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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조선 2척, 최근 북한에 매각…불법 행위 연루


한 때 한국의 '우정' 호였던 북한 선적 '신평 5' 호가 불법 선박 간 환적 행위에 동원된 정황이 지적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보고서.

한국의 유조선 2척이 최근 북한 정권의 소유로 넘어간 정황이 포착돼 유엔이 공식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미국에 의해 매각된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를 비롯해 한때 한국 깃발을 달았던 선박들이 대북제재 위반 행위에 동원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최근 공개한 연례보고서에서 지난해 한국 회사가 매각한 북한 소유의 유조선 ‘오션 스카이’ 호의 사례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당초 한국 선적의 ‘대호 선라이즈’ 호였던 이 선박은 지난해 중국과 홍콩 소재 회사에 매각돼 같은 해 5월 11일 홍콩 소재 기업인 ‘아시아 오션 쉬핑’ 선박에 견인돼 한국 부산항을 떠났는데, 5월 24에서 30일 사이 북한의 ‘룡성 무역회사’로 운송됐다는 게 전문가패널의 지적입니다.

전문가패널은 선박의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역추적하고 위성사진 자료를 분석해 이 선박이 이후 시에라리온 깃발을 달고, 이름도 ‘오션 스카이’로 바꾼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또 이 선박이 최종적으로 북한에 입항한 정황까지 확인해 현재 추가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1996년 건조된 ‘오션 스카이’ 호는 길이 99.9m, 중량톤수(DWT) 5천807 t의 중소형급 유조선입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6년 채택한 대북 결의 2321호를 통해 유엔 회원국들이 북한에 선박을 판매하거나 북한 선박을 구매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또 안보리 결의와는 별도로 한국은 2010년 5.24 조치 등을 통해 선박을 포함한 북한과의 무역을 전면 금지하고 있으며, 미국 정부도 북한과 선박 등을 거래할 때 미리 재무부와 상무부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의 ‘대호 선라이즈’ 호가 북한 소유의 ‘오션 스카이’ 호로 탈바꿈하기까지 유엔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대북제재 규정이 지켜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이 선박을 매각한 한국의 ‘대호 쉬핑’은 전문가패널에 보낸 서한에서 문제의 선박이 2011년 2월28일부터 지난해 5월17일까지 이 회사 소유였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해 3월 중국과 홍콩에서 활동하는 브로커가 한국의 장 씨 성을 가진 브로커에 접촉했고 얼마 후 매매 계약이 체결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일반적으로 구매자가 실시하는 선박에 대한 검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취소됐으며 이후 구매자 측 대리인 없이 한국의 브로커에게 선박을 넘겼다고 대호 쉬핑 측은 전했습니다.

전문가패널은 한때 한국 선적이었던 또다른 유조선 ‘우정’ 호가 북한 깃발을 달고 있는 사실도 확인하고 조사를 진행 중입니다.

‘우정’ 호는 2019년 7월 중국 스다오항으로 향하기 직전까지 한국 부산을 모항으로 둔 한국 선박이었지만 현재는 북한의 ‘신평 5’ 호가 돼 북한 당국의 통제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신평 5호는 지난해 8월 8일과 9일, 10일 총 세 차례에 걸쳐 불법 선박 간 환적 방식을 이용해 팔라우 선적의 유조선으로부터 유류를 건네받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한때 한국 깃발을 달고 전 세계를 누비던 유조선이 불과 2년 만에 대북제재 위반의 중심에 서게 된 겁니다.

한국 선박이 북한 선박으로 ‘변신’해 제재 위반 행위에 연루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앞서 VOA는 북한산 석탄을 운반하다 인도네시아 당국에 적발되고 이후 미국 정부에 의해 매각처리 됐던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가 2015년까지 한국 깃발을 달았던 ‘애니(Eny)’ 호였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당시 애니 호를 구매한 회사는 선박 이름을 여러 차례 변경하고 중간에 캄보디아와 탄자니아 등 여러 나라 깃발을 바꿔 달았지만 문제의 선박은 결국 약 1년 뒤 북한 선적의 ‘와이즈 어네스트’ 호가 됐습니다.

그 밖에 미 재무부와 유엔 안보리의 제재 대상인 북한 유조선 백마 호는 과거 한국 업체가 실제 소유와 운영을 맡았던 ‘로열 미라클’ 호였으며, 또 2003년부터 2010년까지 대신쉬핑이라는 한국 업체가 운영했던 ‘한국호’도 현재 미 재무부의 제재 대상인 북한의 ‘금빛 1호’가 돼 있습니다.

아울러 신성하이 혹은 탤런트 에이스 호라는 이름으로 한국에 석탄을 밀반입하다 억류됐던 선박도 2008년부터 2017년까진 한국의 ‘동친해운’이 소유했던 ‘동친 상하이’였습니다.

선박 전문가인 우창해운의 이동근 대표는 4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이 노후화된 자체 선박을 한국 선박으로 대체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이동근 대표] “대체 선에 가까워요. 선박도 오래되면 도저히 좋은 기술로도 이 배를 고쳐 쓸 수 없는 한계가 오지 않겠습니까? 특히 엔진이나 가동을 할 수 있는 것들이 부품이 없다든지 또는 기술로는 도저히 고칠 수 없는 것, 또 중요한 부위에 누수가 있다든지…”

그러면서 사용 기한이 짧아 중고 거래가가 높은 일본 선박 대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한국 선박이 북한 당국에 대안으로 떠오른 상황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대표는 북한이 구매한 한국 선박 대부분이 중량톤수 1만t 이하라는 점에 주목하면서 “이런 크기의 매매 계약이 이뤄질 때 한국 정부와 한국의 선박 판매자 등은 자금 출처 등을 신중히 살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또 관계 당국이 북한에 선박을 판매한 전력이 있는 회사를 면밀히 관찰하면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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