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가 북한과 이란에 약 4억8천만 달러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미국 법원의 최근 판결문을 북한 측에 전달했다고 확인했습니다. 미국과 북한 간 공식적인 외교 접촉이 사실상 없는 상황에서도 미국 법원의 대북 소송과 관련한 법적 절차가 외교 경로를 통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국무부가 거액의 배상 판결이 담긴 미 법원 문건을 북한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국무부 대변인은 최근 미국 법원에 제출된 북한 관련 소송 서류와 판결 이후 문건의 송달 여부에 대한 VOA의 질의에 5일, ‘알칼릴리 사건’과 ‘킴벌린 사건’과 관련한 소송 문건을 국무부가 접수했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알칼릴리 사건의 경우 북한에 문건이 전달됐음을 보여주는 자료를 버지니아 동부 연방법원에 제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 같은 송달이 외국주권면제법(FSIA)에 따른 외국 정부 상대 소송 문건 송달에 관한 국무부의 책임에 따라 이뤄졌다고 덧붙였습니다.
국무부가 언급한 알칼릴리 사건은 중동 등지에서 테러 공격 피해를 입은 미국인 47명이 북한과 이란 상대로 버지니아 동부 연방법원에 제기한 소송입니다.
앞서 VOA는 지난달 법원이 북한과 이란이 배상금 총 4억 8천667만 5천340달러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미국인 소송인단은 당시 소송에서 이라크와 시리아, 케냐, 이스라엘 등에서 발생한 7건의 테러 공격과 관련해 북한과 이란이 하마스와 헤즈볼라 등 테러 조직에 무기와 군사훈련 등을 제공했다고 주장했고, 법원은 이들이 입은 피해와의 법적 인과관계를 인정했습니다.
이후 소송인단은 미 국무부에 판결문을 북한에 송달해 달라고 요청했고, 국무부가 이를 이행한 사실이 이번에 확인된 것입니다.
또 다른 소송인 킴벌린 사건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북한과 러시아, 이란 등을 상대로 제기된 소송입니다. 다만 국무부는 킴벌린 사건과 관련한 소송 문건을 접수했다고 확인했지만, 해당 문건이 북한에 전달됐는지 여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이번 국무부의 답변은 미북 관계가 사실상 단절된 상태에서도 법원 관련 문건 전달 통로는 열려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이번에 국무부가 북한에 전달한 문건의 정확한 종류와 전달 경로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전례로 볼 때 뉴욕 유엔주재 북한대표부를 통한 외교공한 방식으로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3월 미 국무부는 뉴욕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에 김동식 목사 납치 사건과 관련한 법원의 수정 판결문과 궐석판결 통지서를 전달했습니다.
김동식 목사는 2000년 중국에서 탈북민을 돕던 중 북한 공작원들에게 납치된 뒤 북한으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으며, 유족들은 미국 법원에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 판결을 받았습니다.
당시 국무부는 법원 측에 외교공한을 통해 해당 문건을 북한대표부에 전달했으며, 해외시민서비스국 관계자는 외교공한이 3월 26일 북한대표부에 전달됐다고 인증했습니다.
북한을 상대로 한 미국 내 소송에서는 법원 문건을 어떻게 북한에 전달할지가 중요한 절차적 문제로 꼽힙니다.
북한은 국제적인 법원 문건 송달 체계가 제한적이고 미국과 외교관계도 없는 만큼, 일반적인 국제 송달 방식으로 소송 서류를 전달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국제우편 서비스 DHL을 통해 북한 외무성으로 법원 문건을 보낸 사례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DHL이 유엔 업무나 외교 목적이 아닌 북한행 우편물은 취급하지 않으면서 그 방법이 막혔고, 최근에는 북한행 운송 서비스 자체를 무기한 중단한 사실이 최근 법원 문건을 통해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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