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나면 세상이 달라 보이는 이야기, ‘알고 나면 달라지는 오늘’ 시간입니다. 밤에 자꾸 깨거나, 충분히 잔 것 같은데도 아침에 개운하지 않은 분들 계시죠. 그런데 잠들기 전 일본 편백나무 뿌리에서 추출한 오일 향을 맡는 것이 숙면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안소영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안 기자, 최근 한국에서도 편백나무 향이 들어간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 향이 잠을 잘 오게 만든다는 건가요?
기자) 아직 그렇게 단정할 단계는 아닙니다. 참가자가 12명에 불과한 아주 작은 연구이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일본 규슈대학교 연구진이 35세에서 60세 사이 일본 여성 12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일본 편백나무인 ‘히노키’의 뿌리에서 추출한 에센셜 오일 향에 반복적으로 노출됐을 때 수면과 관련된 몇 가지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밤중에 깨는 횟수가 줄었고, 아침에 일어났을 때 덜 졸리고 피로에서 더 회복됐다고 느꼈습니다. 뇌파에서도 잠드는 과정과 관련된 변화가 관찰됐습니다.
진행자) 실험은 어떻게 진행했나요?
기자) 방법은 상당히 간단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잠자리에 들기 전 종이컵에 히노키 뿌리 에센셜 오일 세 방울을 떨어뜨렸습니다. 그리고 약 10초 동안 향을 맡은 뒤, 컵을 코에서 약 30cm 떨어진 곳에 놓고 그대로 잠을 잤습니다. 참가자들은 2주 동안 이 오일을 사용했고, 또 다른 2주 동안은 향이 없는 대조군 조건으로 잠을 잤습니다. 같은 사람이 두 가지 조건을 모두 경험하도록 한 겁니다.
진행자) 그런데 잠을 잘 잤는지는 주관적인 느낌일 수도 있잖아요. 어떻게 측정했나요?
기자) 그래서 연구진이 여러 가지 방법을 함께 사용했습니다. 참가자들에게 매일 아침 잠을 어떻게 잤는지 설문조사를 했고요. 스마트워치를 착용하게 해서 수면 상태도 확인했습니다. 여기에 뇌파를 측정하는 헤드밴드까지 착용하도록 했습니다. 그러니까 단순히 “오늘 잘 잤다”는 느낌만 조사한 게 아니라 실제 수면 중 나타나는 생리적인 변화도 함께 살펴본 겁니다.
진행자) 가장 눈에 띄는 결과는 무엇이었나요?
기자) 우선 히노키 오일을 사용한 지 13일째, 참가자들은 향이 없는 대조 조건과 비교했을 때 아침에 일어나 덜 졸리고 피로가 더 잘 풀린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스마트워치 기록에서는 밤중에 깨는 횟수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잠을 얼마나 오래 잤느냐만의 문제가 아니라 잠이 중간중간 끊기지 않고 보다 안정적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진행자) 뇌파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고요?
기자) 네. 이 부분도 흥미로운데요. 히노키 오일을 사용한 지 7일이 지난 뒤, 참가자들이 잠에 빠져드는 시점 전후로 델타파 활동이 증가했습니다. 델타파는 깊은 수면과 밀접하게 관련된 느린 뇌파인데요. 연구진은 이번에 나타난 뇌파 변화가 잠에 들면서 좀 더 깊은 수면 단계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과정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이것만으로 “히노키 오일이 깊은 잠을 늘린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왜 하필 편백나무 ‘뿌리’인가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편백나무 오일과 다른 건가요?
기자) 네. 이 연구의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이 바로 그 부분입니다.
일본에서는 히노키가 중요한 목재로 사용되는데요. 나무를 벌목한 뒤 뿌리는 대부분 그대로 남겨지거나 제대로 활용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뿌리에도 향을 내는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그동안 히노키의 잎이나 가지에서 추출한 오일은 비교적 많이 연구됐지만 뿌리에서 추출한 오일은 연구가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연구진은 버려지거나 활용도가 낮았던 뿌리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는 동시에, 이 오일이 수면에도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본 겁니다.
진행자) 그럼 잠을 잘 못 자는 분들은 오늘부터 편백나무 오일 세 방울을 머리맡에 두면 될까요?
기자) 아직은 그렇게 권하기 어렵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앞서 말씀드렸듯이 연구 참가자가 12명뿐이고, 모두 35세에서 60세 사이의 일본 여성이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남성이나 다른 연령대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타나는지 알 수 없습니다. 또 어떤 성분이 수면에 영향을 미쳤는지, 가장 적절한 농도나 사용 방법은 무엇인지도 추가 연구가 필요합니다. 다만 이번 연구는 향이라는 아주 간단한 환경 변화가 잠드는 과정이나 밤중 각성, 그리고 아침에 느끼는 피로감과 관련될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무엇보다 수면 연구라고 해서 반드시 거창한 방법만 필요한 건 아니라는 건데요. 잠들기 전 맡는 작은 향 하나가 우리의 수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앞으로 더 큰 규모의 연구에서 확인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진행자) 편백나무 뿌리에서 추출한 오일 향이 어쩌면 불면증이나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내용 알아봤습니다. 지금까지 ‘알고나면 달라지는 오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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