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뇌 MRI로 본 ‘뇌 나이’, 어떤 질환에서 더 빠르게 노화했나?

뇌 일러스트
뇌 일러스트

앵커) 알고 나면 세상이 달라 보이는 이야기, ‘알고 나면 달라지는 오늘’ 시간입니다. 우리에게 실제 나이가 있는 것처럼 뇌에도 이른바 ‘뇌 나이’가 있다고 합니다. MRI를 통해 뇌의 모습을 분석하면 실제 나이보다 뇌가 더 나이 들어 보이는지, 더 젊어 보이는지를 추정할 수 있는데요. 안소영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안 기자, 먼저 ‘뇌 나이’라는 게 뭔가요? 실제 나이와 다른 건가요?

기자) 네. 쉽게 말하면 MRI에 나타난 뇌의 구조를 보고 이 뇌는 몇 살 정도의 뇌처럼 보이는가를 추정하는 겁니다. 연구진은 실제 나이와 MRI로 추정한 뇌 나이의 차이를 비교했는데요. 예를 들어 같은 나이의 건강한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뇌의 구조가 더 나이 든 사람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모습이라면 ‘뇌 나이가 더 많다’, 즉 뇌 노화가 더 진행된 모습이라고 보는 겁니다.

앵커) 이번 연구는 규모가 상당히 컸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연구는 중국 난징항공항천대학교 연구팀이 주도했고, 미국 여러 연구기관 연구자들도 참여했습니다. 연구에는 건강한 남녀 성인 4만5천900명과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자폐스펙트럼장애, 알코올이나 담배 중독, 알츠하이머병, 경도인지장애, 조현병, 주요우울장애 등이 있는 2천698명의 뇌 영상과 비교했습니다. 그러니까 여러 뇌 질환과 정신질환을 한꺼번에 비교해 각각의 뇌 노화 양상이 어떻게 다른지를 살펴본 겁니다. 연구 결과는 국제 의학 학술지 ‘PLOS Medicine’에 게재됐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어떤 질환에서 뇌가 가장 나이 들어 보였습니까?

기자) 가장 뚜렷한 차이는 알츠하이머병과 경도인지장애에서 나타났습니다. 이 두 집단에서 실제 나이에 비해 뇌가 더 나이 들어 보이는 경향이 가장 강했습니다. 조현병이나 양극성장애, 주요우울장애 같은 정신질환과 중독에서도 뇌 나이가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확인됐습니다. 반면 ADHD와 자폐스펙트럼장애에서는 건강한 사람들과 비교해 전체적인 뇌 나이에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앵커) 질환에 따라서 빨리 늙어 보이는 뇌 부위도 달랐나요?

기자) 네. 이게 이번 연구에서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여러 질환에서 공통적으로 눈에 띈 곳은 전전두피질이었는데요. 대뇌 전두엽의 가장 앞에 있는 곳으로, 판단이나 계획 같은 고차원적인 기능에 중요한 뇌 부위였습니다. 하지만 세부적으로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정신질환에서는 주로 전두엽과 측두엽, 치매에서는 전두엽과 후두엽 피질에서 더 나이 든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앵커) 중독의 경우는 어떤가요?

기자) 중독에서는 또 다른 양상이 나타났는데요. 뇌가 쉬고 있을 때도 작동하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를 비롯해 주의와 중요한 자극을 처리하는 네트워크, 그리고 시상과 조가비핵 등에서 뇌 나이가 높게 나타났습니다. 시상은 뇌 가운데 위치해 감각 신호를 전달하는 신경 구조이고요. 조가비핵은 운동 조절, 인지, 감정 등의 기능에 관여합니다.

앵커) 같은 ‘빠른 뇌 노화’라도 질환마다 모습이 다르다는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연구진은 질환마다 뇌의 노화 시계에 남기는 흔적의 특징이 다르다고 설명했습니다. 단순히 “이 질환이 있으면 뇌 전체가 빨리 늙는다”는 게 아니라, 질환에 따라 영향을 받는 뇌 영역과 양상이 다를 수 있다는 겁니다. 연구진은 유전자 발현도 함께 분석했는데, 질환별 뇌 노화의 차이가 서로 다른 생물학적 과정과 관련돼 있을 가능성도 발견했습니다.

앵커) 그러면 우울증이나 중독이 있으면 실제로 뇌가 빨리 늙는다는 걸까요?

기자) 그렇게 단정하면 안 됩니다. 이번 연구에서 가장 주의해서 봐야 할 부분입니다. 이번 연구는 연관성을 보여준 것이지, 특정 질환이 뇌 노화를 직접 일으킨다는 인과관계를 증명한 것은 아닙니다. 특히 정신질환이나 중독은 여러 질환이 한 사람에게 함께 나타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각각의 질환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완전히 분리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앞으로 이런 ‘뇌 나이’를 어디에 활용할 수 있을까요?

기자) 연구진이 주목하는 건 일종의 바이오마커, 즉 질환의 위험이나 특징을 보여주는 생물학적 지표로 활용할 가능성입니다. 현재 단계에서 MRI로 측정한 뇌 나이만으로 알츠하이머병이나 우울증 등을 진단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앞으로 연구가 더 축적되면 어떤 질환이 뇌의 어느 부분과 관련돼 있는지, 또 그 질환 뒤에 어떤 생물학적 과정이 있는지를 이해하는 데 하나의 단서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앵커) 신분증에 있는 나이와는 또 다른 ‘뇌 나이’. MRI 속 뇌가 얼마나 나이 들어 보이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앞으로 여러 뇌 질환을 이해하는 새로운 단서가 될 수도 있겠군요. 지금까지 안소영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Forum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