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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문답] 전문가패널 보고서, 북한 핵시설 움직임 집중 조명…선박 세탁 행위도 주목


지난 2018년 8월 동중국해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 '남산8'호(오른쪽)와 국적 미상의 선박 사이에 불법 환적이 이뤄지는 것으로 의심되는 사진을 일본 정부가 공개했다. 사진 제공: 일본 방위성.
지난 2018년 8월 동중국해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 '남산8'호(오른쪽)와 국적 미상의 선박 사이에 불법 환적이 이뤄지는 것으로 의심되는 사진을 일본 정부가 공개했다. 사진 제공: 일본 방위성.

대북제재 이행 상황을 점검하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중간보고서가 공개됐습니다. 이번 보고서는 북한의 각종 제재 위반 행위와 함께 영변 등 북한의 핵 시설의 움직임에 주목했는데요. 함지하 기자와 더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진행자) 전문가패널은 북한을 비롯한 각국의 대북제재 이행과 위반 등을 점검하는 역할을 하는데요. 이번 보고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불법 활동은 무엇인가요?

기자) 북한의 핵 관련 활동입니다. 이번 보고서는 그 어느 해보다도 영변을 비롯한 북한의 핵시설의 움직임에 주목했는데요. 영변의 경수로 외부 공사가 끝나고, 인근에는 지하로 연결된 수직통로로 보이는 시설이 들어선 사실이 지적됐습니다. 또 지난해 12월부터 2월 사이 핵과 관련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실험이 있었다는 사실도 보고서에 담겨 눈길을 끌었습니다. 아울러 최근 확장 공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던 영변의 우라늄 농축 공장에는 액체질소용 유조차로 보이는 차량도 발견됐다며 위성사진을 함께 공개했습니다. 그 외에도 평산 우라늄 공장의 움직임 등 다른 지역의 핵시설에서 관측된 활동들이 보고서에 명시됐습니다.

진행자) 북한의 핵 활동은 최근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북한 전문 매체들도 자주 지적한 사항인데요. 이번 보고서가 그런 지적들을 뒷받침하고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전문가패널은 영변과 같은 핵시설의 움직임에 대해 자체 분석보다는 각국 정부로부터 관련 정보를 보고 받아 이를 소개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정보기관들이 분석한 정보인만큼 신뢰도는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는 최소 2개 나라가 관련 활동을 제보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이중 1개 나라는 적외선 장비를 이용해 영변 핵 시설 내 활동을 감지했는데요, 이를 통해 일종의 실험이 있었다는 사실까지 밝혀냈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영변에서 핵 관련 활동은 실제로 크게 늘어났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진행자) 올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국경 봉쇄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VOA도 불법 석탄 수출이나 유조선들의 불법 정제유 반입이 줄었다고 보도했는데요. 이런 내용들도 있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예년에 비해 선박들의 불법 활동에 관한 내용이 줄었습니다. 국경 봉쇄의 여파로 추정되는데요. 실제로 보고서는 공해상 선박간 환적이나 다른 나라 깃발을 단 유조선들이 직접 유류를 운송했다는 보고도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밖에 북한이 사치품 등을 수입하는 행위도 구체적으로 적발된 경우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경 봉쇄 상황이 제재 위반을 줄이는 데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됩니다. 그렇다고 불법 활동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닙니다. 특히 선박들이 이름과 등록번호 등을 서로 바꾸는 일종의 ‘세탁 행위’가 이번 보고서에 자세히 소개됐습니다.

진행자) 구체적인 내용을 들어볼까요?

기자) 선박의 선적을 세탁하는 문제는 과거 VOA도 몇 차례 보도한 내용인데요. 유엔 안보리의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선박을 운항할 수 없게 되자 선주들은 문제가 없는 선박에 새로운 등록번호와 이름을 부여하고 이를 제재 선박으로 옮긴다는 겁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유령 선박이 등장하기도 하고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조작하는 등 복잡한 방식이 동원됩니다. 이번 보고서는 선박 세탁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 제재 대상 선박의 사진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 같은 행위가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북한이 새로운 선박을 구한 내용도 지적됐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한때 한국 깃발을 달았던 ‘우정’ 호의 이야기인데요. ‘신평 5’ 호로도 불렸던 이 선박이 2020년 10월 북한 깃발을 달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겁니다. 이 선박은 ‘우정’ 호이던 시기인 2019년 7월 중국 시다오 항에서 위치가 확인됐는데, 이후 북한으로 소유권이 넘어간 것으로 추정됩니다. 현재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는 북한과의 선박 거래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앞서 미국 정부에 의해 압류돼 최종 몰수됐던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도 한때 한국 선박으로 드러나 논란이 있었는데요. 선박이 어떤 과정을 통해 북한으로 넘어갔는지 좀 더 조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진행자) 전문가패널은 북한의 사이버 활동에 대한 내용도 매년 지적했는데요. 이번 보고서는 어땠습니까?

