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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한국 측 금강산 시설 일방 철거..."출범 앞둔 윤석열 정부 압박 의도"


북한 금강산 골프장 동쪽 지대에 위치한 숙박단지를 위성 촬영한 사진. 지난 1일(왼쪽부터)과 9일까지만 해도 전반적으로 온전한 모습이지만 10일 중심부 건물(왼쪽 붉은 사각형 안)이 사라지고 11일에는 북쪽 2개 동(오른쪽 붉은 사각형 안)이 철거된 모습이다. 다른 건물들도 지붕이 뜯겨진 정황이 보인다. (자료=Planet Labs)

북한이 최근 금강산에 있는 한국 측 시설들을 일방적으로 철거하고 나선 데 대해 출범이 임박한 한국의 새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조치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또 이런 행동이 북한의 대외적인 고립을 한층 심화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2019년 10월 금강산을 시찰한 뒤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을 싹 들어내도록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산이자 남북 경협의 상징인 금강산 관광을 원점부터 독자 추진하라는 지시였습니다.

이후 북한은 한국 측에 철거 통지문을 보내는 등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다가 2020년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발발로 관련 움직임을 잠정 중단했습니다.

그러던 북한은 최근 해금강호텔과 아난티골프장 등 한국 측 시설에 대한 철거 작업을 본격적으로 벌이고 있습니다.

해금강호텔에 대한 해체 작업이 상당 부분 진행됐고, 호텔에서 약 1.8㎞ 떨어진 아난티골프장도 철거 중인 정황이 민간 위성사진에 포착된 겁니다.

한국 정부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채널을 통해 북한 측에 철거 상황을 확인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북한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한국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북한의 일방적 조치를 즉각 중단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며 “관련 사실을 설명하고, 금강산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에 조속 호응해오라”고 요구했습니다.

상대방 투자자 자산의 보호라는 남북 당국 간 합의는 물론 모든 사안을 서로 협의해서 해결해 온 사업자 간의 신뢰에도 명백히 위반되는 행위라는 게 한국 정부의 입장입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북한이 남북 협력사업으로서의 금강산 관광 사업 재개에 대한 기대를 접고 일찌감치 수립한 독자 개발 방침에 따라 철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상당 기간 남북관계가 재개되기 힘들고 거기에 따라서 금강산 관광의 미래도 극히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남쪽과의 관계에 의존해서 경쟁력 있는 관광지를 방치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그런 판단들이 종합적으로 작용해서 한국 쪽과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해체하는 과정을 밟고 있는 거죠.”

김형석 전 한국 통일부 차관도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금강산을 국제관광특구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고 지난해 1월 노동당 8차 대회 때 주요 부문별 과제로 관광산업 활성화, 금강산 지구 현대화 목표를 발표하기도 했다며 이번 조치도 이런 계획에 따른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국제사회 대북 제재와 신종 코로나 사태에 따른 중국과의 교역 위축 등으로 심화된 경제난 속에서 외화벌이의 주요 수단인 관광산업에 다시 손을 대보려는 의도라는 겁니다.

북한의 이런 일방적 행동은 경제적 동기 보다는 정치적 의도가 더 크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행동이 대미 대남 관계 교착 상태가 장기화하면서 올초부터 펴고 있는 강경책의 일환으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본인들의 자산이 아닌 것을 일방적으로 철거하는 것은 국제 신용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를 불러 일으키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금강산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것은 국내 수요 말고는 없거든요. 그런데 국내 수요라는 게 제한돼 있기 때문에 그러니까 사실 저런 행동은 정치적 목적이 더 크다, 그러니까 결국 1월부터 시작된 모라토리엄 파기, 실제로 파기했죠 3월 24일 화성-17형으로, 여기에 따른 대남 압박의 강화 차원으로 이렇게 봐야겠죠.”

통일연구원 박형중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다음달 출범하는 한국의 새 정부에 대한 압박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원칙있는 대북정책을 표방하고 있는 보수 성향의 윤석열 새 정부와 향후 긴장이 높아질 것을 예상하고 압박카드를 순차적으로 꺼내고 있다는 겁니다.

[녹취: 박형중 선임연구위원] “한국의 신정부를 상대로 앞으로 관계는 더 악화될 수 있을 것이고 앞으로 예를 들면 조평통도 해체하는 식의 조치를 할 수도 있다는 식의 시그널을 더 확실하게 하는 효과가 있겠죠.”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 출범을 전후한 북한의 또 다른 비군사적 대남 도발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남북 통신연락선 차단이나 개성공단 시설 철거, 9.19 군사합의 파기 등 다양한 선택지들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북한의 일방적 철거 행위가 국제사회 고립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김형석 전 차관은 김정은 위원장 집권 초기엔 외자 유치를 통해 여러 경제 특구들을 만들려는 의지를 보였지만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자력갱생을 기치로 외부와의 문을 닫고 국가 통제를 강화하는 흐름으로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김형석 전 차관] “외자 유치를 위해선 지금 하고 있는 행위 자체가 부정적이죠. 그런데 외자 유치의 가능성을 그렇게 높게 보고 있지는 않다라는 거죠. 그러면 어차피 스스로 해야 하는 건데 외자 유치 눈치 보고 할 필요는 없겠다 라는 차원이 강하지 않나 싶어요.”

박형중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 위원장이 대외관계를 미국과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중국이나 러시아에 집중하고 내부적으론 사상통제를 강화하면서 체제 유지를 위해 고립을 자초하는 통치술을 쓰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박형중 선임연구위원] “대외 협력이라든지 대외 사조에 대해서 굉장히 경계심이 강한 것 같고요. 지금 보면 국내 정치나 정책이 그런 식으로 흘러가고 있고. 그러니까 금강산 관광 시설을 저런 식으로 마음대로 폐쇄할 수 있는 것은 일종의 대외 관계에 대한 경직된 사고의 산물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금강산 관광은 남북협력 사업으로 1998년 시작됐지만 2008년 7월 한국 관광객이 북한 군에 의해 피살된 사건이 터진 이후 지금까지 중단됐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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