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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윤석열 당선인 대북·동맹 인식에 “바람직한 방향 ‘긍정 평가’…현실에선 한계도”


윤석열 한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7일 주한미군 캠프 험프리스 기지를 방문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7일 주한미군 캠프 험프리스 기지를 방문했다.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북한을 주적으로 규정하면서도 대화 채널을 열어 놓는 ‘투트랙’ 접근을 밝힌 데 대해 미국의 전문가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다만 북한의 태도로 이런 접근이 실효성이 있을지 회의적인 전망도 나왔습니다.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에서 미한동맹이 더욱 강화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내비쳤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는 15일 VOA와 전화통화에서, 윤석열 한국 대통령 당선인이 최근 미국 워싱턴포스트 신문과 인터뷰에서 밝힌 대북 접근법에 대해 이전의 “중도적 접근”으로 돌아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Yoon Administration seems to be moving back to a more traditional sort of centrist approach dealing with North Korea. On the one hand, ensuring a strong deterrent, making it very clear to North Korea that its provocations and other threatening activities are not acceptable…”

윤 당선인이 “어떤 도발과 위협 행위도 용납할 수 없다고 북한에 명확히 하면서 강력한 억지를 확인하는 한편, 미국과 대북 접근에서 매우 강력하고 협력적인 동맹을 계속 유지할 것을 강조했다”는 설명입니다.

동시에 “북한이 한국과 대화에 관심이 있다면 한국은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도 밝혀 “균형 잡힌 대북 메시지”를 발신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현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도발과 위협적인 언사에는 덜 관심을 기울이고, 대화와 양보에 치중한 다소 불균형적 접근을 보여줬다”고 지적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윤 당선인이 북한에 대해 “같은 민족”이라고 표현하면서도 “북한의 핵 위협”을 거론하며 ‘주적’으로 규정한 것은 “복잡한 한반도 정세와 현실에 대한 인식을 반영한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앞서 윤석열 당선인은 14일 보도된 워싱턴포스트 신문과 인터뷰에서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시험 유예 파기와 핵 위협 등을 거론하며 북한을 한국의 ‘주적’으로 규정했습니다.

또한 북한에 대해 ‘투트랙’ 접근을 할 것이라며 “북한의 군사적 위협은 심각한 문제이지만 이런 문제를 다루기 위한 대화 채널은 언제나 열어둘 것”이라는 입장도 밝혔습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앤드류 여 한국 석좌는 윤 당선인이 이번 인터뷰에서 “북한 위협에 과도하며 지나치게 민감한 대응을 할 의도는 없다”고 밝힌 점에 주목했습니다.

[앤드류 여 한국 석좌] “Although Yoon adopts a tougher stance on North Korea and has mentioned in the past the option of a targeted pre-emptive strike, it was reassuring to hear that he would not respond to North Korean threats in an "excessive and overly sensitive manner”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 북한에 대해 ‘선제타격’ 옵션을 언급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취했지만, 북한 위협에 과도하거나 지나치게 민감한 방식으로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부분은 "안심된다"는 것입니다.

앤드류 여 석좌는 또 “윤석열 정부는 대화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인권 문제를 피하거나 북한을 ‘주적’이라고 부르는 것을 자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11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크리스토퍼 델 코소 주한 미국 대사대리를 만났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11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크리스토퍼 델 코소 주한 미국 대사대리를 만났다.

최근 새로운 민간연구소인 ‘불량국가 그룹(Rogue States Group)’의 대표를 맡은 해리 카지아니스 전 국가이익센터(CNI) 한국담당 국장은 윤 당선인이 이번 인터뷰에서 ‘대북 강경론자’가 아닌 ‘실용주의자’라는 인식을 보여줬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카지아니스 대표] “I think he is definitely not a hardliner on North Korea. I think a lot of his thoughts and ideas in that Washington Post interview, were very pragmatic. Yeah, they have a tougher edge than what President Moon would have offered…”

문재인 현 정부보다는 강경한 측면이 있지만, 윤 당선인의 대북 정책 구상이 현 정세에 부합하고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윤 당선인이 보수 정치인으로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서 취할 수 있는 최상의 부분만 가져간 것 같다”면서, 윤 당선인이 언급한 ‘비핵화 조치와 핵 사찰 이후 경제개발 지원 프로그램’, ‘인도주의 지원’ 등은 문 대통령이 원했으나 이루지 못했던 것들이라고 카지아니스 대표는 말했습니다.

한미연합사 작전참모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윤석열 당선인이 북한 김씨 정권의 본질에 대한 이해를 보여줬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선임연구원] “The key point that the president-elect Yoon made in his in his interview, one of the many key points is to understand the nature of the Kim family regime… South Korea and the United States are going to have common assumptions about the nature of the regime…”

앞으로 미국과 차기 한국 정부가 북한 정권의 본질, 목표, 전략에 대해 공동의 이해를 공유할 것으로 기대하며, 이는 적절한 대북 정책과 전략을 구사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북한 정권이 주한미군 주둔 등을 자신들에 대한 적대 정책으로 규정하고 미한동맹을 공격하고 있지만 한국에 대해 적대 정책을 유지하는 쪽이 북한이라는 점을 윤 당선인이 인식하고 있다”고 맥스웰 연구원은 평가했습니다.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가운데 오른쪽)이 지난 4일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윤석열 한국 대통령 당선인의 한미정책협의대표단과 만났다. 가운데 왼쪽은 박진 대표단장.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가운데 오른쪽)이 지난 4일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윤석열 한국 대통령 당선인의 한미정책협의대표단과 만났다. 가운데 왼쪽은 박진 대표단장.

