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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유엔대사 “북한 인도적 위기는 제재 아닌 정권 탓…제재 이행 확실히 해야”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지난달 31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지난달 31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북한의 인도주의적 위기는 제재 때문이 아니라 북한 정권이 자초한 결과라고 지적했습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인도주의 부문에 대한 제재 면제가 적절히 이뤄지고 있다며, 각국에 적극적인 제재 이행을 촉구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제재를 효과적인 대북 억제 수단으로 규정하면서, 북한의 인도적 위기가 제재 때문이라는 일각의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7일 ‘제재와 인도적 영향’을 주제로 열린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제재는 국제사회 평화와 안보에 대한 위협을 억제하고 해결하는 데 필수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며, 테러조직, 유엔 평화유지군에 대한 위협 세력 등과 함께 북한 정권을 사례로 들었습니다.

[녹취: 토머스-그린필드 대사] “They have slowed the development of certain capabilities of the DPRK’s unlawful WMD and ballistic missile programs. And they constrain the resources of those who would spoil peace processes, threaten UN peacekeepers, commit atrocities, and obstruct humanitarian assistance. Like any tool, sanctions can be used effectively or poorly. But that’s a reason to deploy them carefully, not to condemn their use entirely.”

“제재가 북한의 불법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의 특정 역량 개발을 지연시켰다”는 겁니다.

이어 “제재는 다른 도구와 마찬가지로 효과적일 수 있지만 서툴게도 사용될 수 있다”면서도 “그것은 제재 전체를 규탄하려는 게 아니라 제재를 신중하게 사용해야 할 이유”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제재가 북한을 포함한 각국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초래한다는 이날 회의 주제를 반박하듯 “우리는 제재가 효과적이고 표적화 돼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확실히 최소화할 수 있도록 우리의 역량 안에서 모든 걸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은 이를 위해 전적으로 노력하고 있고, 인도적 구호품의 전달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미국이 인도주의적 제재 면제 절차 등에서 주도적인 노력을 해 왔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이 같은 제재 면제 조치가 북한에도 취해지고 있다는 사실도 거듭 확인했습니다.

[녹취: 토머스-그린필드 대사] “In certain cases, humanitarian exemptions can strengthen sanctions by ensuring their economic costs are more effectively targeted. We have done this routinely in the DPRK Sanctions Committee, in Yemen, and in Somalia.

“경우에 따라 인도주의 제재 면제는 북한의 경제적 비용을 더 효과적으로 겨냥함으로써 제재를 강화할 수 있으며, 우리는 대북제재 위원회를 비롯해 예멘, 소말리아의 경우에도 정기적으로 그렇게 해 왔다”는 설명입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북한 정권이 인도주의적 위기를 자초했다고도 지적했습니다. “안보리는 지난 12월 유엔 인도주의 업무조정국(OCHA)의 대북제재 위원회 브리핑을 통해 북한에 인도적 지원품을 보내는 데 있어 첫 번째 걸림돌은 국제사회 제재가 아닌 북한의 자체적인 국경 봉쇄라는 사실이라는 말을 들었다”는 설명입니다.

[녹취: 토머스-그린필드 대사] “Specifically, on DPRK, this Council heard from OCHA in its December briefing to the 1718 Committee that the number one barrier to sending humanitarian assistance into the DPRK is the DPRK’s self-imposed border closures, not international sanctions, as our colleagues have alleged today. The United States remains committed to addressing the humanitarian situation in the DPRK, which is why we have continued to support the 1718 Committee’s swift processing of sanction exemptions for aid organizations, and it is why we are now working closely with the UN Secretariat to establish a reliable banking channel. We call on DPRK to demonstrate a commitment to the wellbeing of its own people by respecting human rights, defunding its unlawful WMD and ballistic missiles program, and prioritizing the needs of its own people – the vulnerable North Koreans.”

이어 “미국은 북한의 인도적 상황을 해결하는 데 여전히 전념하고 있다”며 “우리가 지원단체들에 대한 1718 위원회의 신속한 제재 면제 처리를 계속 돕고, 신뢰할 수 있는 은행 채널이 구축되도록 유엔 사무국과 긴밀히 협력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우리는 북한이 인권을 존중하고, 불법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하며, 취약한 북한인들의 필요를 우선 순위에 둠으로써 자국민의 안위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유엔 회원국들이 의도적으로 제재 회피 활동을 무시하거나 우리 모두가 집행하기로 한 조치 등 약속들을 지키지 못한다면, 그들은 (제재) 수단의 효용성과 안보리 자체의 업무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토머스-그린필드 대사] “When Member States willfully ignore sanctions evasion activity or fail themselves to live up to the commitments, we have all made to enforce these measures, they undermine the tool’s utility, and the work of the Council itself. Meanwhile, it is the legal and moral right of individual Member States or other multilateral groups to impose sanctions on their own, where appropriate, to achieve these important ends.”

