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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제재 비판 대북지원 단체들, 북한 미사일엔 침묵…“김정은 정권에 문제 제기해야”


지난해 4월 중국 단둥에서 바라본 북한 신의주.

대북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미국에 제재 면제를 촉구해 온 국제기구들과 비정부기구들이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에는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워싱턴에서는 북한 당국의 협조를 얻어야 하는 구호 기구들의 처지를 이해하지만, 미국이 아니라 북한 정권에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조은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활발한 대북 지원 활동을 벌여온 국제 구호 단체들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인도주의 상황을 악화시키느냐는 VOA의 질문에 “답하기 어렵다”는 반응으로 일관했습니다.

국제적십자위원회 (ICRC)는 2일 VOA에 “중립적인 인도주의적 국제기구이기 때문에 이 질문에 어떠한 논평도 줄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고 했고, 국제적십자연맹(IFRC)는 “그 질문에 답할 최선의 위치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있다”고 했습니다.

[국제적십자위원회] "The ICRC is a neutral, humanitarian international organization and as such we're not in a position to provide any comments in response to your query."

[국제적십자연맹] "We are looking into the request, however there are others best placed to respond to your questions."

이들 기구는 그동안 제재로 인해 대북 인도주의 지원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제재 면제를 강하게 촉구해 왔습니다.

특히 국제적십자연맹은 지난 2018년 “기본 의약품에 대한 제재 영향이 심각하다”는 북한 당국자의 발언을 소개하며 대북 제재로 의약품 공급이 어렵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기독교 종파인 메노나이트 교인들로 구성된 구호단체 ‘메노나이트 중앙위원회’는 “이 기사에 보탤 것이 아무 것도 없다”고 답했습니다.

[메노나이트 중앙위원회] "We have nothing to add to this article."

또한 지난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로부터 제재 면제를 승인 받은 ‘핀란드 교회 원조기구’(Finn Church Aid)는 북한 미사일 발사와 인도주의 상황의 연관성에 대한 논평 요청에 2일 현재까지 답하지 않고 있습니다.

유엔아동기금(UNICEF), 세계보건기구(WHO), 세계식량계획(WFP) 역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고, 유엔개발계획(UNDP)는 “인도주의적 영향에 대한 질문이기 때문에 유엔 인도주의 업무조정국(OCHA)에 문의하라”는 짧은 입장만 전했습니다.

[유엔개발계획] "Since your inquiry is about the humanitarian impact, I would suggest contacting with our sister agency OCHA-the UN Office for the Coordination of Humanitarian Affairs. UNDP's mandate focuses on development."

VOA의 질의에 답한 일부 국제 기구들은 대부분 즉답을 피한 채 북한 당국의 국경 봉쇄로 대북 인도적 지원이 어렵고, 북한의 인도주의 상황도 악화됐을 것으로 우려한다는 선에서 말을 아꼈습니다.

유엔 인도주의 업무조정국(OCHA)은 1일 북한 당국의 자원 전용 문제와 미사일 개발이 인도주의 상황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VOA 질문에 “그러한 전제에 대해 추측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인도주의 업무조정국 대변인] “We cannot speculate on these propositions. The UN remains concerned over the humanitarian situation faced by the people of DPR Korea. The lack of international staff and limited entry of supplies due to COVID-19 prevention measures, have likely exacerbated the vulnerability of many. The UN stands ready to provide assistance to the people in support of the Government’s efforts. We hope the situation evolves positively to allow our international staff and supplies to enter as soon as possible.”

이어 “유엔은 북한 주민들이 직면한 인도주의 상황을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며 “국제 요원의 부재, 지원품의 제한적인 유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예방 조치들은 많은 주민들의 취약성을 더 악화시켰을 것”이라고만 답했습니다.

또한 “유엔은 정부의 노력을 지원해 주민들에게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며 “상황이 긍정적으로 진전돼 국제 요원들과 지원품이 최대한 빨리 (국경을) 통과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무기 개발과 인도주의 상황의 연관성을 “추측할 수 없다”는 유엔 인도주의 업무조정국의 답변과 대조적으로 미국 정부는 북한의 식량난은 “재원을 빼돌리고 원조를 거부한 북한 정권 탓”이라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왔습니다.

국무부는 수년째 중단된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을 재개할 계획이 있느냐고 질문할 때마다 “북한은 계속해서 자국민을 착취하고, 재원을 주민들로부터 불법적인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증강 쪽으로 빼돌린다”고 비판해 왔습니다. 또한 북한 주민의 빈곤은 모두 무기 개발을 위해 자국민을 희생시킨 김정은 위원장의 실패한 정책 때문이라고 비판하면서, 북한의 인도주의 위기는 정권이 자초한 것이라는 인식을 분명히 밝혀왔습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 같은 정권에는 반대하더라도 북한인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면서 김정은 정권과 주민을 분리해 접근하겠다는 원칙을 제시해 왔습니다.

하지만 유럽연합 인도지원 재난관리 사무국 대변인 역시 북한 미사일 발사가 인도주의 상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즉답을 피한 채 “북한의 국경 봉쇄 상황에서 우리의 인도주의 파트너들은 북한에 접근하지도 못하고 활동하지도 못하고 있다”며 “북한 내부에서 코로나 관련 지원을 제공할 수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EU 인도지원 재난관리 사무국 대변인] “Given the current context of N Korea’s border closure, where our chosen humanitarian partners have no access to nor presence in the country, it has not been possible to provide Covid-19 related assistance inside the country. This context would further create difficulties for the EU to closely monitor the results of the EU-funded humanitarian projects.”

