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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시진핑에 중국 공산당 100주년 축전…대중 밀착 행보 강화


지난 2018년 5월 중국 다롄에서 열린 북-중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악수하고 있다.
지난 2018년 5월 중국 다롄에서 열린 북-중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악수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오늘(1일)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아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양국 유대관계를 강조하는 축전을 보냈습니다. 북한의 경제난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과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중국에 대한 지지를 노골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중국과의 연대 필요성을 드러냈다는 관측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일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아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축전을 보냈다고 보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축전에서 “북-중이 굳게 단결해 시대의 요구에 맞게 친선을 새 전략적 높이로 발전시키며 사회주의 건설이 그 어떤 정세 변화와 도전에도 전진하도록 추동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양국이 복잡다단한 국제 정세 속에서도 전투적 우의와 혈연적 유대의 위력으로 난관과 애로를 과감히 헤치며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중국에 대한 적대세력들의 악랄한 비방중상과 전면적인 압박은 단말마적인 발악에 불과하며 그 무엇으로도 승리를 향해 나아가는 중국 인민의 앞길을 가로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이번 축전이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조건 없는 대화 제안을 거부하는 가운데 중국에 한층 더 밀착하려는 적극적인 행보로 보고 있습니다.

미국과의 전략경쟁이 이념과 안보 문제로 전선이 확대되고 있는 중국에 대한 노골적 편들기가 두드러진다는 평가입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김 위원장의 적극적인 중국 지지는 미국과의 교착 국면 속에서 중국과의 우호관계 강화가 북한 내부의 위기 관리에 중요하다고 판단한 때문이라고 풀이했습니다.

축전에 ‘중국 적대세력의 단말마적 발악’ 등 거친 표현들까지 들어간 것은 중국이 처한 국제 정세를 환기시키면서 중국에게 북한의 가치를 부각시키려는 의도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사실 축전의 내용으론, 더욱이 공산당 100주년을 축하하는 친서의 내용으론 부적절하지만 현재 북한이 갖고 있는 주변정세에 대한 인식, 미-중 전략경쟁 그리고 한-미 동맹 강화에 대한 강조를 함으로써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는 거죠. 그런 맥락이라고 봐요.”

축전에서 “사회주의 건설을 추동하며 나라의 주권과 영토 안정, 세계 평화를 수호하기 위한 중국 공산당의 위업을 지지한다"고 한 대목도 홍콩보안법과 신장 위구르족 인권, 남중국해 문제 등을 두고 미국 등 서방세계와 갈등하고 있는 중국의 편에 선 발언이라는 분석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김 위원장이 지난달 당 전원회의에서 식량난을 직접 언급했고 최근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역 태만을 이유로 지도부를 개편하는 등 내부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며 대미, 대남 관계에서 돌파구를 찾으려 하지 않는 한 의지할 곳은 중국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조 박사는 미국과의 전략경쟁 격화로 중국도 북한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오는 11일 북-중 우호조약 60주년 등을 계기로 협력 수준을 한 단계 높이고 신종 코로나 추이를 봐가며 대규모 식량이나 의료 지원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지금 북한 스스로는 내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고요. 남북관계나 북-미 관계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게 단기간에 어렵거든요. 그렇게 보면 북한으로선 의지할 데가 중국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남북관계나 북-미 관계 보다는 적어도 당분간은 북-중 관계에 더 의존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앞서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정례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이 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통해 신종 코로나 방역 부문에서 주민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한 사건이 발생했다고 밝힌 데 대해 중국은 북한을 도울 용의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왕 대변인은 “중국과 북한 양국은 예로부터 어려움이 생기면 서로 돕는 전통이 있었다”면서 “북한이 필요하다면 중국은 북한을 돕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기를 원한다”고 밝혔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 위원장의 축전이 북한이 미국에 등을 돌리고 중국과의 협력에 모든 것을 걸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기엔 오랫동안 쌓여 온 북-중 간 불신이 너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박 교수는 북한이 중국과의 협력은 물론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도 여전히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더구나 최근 상황을 보면 북한은 이른바 ‘삼중고’를 겪고 있고 그래서 자칫하면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으로 흐를 수 있다는 나름대로의 우려가 북한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북한 입장에서 대외정책 핵심은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일종의 시계추 외교를 하는 것이죠. 그것을 통해서 이익을 극대화하는 그런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고 볼 여지가 있습니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김 위원장의 축전에 중국 공산당의 세계 평화 수호 위업을 강조한 대목을 주목하면서 한반도 정세 안정을 중시하고 미국으로부터 압박의 빌미를 피하려는 중국 입장에 북한이 어느 정도 부합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흥규 소장]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그리고 곧 11일이면 북-중 우호조약 60주년이 있고 내년 2월 북경 동계올림픽이 있지 않습니까. 북한이 만약 중국의 이런 이익에 부합되게 그 다음에 중국과의 관계를 이렇게 강화하는 조치를 취한다는 것은 북한도 하반기에 함부로 주요한 군사적 도발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조심스런 전망이 나오네요.”

북-중은 앞서 지난 5월 각 당의 기관지에 상대국 주재 대사가 친선을 강조하는 기고문을 실으면서 결속을 다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또 북한 주재 중국대사관에서 개최한 시 주석 방북 2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사진전에 북한 고위 간부들이 참석하기도 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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