월 8일 북한에 대해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북한은 9월 3일 6차 핵실험을 실시한 데 이어 11월 29일 미 본토 공격이 가능한 ICBM 화성-15형을 발사했습니다.

미국은 그 해 11월 로널드 레이건호를 비롯해 핵추진 항공모함 3척을 한반도 인근에 보내 무력시위를 했습니다.

핵과 미사일을 둘러싸고 미-북간 긴장이 고조되자 문재인 대통령이 나섰습니다.

문 대통령은 끈질긴 노력 끝에 2018년 2월 북한을 평창동계 올림픽에 참가시키는 데 성공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한반도 평화 분위기는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 판문점 정상회담으로 이어졌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입니다.

[녹취: 문재인 대통령] “오늘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하는 것이 우리의 공동 목표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어 한 달 뒤인 5월 26일 남북한 두 정상은 판문점 통일각에서 두 번째 `깜짝회담’을 가졌습니다.

결국 문 대통령의 중재로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간 첫 미-북 정상회담이 열렸습니다.

미 해군분석센터 켄 고스 국장은 진보파인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의 파격적인 트럼프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 북한을 외교 협상 테이블로 이끌었다고 말햇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Unconventional US President and progressive administration of Seoul, so once engagement began…”

전문가들은 한국 윤석열 정부의 남북관계 전망이 밝지 않다고 말합니다.

북한은 올 1월부터 13차례나 단거리,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또 핵실험과 ICBM 발사 유예, 즉 모라토리엄을 파기한 데 이어 한국을 겨냥해 핵 공격 가능성을 노골적으로 위협하고 있습니다.

5월10일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도 북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보수파인 윤석열 당선인은 지난 24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며, 북한이 비핵화에 나설 경우 현 정부보다 더 많은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같은 언급은 14년 전 이명박 대통령의 ‘비핵 개방 3000’을 연상케 합니다.

조한범 박사는 북한의 핵 고도화 움직임과 윤석열 정부의 원칙적 입장을 감안할 때 남북관계가 당분간 ‘강대강’ 구도가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윤석열 정부 외교안보 상당수가 이명박 정부 인물들입니다. 그러니까 그런 흐름이 이어질 것이고, 또 북한이 핵 능력 고도화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강대강 구도가 불가피해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정권교체 상황에서 남북한과 미국 모두 강경책에 무게를 두면서 한반도 정세는 ‘강대강’ 대치 국면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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