그러면서 “그런 상황 속에서 개별 유엔 회원국과 그 밖의 다자 기구들이 중요한 목적 달성을 위해 적절한 부문에 독자 제재를 가하는 것은 법적·도덕적 권리”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회의는 2월 안보리 의장국인 러시아의 주도로 열렸습니다.

이번 회의는 제재 대상국들의 인도주의와 사회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 등을 막는데 초점이 맞춰지면서, 대북제재 등에 대한 완화를 추진해 온 러시아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실제로 이날 드미트리 폴리안스키 유엔주재 러시아 차석대사는 지난해 러시아와 중국이 공동으로 대북제재 완화 결의안을 제출한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안보리가 이를 통과시킬 것을 촉구했습니다.

[녹취: 폴리안스키 차석대사]

“만약 안보리가 지정학적 문제가 아니라 일반 북한 주민들을 생각한다면 제재 완화 제안은 지지를 받을 만하다”는 주장입니다.

폴리안스키 차석대사는 대북제재 위반자들에게 가해진 서방국들의 독자 제재도 겨냥하면서 “서방국들의 2차 제재는 평양 주변에 독소적인 분위기를 조성해 (다른 나라들이) 협력하기를 꺼리는 결과를 만들어내고, 이런 일은 심지어 국제사회가 제약을 가하지 않은 분야에서도 일어난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미국은 지난달 12일 북한의 잇따른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등에 대응해 북한의 미사일 부품 조달에 관여한 북한인과 러시아인, 러시아 회사를 독자 제재한 바 있습니다.

이후 미국은 러시아인과 러시아 회사를 제외한 북한 국적자 5명에 대한 유엔 안보리 제재를 추진했지만, 이 같은 노력은 중국과 러시아의 ‘보류’ 요구로 사실상 무산된 상태입니다.

장쥔 유엔주재 중국 대사도 지난 2017년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 2397호 이후 북한에 심각한 인도적 결과가 발생했다며, 농기계와 의료장비, 수도관 등 인도적 품목의 수입이 크게 제한되면서 북한 내 식량부족과 의료상황에 대한 어려움을 초래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장쥔 대사]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북한 정권을 인도주의적 위기의 주범으로 지목한 토머스-그린필드 대사와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등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됩니다.

현재 유엔 대북제재위원회는 국제 인도주의 단체들의 대북 반입품의 허용 여부를 심사해 제재 면제를 허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장쥔 대사가 언급한 농기계와 의료장비, 수도관 등은 유엔아동기금(UNICEF)과 국경없는의사회(MSF) 등에 이미 반입 허가가 떨어진 품목들로, 단지 북한의 국경 봉쇄가 장기화되면서 북한 내 운송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로즈마리 디칼로 유엔 정무평화구축국 사무차장도 북한이 사례별 인도주의 제재 면제 조치를 받고 있는 나라라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녹취: 디칼로 사무차장] “Moreover, the Security Council has instituted standing humanitarian exemptions in the Somalia and Afghanistan regimes, as well as case-by-case humanitarian exemption systems in the Libya, Yemen and DPRK regimes. The 1718 Committee, which oversees sanctions on the DPRK, has approved 85 of the one hundred exemption requests received since 2017. The Committee has also granted multiple timeline extensions in recognition of the logistical challenges created by the COVID-19 pandemic.”

디칼로 사무차장은 “북한에 대한 제재를 총괄하는 대북제재위원회(1718위원회)가 2017년 이후 100건의 요청 중 85건을 승인했다”면서 “(대북제재) 위원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으로 인한 물류 문제를 고려해 승인 시한에 대한 연장도 허가했다”고 밝혔습니다.

대북제재위원회는 지난 2020년부터 각 인도주의 단체들의 신청에 대한 검토 시간을 대폭 단축했으며, 면제 유효기간도 6개월에서 1년으로 늘렸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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