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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활동 전문가 “북한 불법 환적 조력자 압박해야…암호화폐 등 지급수단 진화”


지난 2018년 8월 일본 방위성이 북한 유조선과 국적 불명 선박 간의 '불법 환적' 행위를 포착했다며 공개한 사진. 해상자위대 보급함이 동중국해에서 촬영했다. 앞쪽 선박이 북한 '합장강해운' 소속 '남산 8호'.
지난 2018년 8월 일본 방위성이 북한 유조선과 국적 불명 선박 간의 '불법 환적' 행위를 포착했다며 공개한 사진. 해상자위대 보급함이 동중국해에서 촬영했다. 앞쪽 선박이 북한 '합장강해운' 소속 '남산 8호'.

선박 간 불법 환적을 통한 유류 밀거래 등 북한의 해양 불법 활동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이에 관여하는 업체 등 조력자에 대한 압박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해상 불법 활동 관련 전문가이자 미국 민간연구단체인 I.R. 컨실리움의 최고경영자인 이안 랄비 박사는 18일 VOA와 인터뷰에서 불법 활동을 단순히 감시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이같이 제안했습니다. 최근 유류 암거래의 지불 수단이 암호화폐 등 비규제 대상으로 다양해지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선박 간 환적을 통한 유류 거래는 북한의 대표적인 제재 회피 행위입니다. 끊임없이 지적되는 문제인데, 이를 제한하고 저지할 방법은 없습니까?

랄비 박사) 이런 행위를 제한하는 방법은 있지만 쉽지는 않습니다. 광대한 바다에서 효과적인 감시와 통제가 어려운 데다 (북한 입장에서는) 감시를 피할 방법이 많기 때문입니다. 기술 발전으로 자동식별시스템 AIS를 통해 선박을 감시할 수 있고 일정 규모 이상 상선은 위성을 통해 움직임과 위치를 추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재를 회피하겠다는 것은 이미 법을 신경 쓰지 않고 얼마든지 불법행위를 저지르겠다는 이야기죠. 실례로 송신기 등을 끄고 운항하는 것입니다. 또한 많은 선박 간 환적이 해군이나 해양경비대 등 공권력의 일상적인 활동 범위를 벗어난 지점에서 이뤄지는 것도 문제입니다. 게다가 선박 위치를 추적했더라도 실제로 유류가 이송됐는지, 또 언제 이송됐는지 파악하는 것은 더욱 어렵습니다.

기자) 이런 불법 활동이 이뤄지는 인근의 관련국들이 단속하는 것이 어렵다는 말입니까?

랄비 박사) 선박들이 자동식별시스템 AIS를 켜고 운행하고 감시가 가능하더라도 두 가지 어려움이 있습니다. 첫째는 해당 연안 국가 당국이 의심 선박이 있는 지역까지 출동해 실제로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느냐 하는 물리적인 역량의 문제입니다. 먼 해상까지 출동해서 다시 안전하게 복귀할 수 있느냐 확신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물리적으로 그게 가능하더라도 법적 재량권 문제가 남습니다. 특히 자국 영해를 벗어난 지역에서 제재 이행을 위해 무엇인가 실질적으로 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있습니다.

기자) 미국과 동맹국들이 북한의 불법 해상활동이 이뤄지는 역내에서 감시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불법 활동을 실제로 적발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요, 이런 활동의 실효성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랄비 박사) 불법 활동을 감시하는 것만으로, 그리고 그것을 기록하는 것이 어떤 억제 효과가 있냐고 묻는다는 저는 아니라고 답하겠습니다. 왜냐면 이 문제는 이미 법률 밖에서 활동하는 행위자들에 대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불량국가’ 북한은 제재를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들은 기름과 연료가 필요하고 어떤 방법으로도 그것을 얻으려고 하죠. 적발하고 문서화하는 것이 어떤 효과가 있을까요? 저는 이 문제와 관련해 북한이라는 국가 자체보다는 ‘실제로 유류를 옮기는 이들’, 즉 조력자에 대한 압박에 더 초점을 맞출 것을 제안합니다. 선박 관련 회사나 이런 공급망에 실제로 관여하는 사람들은 제재가 신경 쓰일 것입니다. 이 부분에서 관련 연안 국가들이 국가 법률 체계와 국가적 해양 역량을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보다 잘 공유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미국과 동맹국들이 좀 더 관여할 수 있는 역량과 노력을 구축할 필요도 있습니다.

