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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시선이 알려주는 우울증 신호

최근 연구에서 아이들이 행복한 얼굴과 슬픈 얼굴 가운데 어디에 더 오래 시선을 두는지가 우울 증상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최근 연구에서 아이들이 행복한 얼굴과 슬픈 얼굴 가운데 어디에 더 오래 시선을 두는지가 우울 증상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알고 나면 세상이 달라 보이는 이야기, ‘알고 나면 달라지는 오늘’ 시간입니다. 아이에게 여러 사람의 얼굴을 보여줬을 때, 유독 슬픈 얼굴에서 시선이 오래 머문다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최근 연구에서는 아이들이 행복한 얼굴과 슬픈 얼굴 가운데 어디에 더 오래 시선을 두는지가 우울 증상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특히 가족력에 따라 그 모습도 달랐는데요. 오늘 안소영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안 기자, 아이가 어떤 표정의 얼굴을 오래 보는지가 우울증과 관련이 있다는 건가요?

기자) 네. 미국 빙엄턴대 연구진이 아이들이 행복하거나 슬픈 얼굴을 볼 때 어디에 시선을 더 오래 두는지 살펴봤는데요. 우울 증상이 심해질수록 아이들의 시선에도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모든 아이에게 똑같은 변화가 나타난 건 아니었습니다. 특히 어머니에게 우울증 병력이 있는지에 따라 차이가 있었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심리학회가 발행하는 학술지 ‘정신병리학∙임상과학저널’에 실렸습니다.

(진행자) 연구는 어떻게 진행됐나요?

기자) 연구진은 8살에서 14살 나이 어린이 242명과 어머니들을 2년 동안 추적했습니다. 6개월마다 아이들에게 화면으로 두 사람의 얼굴을 보여줬는데요. 하나는 아무 표정이 없는 얼굴이고, 다른 하나는 행복하거나 슬프거나 화난 얼굴이었습니다. 그리고 눈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장비를 이용해서 아이가 어느 얼굴을 보는지, 또 얼마나 오래 보는지를 측정했습니다.

(진행자) 가장 눈에 띈 결과는 무엇이었습니까?

기자) 어머니에게 주요 우울장애 병력이 있는 아이들에게서 나타난 변화인데요. 이 아이들은 자신의 우울 증상이 증가할수록 슬픈 얼굴을 더 오래 바라보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연구진 표현을 빌리면, 슬픈 표정에서 시선을 떼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이른바 시선이 ‘붙잡히는’ 것 같은 현상이 나타난 겁니다.

(진행자) 그러면 우울증 가족력이 없는 아이들은 달랐나요?

기자) 네. 이 아이들은 우울 증상이 늘어난다고 해서 슬픈 얼굴을 더 오래 바라보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행복한 얼굴을 보는 시간이 줄었습니다. 그러니까 한쪽에서는 슬픈 것에 더 시선이 가는 변화가 나타났고, 다른 쪽에서는 긍정적인 것에 관심이 덜 가는 변화가 나타난 겁니다.

(진행자)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걸까요?

기자)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진 것은 아닙니다. 연구진은 우울증 가족력이 있는 아이들의 경우 평소 생활에서 슬픈 표정을 접하는 경험 등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반면 가족력이 없는 아이들에게는 행복한 표정에 관심을 갖는 것이 일종의 보호 요인일 수 있는데, 우울 증상이 나타나면서 이런 긍정적인 자극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아이가 슬픈 얼굴을 오래 본다면, ‘우울증이 있구나’라고 걱정해야 할까요?

기자)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번 연구는 아이가 특정 얼굴을 오래 바라본다는 것만으로 우울증을 진단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아이들의 우울 증상과 감정적인 정보에 주의를 기울이는 방식이 서로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살펴본 연구입니다. 연구진도 앞으로 이 아이들을 계속 추적하면서 이런 시선의 특징이 실제 우울증 진단과 연결되는지 확인할 계획입니다.

(진행자) 마지막으로 이번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뭘까요?

기자) 우울증이 생긴 뒤에만 살펴보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작은 변화를 미리 이해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청소년기는 우울증 위험이 높아지는 시기인데요. 연구진은 아이들이 어떤 감정에 시선을 두는지, 그리고 그 패턴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장기간 살펴보면 앞으로 우울증 위험을 더 일찍 이해하고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진행자) 아이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생각보다 많은 정보가 담겨 있을 수 있군요. 다만 특정 표정을 오래 본다는 것만으로 우울증을 판단할 수는 없다는 점도 기억해야겠습니다. 지금까지 안소영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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