그러면서 “이러한 상황은 유럽연합이 자금을 제공한 인도주의 지원 사업들의 결과를 면밀히 감시하는 데 어려움을 초래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스위스 외교부 산하 스위스개발협력청(SDC)은 미사일 발사에 대한 언급없이 “2020년 북한의 국경 봉쇄로 SDC가 북한 내 인도주의적 활동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며 “상황이 허락하는 대로 최대한 빨리 북한 내 활동을 재개할 것”이라고만 밝혔습니다.

북한이 지난달 1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이 지난달 1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미사일 개발… 인도주의 상황과 직결”

대북 제재가 민생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비판해온 대북지원 단체들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반면, 워싱턴에서는 각종 무기 개발 등 북한 당국의 정책 결정이 인도주의 상황과 직결돼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미한정책국장은 2일 VOA에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보고서를 어느 정도 권위있는 자료로 간주할 수 있는데, 이 보고서는 북한 스스로의 정책들이 인도주의적 상황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소라고 정확하게 분석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The panel of experts report, which is I think a semi-authoritative source I think correctly emphasizes N Korea’s own policy measures as the major factor influencing the humanitarian situation, and sanctions I think actually is now a secondary factor in the context of Covid.”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감안하면 제재의 인도주의 상황에 대한 영향은 부차적인 것이 됐다”면서 제재보다 북한 정권의 정책을 더욱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미국 민간단체들이 제재를 대북 지원의 걸림돌로 거듭 지적한 데 대해서는, “북한 내에서 인도주의 단체들의 활동을 가로막는 가장 크고도 직접적인 장애물은, 북한 당국이 어떠한 물자의 반입도 허락하지 않고 있어 모든 활동이 차단됐다는 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UN agencies and humanitarian organizations wants to address humanitarian need in N Korea, but they’re unable to do so without a minimum level of cooperation with N Korean authorities. So they’re not well placed to provide critical analysis of N Korea policy decisions like launching missiles.”

이어 “유엔과 인도주의 단체들은 북한의 인도주의적 필요에 대응하고자 하는데, 이 때 북한 당국자들로부터 최소한의 협력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며 “따라서 이들은 미사일 발사와 같은 북한의 정책 결정에 비판적인 분석을 제공하기에 좋은 위치에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도 2일 VOA에 “북한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는 것은 김정은이 핵무기와 미사일, 군사 역량 증진을 우선시하는 의도적인 정책 결정을 계속 내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주민들을 돕는데 쓸 수 있는 자원을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쓰고 있다는 비판입니다.

제재가 인도주의 상황을 악화시킨다는 대북지원 단체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제재로 인해 북한이 국제 금융체계에 접근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간접적인 영향’이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김정은 위원장의 정책 결정에 원인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연구원] “So the NGOs and UN organizations are appealing for help, appealing for sanctions relief. But the fact is they really need to appeal to Kim Jong Un to start acting as a responsible member of the international community and to prioritize the welfare of the Korean people over nuclear weapons and missiles.”

맥스웰 연구원은 “비정부기구들과 유엔 기구들은 제재 완화를 호소하지만, 그들은 김정은에게 호소해야 한다”며 “김정은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구성원으로 행동하면서 핵과 미사일 보다 북한 주민들의 복지를 우선시하라고 호소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46개 민간단체들은 지난해 9월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북한 등 대외 제재 정책에 대한 변화를 촉구했으며, 민주당의 에드워드 마키 상원의원과 앤디 레빈 하원의원은 11월 바이든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대북 인도주의 지원 규정을 완화하라고 요청한 바 있습니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

국무부 “북한 당국, 자원 전용해 미사일 개발”

국무부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겨냥해 올해 첫 대북제재를 단행한 12일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 정권이 셈법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굶주림, 빈곤 등에 따른 지독한 인도주의 상황을 개선하려면 변화가 필요하다”는 설명입니다.

[녹취: 프라이스 대변인] “It is our estimation that some rethinking will need to be done in Pyongyang. The DPRK is in what by many accounts in a dire humanitarian situation. There is Covid, there is deprivation, there is poverty. Of course, if these conditions are to improve, something will need to change. And it is our estimation and belief, the belief of our allies and partners that the DPRK regime is inflicting tremendous hardship on their own people, by diverting precious resources that should be going to food.”

특히 “북한 정권은 식량과 보건, 기본적인 서비스에 사용돼야 할 귀중한 자원을 탄도미사일과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으로 전용해 자국민에게 엄청난 고통을 가한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은 북한 주민들의 이익에 반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는 2일 VOA에 국무부는 1990년대 중반부터 북한 당국이 주민들을 희생시켜 무기 개발을 해 왔다는 점을 지적해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This is not a new talking point, this is not a new phenomenon. This is something that goes way back. And it’s a point that we’ve made to N Korea time and time and time again for decades now. And the argument has never been accepted by the N Koreans because the N Koreans see their priority as in their mind survival and their way of surviving. Their view is to invest in their military, their nuclear weapons and their ballistic missile program, not their people.”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국무부의 지적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며 “우리가 수 십년 동안 여러 번 북한에 이야기 했지만, 북한은 이러한 논리를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북한 정권은 주민들이 아닌 생존, 군대와 핵무기,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투자를 우선순위로 생각하기 때문에 미국의 지적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1990년대 빌 클린턴 정부 당시 자신이 북한에 대규모 식량과 인도주의 지원을 승인하는 역할을 한데 대해 자부심을 갖는다면서, 당시 자신은 북한 당국자들에게 이러한 지적을 직접 했었다고 말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계속한다면 필연적으로 추가 제재가 있을 것이며, 이는 두려움과 불확실성을 야기해 대북 원조국들을 쫓아내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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