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나면 세상이 달라 보이는 이야기, ‘알고 나면 달라지는 오늘’ 시간입니다. ‘APOE4’는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높이는 대표적인 유전자로 알려져 있는데요. 최근 연구에서 이 유전자가 뇌에 손상을 일으키는 구체적인 과정이 밝혀졌고, 일부 되돌릴 가능성도 확인됐습니다. ‘알고 나면 달라지는 오늘’에서 안소영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안 기자, 먼저 APOE4가 어떤 유전자인지 알아볼까요?
기자) 우리 몸에는 ‘APOE’라는 유전자가 있는데요. 이 유전자는 콜레스테롤과 같은 지방을 몸속에서 운반하고 처리하는 데 관여합니다. 그중 APOE4를 가진 사람은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APOE4가 있다고 반드시 알츠하이머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이 유전자가 왜 위험을 높이는지에 관한 여러 연구가 진행됐습니다. 그런데 이번 연구를 통해 중요한 두 가지가 밝혀진 겁니다.
진행자) 새롭게 밝혀진 두 가지가 무엇인가요?
기자) 가장 먼저 뇌혈관 손상을 찾아냈습니다. APOE4가 있으면 작은 혈관을 지지하고 혈액뇌장벽을 유지하는 세포의 성질이 달라졌습니다. 정상적으로 혈관을 보호해야 할 세포가 흉터 조직을 만드는 세포처럼 변한 겁니다. 그러면서 혈관 주변에 섬유화가 일어나고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아밀로이드 단백질도 더 많이 쌓였습니다. 미국 뉴욕 마운트시나이 아이칸 의대 연구팀이 두 가지 관련 연구를 진행했는데요.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세포’와 세포와 조직세포’에 각각 발표됐습니다. 연구진은 APOE4 유전자를 가진 사람의 뇌 조직과 줄기세포로 만든 3차원 인간 뇌 조직 모델, 그리고 동물 모델 등을 이용해 APOE4가 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알츠하이머병에서 나타나는 혈관 손상이 단순히 병이 진행된 결과만은 아닐 수 있다는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연구진이 주목한 부분도 바로 이건데요. 그동안 뇌혈관 손상은 알츠하이머병이 진행되면서 나타나는 결과 가운데 하나로 보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이번 연구에서는 APOE4가 직접 혈관을 지지하는 세포를 변화시키면서 혈관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즉, 뇌혈관의 변화 자체가 질병 진행에 관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 손상을 되돌릴 가능성도 찾아냈다고요?
기자) 네. 연구진이 세포 사이의 신호 전달에 관여하는 TGF-베타를 차단해 봤습니다. 그러자 혈관을 지지하는 주위세포가 다시 회복된 거예요. 혈관의 섬유화와 주변의 아밀로이드 축적도 줄었고요. 특히 연구진은 APOE4를 가진 나이 든 생쥐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확인했습니다. 그래서 APOE4 때문에 일어나는 뇌혈관 손상 과정 가운데 일부는 치료를 통해 되돌릴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겁니다.
진행자) APOE4가 뇌 속의 노폐물을 제거하는 기능에도 도움을 주지 않나요?
기자) 그렇습니다. 연구진은 또 다른 연구에서 APOE4가 뇌의 ‘청소 시스템’을 방해하는 과정도 살펴봤습니다. APOE4가 있으면 뇌세포 안에 콜레스테롤이 과도하게 쌓였는데요. 그러면서 세포 안에서 노폐물을 분해하고 처리하는 기능도 떨어졌습니다. 쉽게 말하면 세포 안의 쓰레기 처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겁니다.
진행자) 그렇게 되면 어떤 문제가 생깁니까?
기자) 제거돼야 할 비정상 단백질이 쌓이게 되는 거죠. 이번 연구에서는 특히 파킨슨병이나 치매와 밀접하게 관련된 알파시누클레인이라는 단백질이 제대로 제거되지 않고 축적됐습니다. 그리고 이 단백질이 신경세포로 퍼지는 현상도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APOE4가 알츠하이머병뿐 아니라 여러 신경퇴행성 질환과 연결되는 과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APOE4를 가진 사람들에게 곧 새로운 치료법이 나올 수 있다고 봐도 될까요?
기자) 아직 그렇게 보기는 이릅니다. 이번 연구는 사람을 대상으로 약을 투여해 효과를 확인한 임상시험이 아닙니다. 줄기세포로 만든 3차원 인간 뇌 조직 모델과 사후 뇌 조직, 그리고 동물 모델 등을 이용한 연구입니다. 따라서 실제 환자에게 같은 방식으로 치료했을 때 효과가 있는지, 또 안전한지는 앞으로 임상 연구를 통해 확인해야 합니다. 연구진은 앞으로 뇌혈관을 보호하고, 세포 안의 콜레스테롤과 노폐물 처리 기능을 조절하는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이번 연구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유전자는 바꿀 수 없어도 유전자가 뇌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에는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군요. 오늘은 알츠하이머병 위험 유전자 APOE4에 관한 새로운 연구 결과를 알아봤습니다. 안소영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