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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략사령부 대외활동 급증 배경은?..."향후 국방·외교 역할 전방위 확대 가능성"


찰스 리처드 미군 전략사령관이 22일 워싱턴 국방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찰스 리처드 미군 전략사령관이 22일 워싱턴 국방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미 국방부가 냉전 시대에 적용했던 핵억제 논리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핵전쟁을 수행하는 전략사령부의 대외 활동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어떤 의미가 있는지 김동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찰스 리처드 미 전략사령관은 지난 20일 상원 군사위에 출석해 미국은 역사상 처음으로 동시에 중국과 러시아라는 두 핵 강대국를 억제해야만 하는 시대를 맞이했다고 경고하며, 냉전시절 이래 적용했던 억제력 셈법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특히 이 같은 평가는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지시한 책무에 따라 제기하고 있는 것이라며, 자신의 위치가 다른 모든 통합전투사령관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증언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의 전략적 억제력은 재래식 전략을 포함해 모든 합동군의 임무 달성을 위한 기초가 된다며, 70년 넘게 방치해둔 핵무기 자산으로는 어떤 정책도 효과적으로 시행할 수 없다고 리처드 사령관은 지적했습니다.

미 전략사령관, 핵 억제력 전략재편 거듭 강조…“냉전시대 셈법으론 억제 불가”

전략사령부 대외작전 노출도 급증…“기밀 모의훈련 최초 공개”

미 전략사령부는 적성국에 대한 억제력 강조와 함께 동맹을 안심시킬 수 있는 대외 발신도 늘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미 공군이 전략폭격기 자산을 한 곳에 고정하지 않고 특정 시점과 목적에 따라 전 세계에 전개하는 이른바 역동적 병력전개(Dynamic Force Employment)를 공표한 이래 인도태평양과 유럽 전구에서 전략폭격기 전개 빈도가 급증했습니다.

이 같은 개념엔 적성국에게는 불확실성을 야기하면서, 동시에 동맹들에게는 세계 어느 곳이든 미국의 전략자산을 신속히 전개할 수 있다는 신호를 발신하려는 셈법이 반영됐습니다.

또 전략사령부는 최근 핵무장 적성국을 상정해 실시해오던 비공개 모의 전쟁훈련(DEGRE)을 처음으로 공개했습니다. 이 훈련은 2개 이상의 핵무장 적성국에 대한 동시 대처를 염두에 둔 억제력 강화 훈련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브루스 베넷 “전략사 위상 변화, 군사정책 전반에 영향”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3일 VOA에 전략사령부의 이같은 대외 행보는 실제 핵전쟁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국방부의 최근 변화된 셈법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며, 향후 군사정책 전반에 상당한 변화를 야기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녹취 : 베넷 선임연구원] “So that's going to ripple in the services that now they're going to need all these officers who understand nuclear so they can play senior planning roles in not only STRATCOM but also Indo-Pacom, at USFK, in EuCom and so forth…”

베넷 선임연구원은 냉전 종식 이래 지난 30여 년 동안 전략사령부 본연의 임무인 핵전쟁 수행 역량에 대한 투자가 간과된 측면이 있다며, 최근 중국, 러시아 뿐 아니라 북한 등의 동시다발적인 핵 위협 증대가 전략사령부의 역할을 재조명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향후 다른 통합전투사령부의 핵 전문성에 대한 수요가 급증해 인도태평양사령부, 유럽사령부 뿐 아니라 주한미군의 핵전쟁 수행에 관한 기획, 인원편성, 전략에 관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베넷 선임연구원은 전망했습니다.

또 냉전시절에 적용됐던 상호확증파괴(MAD) 개념도 적성국의 회색지대 전략, 핵 국지전 등의 새로운 위협의 등장으로 무색해지면서, 전략사령부의 향후 역할은 미사일방어, 사이버 등 전반적인 분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미 국방부, 전략사 주도 새 '전략검토' 실시 예고

“핵-미사일방어-사이버-재래전 망라한 종합적 검토”

실제로 리처드 사령관은 하원 청문회 출석 바로 다음 날인 지난 22일 국방부 기자회견에서 국방장관이 전략사령부가 주도하는 전략적 억제력 검토(Strategic Deterrence Review)를 진행하기로 결정한 점을 매우 높게 평가했습니다.

[녹취 : 리처드 사령관] “I think it's important to remember that nuclear deterrence is not separate from strategic deterrence, is not separate from conventional deterrence or space or cyber. Those must be all looked at together in order to accomplish a strategic deterrence mission. And so I applaud where we're going and the way we are approaching that.”

전략적 억제력 검토는 앞서 존 하이튼 합동참모본부 차장이 지난 2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대외에 처음 공개한 미국의 새 안보 전략 검토입니다.

당시 하이튼 차장은 그동안 미 국방부가 진행해온 핵태세 검토와 미사일방어태세 검토가 상호 연동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아들여 사이버, 미사일방어, 재래전 등 보다 확대된 분야에서 종합적인 시야를 반영하는 새로운 검토과정을 마련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이 같은 전략사령부의 역할은 중국을 핵 군축 협상으로 나오게 하고 비핵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북한을 압박하는 것도 염두에 둘 수 있다며, 외교 측면에서의 영향력도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 “본질적으로는 예산 방어 의도 강해”

반면 바락 오바마 정부에서 백악관 대량살상 무기조정관을 지낸 게리 세이모어 박사는 최근 늘어나고 있는 전략사령부 고위관리들의 행보와 관련해 본질적으로는 의회 예산 삭감 움직임을 적극 차단하기 위한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 세이모어 전 조정관] “I mean, Admiral Richard, is trying to defend a program for modernizing the US nuclear triad…against people who want to cut it in particular, they want to either cut or delay modernization of the minuteman…”

특히 전략폭격기, 핵 잠수함, 대륙간탄도미사일로 구성된 핵 운반 삼축체계의 현대화 예산 중 일부를 삭감하려는 의회 일각의 움직임에 대한 대응 성격이 강하다는 설명입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전략사령부가 최근 강조하는 중국 핵 고도화 평가에 대해서도 의문을 나타내며, 이 같은 변화는 갑자기 일어난 것이 아니라 중국이 오래전부터 점진적으로 추진해온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냉전 시절 소련과의 관계와 달리 미국과 중국 사이에는 단 한 번도 유사시 핵전쟁에 따른 상호확증 파괴에 대한 합의가 없었지만 양측 모두 비공식적으로는 이 같은 위험성을 10여 년 전부터 받아들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 세이모어 전 조정관] “US and China have never had an agreement to recognize mutual vulnerability. But I would say that a state of mutual vulnerability has existed for well over 10 years and what I mean by that is, even though the US doesn't say this publicly, the US understands that a nuclear war with China would involve unacceptable damage to the United States…”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중국이 지난 10여 년 동안 보복 공격을 상정해 생존성이 높은 핵 전력을 점진적으로 구축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미국에 대한 핵 선제 공격을 염두에 뒀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의회 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핵 현대화 예산 감축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전략사령부가 대부분의 중요 예산은 확보할 가능성은 높다고 전망했습니다.

핵탑재 해상기반 순항 미사일 등 잠수함 기반 핵무기에 대한 세부 예산 삭감은 불가피하겠지만, 억제력 강화 필요성은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제기된 만큼, 대규모 삭감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또 적성국의 핵 위협이 거듭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전략사령부의 외교적 역할도 확대될 것으로 본다며, 특히 동맹에 대한 확장 억제력 공약 이행을 위한 전략을 다양화 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습니다.

VOA뉴스 김동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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