기자) 네, 사이버와 관련해 가장 주목되는 건 북한이 가상화폐 거래소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회사 등을 상대로 사이버 공격을 감행했다는 내용입니다. 보고서는 북한 해커들이 가상화폐 거래소 직원들을 대상으로 ‘스피어피싱’ 공격, 즉 맞춤형 악성 이메일 공격을 저질렀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 공격 대상자를 찾은 뒤 집요하게 이메일로 악성 코드가 담긴 각종 자료 등을 보냈다는 겁니다. 또 북한 정찰총국 소속으로 알려진 ‘라자루스’와 ‘킴수키’ 등 해커조직이 미국의 ‘존슨앤드존슨’과 ‘노바백신’ 등 코로나 백신 제조사들을 상대로 해킹을 시도했다는 언론 보도도 보고서에 담겼습니다.

진행자) 그 밖에 주목되는 불법 활동은 어떤 게 있었나요?

기자) 한동안 잠잠했던 해외 북한 공관의 불법 임대 문제가 지적됐습니다. 불가리아의 수도 소피아에 위치한 북한 대사관 소유 건물이 현지인들을 위한 연회장으로 활용된다는 문제가 몇년 전 불거졌는데요, 전문가패널은 여전히 해당 연회장이 광고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문제 삼았습니다. 또 북한이 수입을 추진하던 독일과 일본산 고급 차량에 대한 조사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점도 보고서에 담겼습니다.

진행자) 매년 보고서에는 북한의 해외 노동자 문제도 담겼는데요, 올해는 어땠나요?

기자) 전문가패널은 여전히 북한 노동자들이 다수의 나라에서 활동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2020년과 2021년을 기준으로 일부 나라의 정보산업(IT)과 건설, 전기, 농업 분야에 북한 노동자들이 투입된 상태라는 겁니다. 또 일부 동남아시아 나라들에선 북한 국적자의 송환 시한인 2019년 12월 이후까지 북한 식당 등이 운영되고 있어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인도주의와 관련된 내용도 담겼다고요?

기자) 네, 전문가패널은 국경 봉쇄 조치로 인해 인도적 위기가 심화됐다고 지적했는데요. 특히 인도주의 지원 단체들의 활동에도 많은 제약이 가해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보고서는 제재 면제를 신청한 유엔 기구와 비정부기구(NGO) 38개 단체를 조사했다면서, 국경 봉쇄 이후 이들의 인도적 지원 활동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평양에 직원이 남아있는 경우가 없어 독립적 감시가 불가능하고 이로 인해 신규 자금지원 조달에도 어려움이 있는 상태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상황 계속되면 대북 지원에 대한 국제사회 관심 줄어들 것이라고 보고서는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보고서가 나오기까지 중국과 관련해 잡음이 조금 있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기자) 네, 전문가패널은 미국과 한국, 일본, 영국, 프랑스, 러시아, 싱가포르 등과 함께 중국 출신 전문가로 구성돼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신문은 중국 측 전문가가 동료 전문가들의 조사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고 중국 정부도 북한을 옹호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등 전반적으로 전문가패널의 조사에 비협조적이었다고 지적했었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중국 영해에서 벌어지는 선박들의 제재 회피 의심 행위 등에 대해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진행자) 이번 보고서에 중국이 협조를 하지 않은 사례도 일부 엿볼 수 있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현재 북한의 김책공업종합대학을 비롯한 북한의 대학교 홈페이지들에는 다른 나라 대학들과의 교류 현황이 소개돼 있는데, 여기에는 중국은 물론 베트남과 러시아, 멕시코, 이탈리아 소재 대학들의 이름이 명시돼 있습니다. 그런데 전문가패널에 따르면 베트남 등은 자국 대학의 북한과의 교류가 언어 교육 등에 한정됐다며 적극적으로 해명한 것과 달리 중국은 학술 교류가 유엔의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내용을 전문가패널 측에 통보했습니다. 물론 일반적인 학술 교류는 제재 대상이 아닐 수 있지만 과학 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의 교류는 제재 대상입니다. 그런데 중국의 대학들은 모두 11개 과학 분야 논문을 북한과 공동으로 발표한 것으로 알려져 제재 위반 논란을 피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진행자) 일반적으로 권고안을 내놓는데, 올해는 어떤 내용이 있었나요?

기자) 먼저 북한의 ‘선박 세탁’ 행위를 막기 위해 각국이 문제의 선박들에 대한 최신 정보를 공개할 것을 권고했고요. 또 의심스러운 선박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 외에도 흥미로운 ‘권고’가 있는데요. 각 나라들이 한국에 물품을 수출하면서 대상국을 북한으로 혼동해 기재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국제표준화기구’가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또 전문가패널은 유엔 안보리가 북한 주민들에 대한 대북제재의 의도치 않은 악영향을 완화시킬 수 있는 사안들을 지속적으로 다뤄줄 것도 권고안에 포함시켰습니다.

지금까지 함지하 기자와 함께 전문가패널의 올해 중간 보고서에 소개된 내용들을 짚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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