전문가들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 등에는 강경하게 대응하면서 대화 채널은 열어 두는 이런 ‘투트랙’ 접근을 평가하면서도 실효성 문제와 한계도 지적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미국과 한국의 역대 대통령들도 ‘투트랙’ 접근을 시도했다며, 이런 접근이 효과가 있을지는 상당 부분 북한에 달렸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Keep in mind that American presidents have also followed the two-track approach in dealing with North Korea…the answer to that question depends a lot more on North Korea than on South Korea.”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지난 5년간 한국 정부는 북한을 수용하기 위해 많은 시도를 했지만 “북한은 적대적인 언사와 한국에 대한 잠재적인 군사 행동을 위한 준비를 계속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윤석열 정부의 투드랙 접근이 효과가 있을지는 북한에 달렸다며 “북한은 상호적인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지만 지난 수 년간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앤드류 여 한국 석좌는 “전술적 차원에서 제재에 어떤 장점이 있더라도 압박과 제재만으로는 비핵화에 더 가까이 가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앤드류 여 한국 석좌] “For whatever merits there might be to sanctions at a tactical level, we know pressure and sanctions alone has not gotten us anywhere closer to denuclearization. There must always be a door for dialogue and engagement in case North Koreans decide to change direction.”

그러면서 “북한이 방향을 바꾸기로 결정할 경우 대화와 관여의 문은 항상 열려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제임스 줌왈트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부차관보는 “미국은 북한 문제와 관련한 한국의 투트랙 접근을 환영할 것”이라면서도 “이 전략이 문재인 정부의 정책보다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고 낙관하지는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줌왈트 전 부차관보] “Concerning North Korea, I think the US will welcome the ROK's "two track approach" but I am not optimistic that this strategy will be any more effective than the Moon's government policy. I do not think that the DPRK wants to give up its nuclear weapons and missile programs.”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하는 상황에서 어떤 성공적인 전략도 찾기 어렵다는 한계를 들었습니다.

줌왈트 전 부차관보는 북한의 생각이 바뀔 경우를 대비해 대화의 문을 열어 놓는 이런 접근은 원칙적으로 바람직하다며, 다만 “강력한 억지력을 유지하기 위해 동맹, 그리고 우방들과 긴밀히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전문가들은 ‘미국과의 관계를 토대로 국제 외교를 확대할 것’이라는 윤 당선인의 동맹 인식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줌왈트 전 부차관보는 “한국이 역내와 국제 문제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바라는 윤 당선인의 열망은 미국, 그리고 역내 다른 파트너들이 환영할 가치 있는 목표”라고 평가했습니다.

[줌왈트 전 부차관보] “I think that President-elect Yoon's desire to see the ROK engage more proactively in regional and global affairs is a worthwhile goal that will be welcomed by the United States and Korea's other partners in the region.”

특히 “미국은 ‘연결된 동맹’이라는 비전을 이루기 위해 한국과 보다 적극적으로 관여할 진정한 기회가 있다”며, 이는 “미국의 동맹들이 공동 이익과 가치를 증진하기 위해 함께 협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도 윤석열 당선인이 미국과 함께 역내와 국제 현안에서 한국의 목소리와 역할을 확대할 의지를 밝힌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부차관보] “I certainly welcome what the president-elect has said. Korea is one of the largest economies in the world. It's one of the leading democracies in the world. It's an open free market economy…”

한국은 세계적인 경제 강국이자 선도적인 민주주의 국가로서 기후변화, 민주주의, 자유무역, 인권 등 광범위한 국제 현안에서 목소리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 후 바이든 대통령과의 조기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주목하며 “북한 등 안보 문제와 역내 현안 등 폭넓은 영역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양측의 노력이 이뤄지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일부 구체적인 현안이 미한관계에서 잠재적 도전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미한일 3국 협력을 강조하는 가운데, 윤석열 당선인이 한일관계 개선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진전이 이뤄질지 불투명하다고 앤드류 여 한국 석좌는 지적했습니다.

[앤드류 여 한국 석좌] “He seemed very confident about his ability to improve ROK-Japan relations. There might be two challenges here, however. The first is whether Kishida will reciprocate and match Yoon's optimism.”

일본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윤 당선인의 ‘낙관론’에 호응할지 불확실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의 과거사 문제를 너무 쉽게 다루는 것처럼 보일 경우 국내 정치 쟁점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앤드류 여 한국석좌는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에 대해서도 윤석열 당선인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제공에 제약이 있을 것이라고 밝힌 것은 맞는 이야기지만 “미국은 한국이 이 문제와 관련해 유럽 동맹국이나 자신들과 같은 생각이 아니라는 사실에 민감해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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