기자) 국가보다는 실질적인 불법 활동에 관여하는 대상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들이 있을까요?

랄비 박사) 공급망 부문을 더욱 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선박 환적을 위해선 먼저 선박이 필요하고 선적 국가의 허가도 필요합니다. 다양한 요소들이 관여한다는 말입니다. 이런 부분에 더욱 압박을 가할 수 있는데, 특히 선박 간 환적에 관여할 만한 역량이 있는 대상을 확인하는 데 더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압박이 필요한 지점과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기자) 관련 국가들이 제재 회피 의심 선박을 차단하고 직접 개입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건가요?

랄비 박사) 앞서 언급한 물리적 역량 이외에도 ‘권한’과 ‘관할권’ 문제가 있습니다. 영해 범위인 12해리를 벗어난 지역에선 법적 권한과 법적 관할권이 필요합니다. 이와 함께 해당 관계 당국의 실질적인 권한이 필요한데, 어떤 당국의 경우 12해리 밖에서는 ‘차단’이나 ‘승선’ 행위를 할 수 없습니다. 물론 유엔해양협약 110조에 따르면 ‘노예, 불법 방송, 불법 복제’ 관련 범죄 활동이 의심될 경우 어디서든 개입과 승선할 권한이 있지만, (대북 제재 회피와 관련해) 이 조항이 적용될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선박 등록’ 문제를 확인하기 위해선 승선할 수 있을 겁니다. 제재 회피 활동에는 선주 국가, 등록 증명서, 선박 간 불일치 사례가 많으니까요.

기자) 한때 한국 소유였다가 북한으로 매각된 뒤 불법 활동에 관여한 선박에 대한 VOA의 보도가 있었습니다. 이런 사례가 가능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제3자가 관여한 것일까요?

랄비 박사) 제가 앞서 공급망 부문에서 개입할 방법을 모색하는 데 더욱 창의적일 필요가 있다고 말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선박 중개 영역에서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합니다. 선박 소유권을 은폐할 수 있는 유령회사들의 능력이 큰 문제입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해상 운송과 운영의 최대한 편의를 도모하기 때문에 이 문제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습니다. 선박을 등록하는 주체가 누구이며, 그 뒤에는 누가 있는지에 대해 제재 영역에서 우리가 원하는 만큼은 하지 않습니다. IMO는 이런 일들을 ‘IHS MARKIT’이라는 대행기관에 위임합니다. 저는 선박 등록과 관련한 제재 회피 사례가 꽤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선박의 소유권과 실소유자를 모호하게 하기 위해 선박의 신원을 신속하게 변경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런 환경이 한국 소유 선박이 갑자기 다양한 유령회사를 통해 북한으로 넘어가고, 합법적인 국제 해상 상업활동이 갑자기 제재 회피 활동이 되도록 합니다. 그래서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더욱 필요합니다. 과거에는 선박 회사가 보통 여러 척, 많게는 수십 척의 선박을 보유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선박 한 척만이 유일한 자산인 회사들이 많습니다. 이런 환경이 진짜 소유자가 누군지, 실제로 뒤에 누가 관련돼 있는지를 모호하게 하고 유령회사의 개입을 더욱 쉽게 만듭니다.

기자) 북한이 해상에서 불법 유류 거래를 할 때 어떤 방식으로 비용을 지급하는지도 궁금합니다. 현금 거래를 하는 것입니까?

랄비 박사) 지불과 관련된 문제는 지금 아주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현재 매우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입니다. 매우 다양한 지급 방식이 가능하고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동안은 규제 영역의 사각지대를 활용한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완전히 규제 대상이 아닌 지급체계도 활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음성적인 ‘다크웹(dark-web)’ 거래, 암호화폐 지불 등입니다. 최근에는 러시아가 전통적인 금융체계에서 배제되면서 ‘장부 외 거래’의 새로운 영역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금과 암호화폐 교환 등의 방법도 유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대금 지급 체계야말로 갈수록 주목해야 할 핵심 영역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전이 될 수도 있지만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네트워크에 관여하는 행위자와 조력자들을 파악할 수 있다면 새로운 압박 지점을 확보하는 것이니까요.

아웃트로) 지금까지 해양 불법활동 전문가이자 관련 연구단체인 I.R. 컨실리움 최고경영자를 맡고 있는 이안 랄비 박사로부터 북한의 선박 간 불법 환적 관행에 대한 진단과 대응책을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박형주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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