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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바닐라 향에 숨겨진 놀라운 효능…상처 치료에도 활용된다?

샌프란시스코의 한 식품점에서 한 남성이 바닐라 빈 줄기를 들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한 식품점에서 한 남성이 바닐라 빈 줄기를 들고 있다.

(진행자) 알고 나면 세상이 달라 보이는 이야기, ‘알고 나면 달라지는 오늘’ 시간입니다. 아이스크림이나 케이크에서 나는 달콤한 바닐라 향, 누구나 익숙하실 텐데요. 그런데 이 바닐라 향을 내는 성분이 앞으로 상처를 치료하는 의약품 개발에 활용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안소영 기자와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안 기자, 우리가 먹는 바닐라에 상처를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되는 성분이 들어 있다는 건가요?

(기자) 네. 호주 플린더스대학교(Flinders University) 연구진이 주목한 성분은 '바닐린(vanillin)'이라는 물질인데요. 바닐라 특유의 달콤한 맛과 향을 내는 주요 성분입니다. 연구진은 이 바닐린이 세균을 억제하고 염증을 줄이며 세포 손상을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이런 성질을 활용하면 앞으로 상처 치료제나 의료용 붕대 등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국제약학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Pharmaceutics)’에 발표됐습니다.

(진행자)바닐라 하면 아이스크림이나 과자에 들어가는 향료부터 떠오르는데요. 바닐린은 정확히 어떤 성분이고, 어디에서 얻을 수 있는 건가요?

(기자) 바닐린은 바닐라 열매에 들어 있는 천연 향기 성분입니다. 우리가 바닐라 아이스크림이나 케이크에서 느끼는 특유의 향이 바로 이 성분에서 나오는데요. 바닐라 열매에서 직접 추출할 수도 있지만, 정향유나 쌀 등에서 얻은 원료를 이용해 인공적으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식품뿐 아니라 향수와 화장품에도 널리 사용되는데요. 가격이 저렴하고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연구진은 이렇게 흔한 성분이 의학 분야에서도 유용하게 쓰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달콤한 향을 내는 성분이 어떻게 상처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건가요? 어떤 작용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기자)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크게 세 가지 성질입니다. 먼저 세균의 활동을 억제하는 항균 작용, 염증을 줄이는 항염 작용, 그리고 세포 손상을 막는 항산화 작용인데요. 상처가 나면 세균이 침투해 감염을 일으킬 수 있고, 염증이 오래 지속되면 회복도 늦어질 수 있습니다. 또 우리 몸에서 만들어지는 일부 반응성이 강한 물질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건강한 세포까지 손상시킬 수 있는데요. 바닐린은 이런 여러 문제에 동시에 대응할 수 있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새로운 상처 치료 소재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진행자)그렇다면 일반적인 상처뿐 아니라 오랫동안 낫지 않는 상처에도 활용할 수 있을까요?

(기자) 네. 연구진이 특히 관심을 갖는 분야가 바로 만성 상처와 궤양 치료입니다. 만성 상처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잘 아물지 않는 상처를 말하는데요. 예를 들어 당뇨병 환자에게 생기는 발의 상처처럼 치료가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상처는 세균 감염이나 지속적인 염증 때문에 회복이 더딜 수 있는데요. 연구진은 바닐린의 항균, 항염, 항산화 특성을 활용하면 상처를 보호하고 손상된 조직의 회복을 돕는 새로운 치료 소재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 실제 환자에게 치료 효과가 입증된 것은 아닙니다.

(진행자) 바닐린이 상처를 치료하는 것뿐 아니라 약물을 몸속에 전달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하던데요. 이건 어떤 원리인가요?

(기자) 쉽게 말하면 약이 필요한 곳까지 잘 전달되도록 돕는 역할입니다. 일부 약물은 물에 잘 녹지 않아서 몸속에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어려운데요. 바닐린은 다른 물질과 결합할 수 있는 독특한 화학적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연구진은 이런 성질을 이용하면 약물을 담아 필요한 부위에 전달하는 새로운 의료용 소재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예를 들어 상처를 보호하면서 치료 성분도 전달하는 특수한 붕대나 젤을 개발하는 데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진행자) 그런데 연구진이 바닐라뿐 아니라 박하에서도 비슷한 의학적 가능성을 발견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같은 연구진은 올해 2월 박하, 즉 페퍼민트 오일을 활용한 의료용 코팅 기술도 발표했는데요. 세균 감염과 염증을 억제하고 세포 손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도록 설계한 기술입니다. 흥미롭게도 연구의 출발점은 한 교수의 개인적인 경험이었습니다. 연구를 이끈 크라시미르 바실레프 교수는 음료에 들어 있던 박하잎을 먹고 목의 통증이 완화되는 경험을 했다고 하는데요. 이를 계기로 박하의 성분을 의료용 보호막에 활용할 수 있을지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연구 범위를 바닐린으로까지 확대한 겁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앞으로 바닐라 성분이 들어간 상처 치료제나 의료용 붕대를 실제로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걸까요?

(기자) 아직은 추가 연구가 필요합니다. 연구진은 바닐린이 가격이 저렴하고 쉽게 구할 수 있어 새로운 의료용 소재로 개발하기에 유리하다고 보고 있는데요. 하지만 실제 환자에게 사용하려면 안전성과 치료 효과를 확인하는 임상시험을 거쳐야 합니다. 또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먹거나 바닐라 향료를 상처에 바른다고 치료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연구진이 주목하는 것은 바닐린을 특별한 의료용 소재로 만들어 활용하는 방법인데요. 바실레프 교수는 앞으로 의료진과 산업계가 협력한다면 바닐린이 차세대 상처 치료와 조직 재생 기술의 중요한 성분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진행자) 우리가 평소 즐기는 달콤한 바닐라 향에 이런 의학적 가능성이 숨어 있다는 사실이 놀랍군요. 익숙한 식품 성분이 앞으로 새로운 치료 기술로 이어질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지금까지 안소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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