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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전문가패널 “북한, 신종수법으로 유류 환적”…VOA 지적한 만수대 동상 건립도 주목


일본 해상자위대 P-3C 초계기가 촬영한 북한 유조선 '천마산 호'. 일본 방위성 제공 사진.
일본 해상자위대 P-3C 초계기가 촬영한 북한 유조선 '천마산 호'. 일본 방위성 제공 사진.

북한이 공해상이 아닌 자국 영해에서 선박 간 환적을 벌이는 신종 수법을 동원해 유류를 획득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이 지적했습니다. 중국 근해에서 석탄을 실은 북한 선박들의 수상한 움직임도 포착했습니다. 전문가패널은 VOA가 보도한 아프리카 베냉 동상 건립과 베트남 식당에서의 만수대 작품 판매 문제도 새 보고서에 담았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불법 활동과 국제사회 대북 제재 이행을 감시하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지난해 한반도 서해상에서 벌어진 수상한 활동에 주목했습니다.

전문가패널은 1일 공개한 연례 보고서에서 “북한의 항구로 직접 (유류를) 수송하던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전과 달리 비북한 선적의 유조선들은 북한의 배타적 경제수역 등에서 북한 선박들에 유류 제품을 환적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2019년 이후 직접 북한의 항구로 유류를 수송하는 모습이 포착됐던 선적 미상의 ‘다이아몬드 8’ 호가 2021년 8월 북한 서해에서 유엔 제재를 받는 유조선 천마산 호와 맞댄 사례를 제시했습니다.

전문가패널에 따르면 이보다 앞선 시점 다이아몬드 8호는 중국 근해에서 포착됐으며, 유류를 전달받은 것으로 보이는 천마산 호는 다이아몬드 8호와 맞댄 이후 인근 남포로 입항했습니다.

다이아몬드 8호가 중국에서 싣고 온 유류를 천마산 호에 넘기고, 천마산 호는 이를 북한 내륙으로 옮긴 정황을 보여줍니다.

전문가패널은 2021년 이런 방식으로 ‘호콩’ 호와 ‘뉴 콩크’ 호, ‘수블릭’ 호 등 7척이 북한의 배타적 경제수역으로 유류를 운반하거나 북한 선박과 해상에서 환적을 한 정황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이들 선박은 직접 남포의 유류 항구로 입항하며 불법 유류 운송에 가담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와 또 유엔 안보리 전문가패널이 제재 위반 가능성을 제기한 시점 이후부터는 북한 서해상에서 유류를 옮겨 싣는 양상을 보인다는 설명입니다.

다이아몬드 8호와 뉴 콩크, 수블릭 호 등 4척은 유엔 안보리의 제재 명단 등재가 권고됐지만, 지난해에도 이미 같은 권고를 받은 바 있어 올해도 제재 여부는 불투명합니다.

안보리는 지난 2017년 채택한 결의 2397호를 통해 북한이 반입할 수 있는 유류 제품, 즉 정제유 양을 연간 50만 배럴로 제한하고 북한에 정제유를 공급한 나라들이 이를 매월 보고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선박 간 환적 등 불법적인 방식이 동원된 유류에 대해선 정식 보고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전문가패널은 지난해 12월 50개 유엔 회원국이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지난해 북한에 비공식적으로 반입되거나 반입 대기 중인 정제유가 52만5천967배럴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공식으로 보고한 정제유 반입량 9만1천900배럴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입니다.

북한의 불법 석탄 수출 의혹도 이번 보고서에 담겼습니다.

전문가패널은 유엔 회원국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2020년 9월부터 2021년 8월 사이 북한이 55만2천400t에 달하는 석탄을 최소 64차례에 걸쳐 중국 근해와 중국 항구에 운송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전문가패널은 북한 남포에서 석탄을 실은 선박이 이후 중국 저우산 인근 해역에서 대기 중인 장면을 공개했습니다.

특히 2021년 10월 5일 중국 저우산 해상을 촬영한 위성사진에는 미양 5 호와 장안 호 등 16척의 북한 선박이 대기 중인 모습도 확인됐습니다.

전문가패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영향으로 한 때 모습을 감췄던 북한의 석탄 선박들이 지난해 4월 이후 다시 포착되기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북한은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에 따라 석탄을 비롯한 모든 광물 수출이 금지돼 있습니다.

전문가패널은 올해 보고서 작성에 앞서 VOA가 보도한 아프리카 베냉의 북한 동상 건립 문제에도 주목했습니다.

특히 VOA가 공개했던 해당 동상의 도면과 이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을 인용하면서 “전문가패널은 베냉의 동상 건립 문제를 계속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VOA는 북한 만수대창작사가 중국의 위장 회사를 내세워 베냉 최대 도시인 코토누에 30m의 동상을 건립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전문가패널은 이 동상이 지난 2020년 6월과 9월 완공된 것으로 보이지만 이후 가림막이 세워졌으며 지난해 12월을 기준으로 여전히 가려진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베냉 정부는 전문가패널에 보낸 서한을 통해 자신들은 해당 기관, 즉 북한 만수대창작사와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전문가패널은 베트남 하노이의 한 북한 식당에서 만수대 창작사의 그림이 판매되고 있다고 지적한 지난 2019년 VOA 보도 내용도 자세히 소개했습니다.

당시 VOA는 하노이에 위치한 북한 ‘고려식당’을 방문해 만수대 창작사 소속 작가들이 제작한 그림과 수예 작품 등이 미화 500달러에서 1천400달러에 판매된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만수대 창작사와 만수대의 해외법인인 ‘만수대 해외프로젝트그룹(MOP)’은 유엔 안보리의 제재 대상입니다.

한편 전문가패널은 이번 보고서에서 최근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언론 등이 지적한 영변 원자로와 평산 우라늄 광산 활동 징후 등에 주목하면서 핵 물질 생산 역량을 계속 발전시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암호화폐와 관련한 사이버 공격은 여전히 북한 정권의 중요 수익원으로 남아 있다면서 유엔 회원국 1곳의 자료를 인용해 북한이 2020년과 2021년 중순 사이 북미와 유럽, 아시아의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최소 5천만 달러를 탈취했다고 밝혔습니다.

안보리 전문가패널은 지난 2009년 미국과 한국,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러시아, 싱가포르 등 8개국에서 파견된 전문가 8명으로 구성됐습니다.

전문가패널은 북한을 비롯한 관련국들의 대북 제재 불이행 사례 조사, 제재 이행과 관련한 정보 수집과 분석이 주요 임무로 매년 두 차례 북한의 제재 위반 활동 등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해 위원회에 제출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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