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나면 세상이 달라 보이는 이야기, ‘알고 나면 달라지는 오늘’ 시간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끼는 분들 많으시죠. 그런데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이 뇌가 늙는 속도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 차이가 약 2.5년의 뇌 노화를 늦추는 것과 맞먹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오늘 ‘알고 나면 달라지는 오늘’에서 안소영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안 기자, 음식을 잘 먹으면 정말 뇌가 2년 반 정도 덜 늙는다는 건가요?
기자) 정확히 말하면 뇌가 실제 나이보다 2년 반 젊어진다는 뜻은 아닙니다. 중국 저장대학교의 후이첸 박사 등 연구진이 오랜 기간 뇌 MRI를 비교했더니, ‘MIND 식단’을 잘 따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뇌의 회백질이 줄어드는 속도가 느렸습니다. MIND 식단 점수가 3점 높아질 때마다 나이에 따른 회백질 감소가 약 20% 적었는데요. 연구진은 이 차이가 뇌의 구조적 노화가 약 2.5년 늦춰진 것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신경학∙신경외과∙정신의학 저널(Journal of Neurology∙Neurosurgery & Psychiatry)’에 실렸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MIND 식단’이 어떤 건지 궁금하네요.
기자) MIND(Mediterranean DASH Intervention for Neurodegenerative Delay)는 지중해식 식단과 고혈압 예방을 위한 DASH 식단을 결합해 뇌 건강에 초점을 맞춘 식사법입니다. 식재료 이름만 들어도 벌써 건강해지는 느낌이 드는데요. 녹색 잎채소, 베리류, 견과류, 통곡물, 콩, 생선, 닭고기, 올리브유 등을 권장하는 식단이에요. 반대로 버터나 마가린, 붉은 고기, 과자나 케이크 같은 단 음식, 튀긴 음식과 패스트푸드는 적게 먹도록 권합니다. 즉, 특별한 건강식품을 먹는 것이 아니라, 평소 어떤 음식을 자주 먹고 어떤 음식은 줄이느냐가 핵심입니다.
진행자) 이번 연구는 얼마나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건가요?
기자) 중년과 노년층 1천647명이 참여했습니다. 연구를 시작했을 때 평균 나이는 약 60세였고요. 미국의 장기 건강 연구인 ‘프레이밍햄 심장 연구’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이 평소 무엇을 먹는지 조사하고 MIND 식단을 얼마나 잘 따르는지를 15점 만점으로 평가했습니다. 그리고 1999년부터 2019년 사이에 참가자들이 받은 뇌 MRI를 비교했습니다. 평균 추적 기간은 약 12년이었습니다. 단순히 한 번 뇌를 촬영한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뇌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살펴본 겁니다.
진행자) 그런데 왜 ‘회백질’ 감소가 중요한 건가요?
기자) 회백질은 기억과 학습, 판단, 정보 처리 등 중요한 뇌 기능과 관련돼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뇌의 부피가 줄어들고 회백질도 감소합니다. 반대로 뇌 조직이 줄어들면서 뇌 안에서 뇌척수액이 차 있는 공간인 ‘뇌실’은 커지는 경향이 있는데요. 이번 연구에서는 MIND 식단을 잘 지킨 사람일수록 회백질 감소 속도가 더 느렸고, 뇌실이 커지는 속도도 더 느렸습니다. MIND 식단 점수가 3점 높을 때 뇌실 확대 속도도 약 8% 느렸는데, 연구진은 이를 약 1년의 뇌 노화 지연에 해당하는 차이로 봤습니다.
진행자) 그럼 어떤 음식이 특히 뇌에 좋은 것으로 나타났나요?
기자) 눈에 띈 음식은 베리류와 닭고기였습니다. 블루베리나 딸기 같은 베리류를 많이 먹은 사람들은 뇌실이 커지는 속도가 더 느렸고요. 닭고기를 많이 섭취한 사람들도 뇌실 확대와 회백질 감소 속도가 더 느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베리류에 들어 있는 항산화 성분과 닭고기 같은 양질의 단백질이 산화 스트레스와 신경세포 손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대로 단 음식을 많이 먹은 사람들은 뇌실 확대와 기억에 중요한 해마의 위축이 더 빨랐고, 튀긴 패스트푸드를 많이 먹는 것도 해마 부피 감소와 관련이 있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조금 의외의 결과도 있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일반적으로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통곡물을 많이 먹은 사람들에게서 오히려 회백질과 해마 부피 감소 등이 더 빠르게 나타나는 예상 밖의 연관성이 관찰됐습니다. 반대로 MIND 식단에서는 제한하도록 권하는 치즈는 회백질과 해마의 감소가 더 느린 것과 관련이 있었습니다. 연구진도 이런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는데요. 중요한 건 특정 음식 하나만 보고 “이 음식은 뇌에 좋다” 또는 “나쁘다”고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는 겁니다. 전체적인 식습관과 다른 생활 습관을 함께 봐야 합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오늘부터 MIND 식단을 따르면 뇌 노화를 늦출 수 있다고 봐도 될까요?
기자) 어느 정도 가능성을 보여준 연구라고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이번 연구는 관찰 연구이기 때문에 MIND 식단이 직접 뇌 노화를 늦췄다는 인과관계까지 입증한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MIND 식단을 잘 지킨 사람들은 흡연이나 비만이 적었고, 고혈압이나 당뇨병, 심혈관 질환도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이런 차이가 뇌 건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또 참가자 대부분이 백인이어서 다른 인종이나 집단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타나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합니다. 결국 뇌 건강을 위해서는 특정 음식 하나를 찾아 먹기보다는 채소와 베리류, 생선, 콩, 견과류 등 건강한 음식을 중심으로 먹고, 단 음식과 튀긴 패스트푸드는 줄이면서 운동까지 함께 하는 생활습관이 중요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진행자) 네, 오늘은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과 뇌 노화의 관계, 그리고 ‘MIND 식단’에 관한 새로운 연구 결과 알아봤습니다. 안소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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