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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한국에 “민간교류보다 남북선언 먼저 이행해야”


지난 2012년 9월 한국 민간단체들이 북한에 지원하는 밀가루 500t을 실은 화물차들이 판문점에서 개성 육로를 통해 북한으로 들어가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한국 민간단체들의 방북 신청을 거부한 북한이 민간 교류보다는 6·15와 10·4 등 과거 남북 정상선언부터 이행할 것을 한국 측에 촉구했습니다. 사실상 북한의 핵무기 개발로 빚어진 대북 제재를 풀라는 일방적 요구여서 민간 교류 재개가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6일자 논설에서 한국 정부를 향해 대북 인도적 지원과 민간 교류 수용보다는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먼저 이행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노동신문'은 단절된 일부 인도적 지원이나 민간 교류를 허용한다고 해서 남북관계가 개선된다고 볼 수 없다며 남북관계 파국의 근원부터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남북관계 파국의 근원을 해소할 방법은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의 존중과 이행에 있다고 강조한 겁니다.

앞서 한국의 문재인 새 정부는 전임 보수정권 시절 단절된 남북 간 민간 교류를 재개하는 데 유연하게 대처하겠다는 원칙 아래 지금까지 15건의 민간단체 대북 접촉 신청을 승인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5일 유엔의 새 대북 제재 결의를 한국 정부가 적극 지지하고 나선 태도를 문제 삼아 한국의 대북 인도적 지원단체인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과 일부 종교단체들의 방북 신청을 줄줄이 거부했습니다.

북한의 이런 주장은 남북 간 상호 체제존중과 경제 분야를 포함한 포괄적인 교류사업들을 담은 정상선언들의 이행 의지를 문재인 정부가 분명하게 밝힐 것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북한의 이 같은 주장은 사실상 한국 정부를 향해 대북 제재를 중단하라고 요구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10·4 선언을 이행하라는 얘기는 남북한간 모든 교류협력의 장벽을 없애라는 얘기고 그 장벽의 핵심이 북한의 핵실험에 따른 높은 수준의 대북 제재란 말입니다. 결국 대북 제재를 해제하라는 그런 요구라고 봐야 되거든요.”

한국 정부 관계자는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로 빚어진 대북 제재가 국제공조 아래 강력하게 진행되고 있는 마당에 한국 정부가 단독으로 대북 제재를 풀순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동국대 북한학과 고유환 교수는 북한이 과거 한국의 진보 정권과 합의했던 정상선언이 이행되지 않고 있는 점을 같은 진보 정권인 문재인 정부에게 압박하고 있는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이행 의지를 공식화하면 곧바로 대북 제재 해제를 직접적으로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북한과의 이런 인식 차 때문에 한국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민간 교류 재개가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하지만 북한 또한 내심 남북 대화와 교류를 원하고 있기 때문에 일정한 수준에서 타협점을 찾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습니다.

통일부 정책실장을 지낸 고경빈 평화재단 이사입니다.

[녹취: 고경빈 이사 / 평화재단] “이미 김정은이 몇 차례 신년사를 발표하면서 남북교류 필요성에 대해서 계속 강조했던 것으로 기억하거든요. 그런 입장이니까 큰 틀에선 그런 원칙들을 계속 가져갈 것이고 국면국면 현장에서 남측 민간단체와 접촉했던 북한 사람들은 그동안의 교류 중단에 대해 남쪽에 한번 확인시켜주고 가는 절차 그런 것들도 예상할 수 있죠.”

북한은 이와 함께 6·15 남북 공동행사 개최 문제로도 한국 정부를 압박하는 양상입니다.

북한은 5일 대북 인도적 지원단체와 종교단체들의 방북을 거부한 반면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가 추진하는 6·15 남북 공동행사에 대해선 협의를 진행했습니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는 행사 장소로 개성을 제안했다가 북한이 평양 개최를 고집해 이를 수용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얼마 전 이 행사를 위한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의 대북 접촉을 승인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이처럼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자 한국 내에선 부정적인 분위기가 커지고 있습니다. 동국대 북한학과 고유환 교수입니다.

[녹취: 고유환 교수 / 동국대 북한학과] “이런 제재 국면에서 평양에서 그런 대대적인 행사가 이뤄지면 국제사회에 주는 메시지가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로선 부담이 있을 거에요.”

한국 정부 관계자는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가 북한 측과 협의한 결과를 제출하면 방북 승인 여부를 정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를 지지한 한국 정부의 태도를 이유로 다른 민간단체들의 방북을 거부한 북한이 6·15 공동행사를 평양에서 열려는 것은 행사를 치르더라도 자신들의 구상대로 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며 경계심을 표시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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