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법원이 중동 등지에서 발생한 7건의 테러 공격으로 피해를 입은 미군 장병과 민간인 군무원, 그 가족들에게 북한과 이란 정권이 약 4억 8천만 달러를 공동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북한이 하마스와 헤즈볼라 등 테러 조직들에게 무기와 군사 훈련, 땅굴 기술을 제공한 물질적 지원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단독으로 보도합니다.
미국 버지니아 동부 연방법원이 북한과 이란을 상대로 미국인 47명이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레오니 브링케마 연방법원 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인 북한과 이란은 원고들이 입은 피해에 대해 연대 책임(jointly and severally liable)이 있다”며 배상금 총 4억 8천667만 5천340달러를 지급하라고 명령했습니다.
구체적인 배상액은 정신적, 육체적 고통에 따른 위자료와 위로금 2억 3천520만 달러, 피해자들의 소득 손실에 따른 경제적 피해액 813만 7천670달러 등 보상적 손해배상금 2억 4천333만 7천670달러입니다.
여기에 재판부는 보상적 손해배상액과 동일한 액수인 2억 4천333만 7천670달러를 징벌적 손해배상금(Punitive Damages)으로 추가 책정했습니다.
앞서 지난 2019년부터 2023년 사이 이라크와 시리아, 케냐에서 발생한 테러 공격과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사망하거나 부상당한 미군 장병, 민간인 직원, 유가족 등은 지난해 4월 북한과 이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고 측은 소장에서 북한과 이란 정권이 이른바 ‘저항의 축(Axis of Resistance)’ 테러 단체들에게 무기와 훈련 등 물질적 지원을 제공해 반미 테러 공격을 지원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북한 정찰총국(RGB) 등이 헤즈볼라와 하마스에 로켓 추진 유탄(RPG)과 미사일 부품을 공급하고 정교한 지하 공격용 땅굴 건설 기술과 군사 전술을 전수했다고 적시했습니다.
브링케마 판사는 27쪽에 달하는 판결 의견문(Memorandum Opinion)을 통해 소장에 담긴 구체적 근거들이 “피고들이 각 공격을 가능하게 한 ‘물질적 지원 혹은 자원’을 설명함으로써 비사법적 살해와 공격의 배후에 피고들이 있었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고 밝혔습니다.
손해배상 판단과 관련해서는 “이란과 북한이 해당 테러 단체들에 제공한 물질적 지원은 원고들과 그 가족들에게 사망과 부상이라는 결과를 초래할 합리적 확실성과 의도된 결과였음을 충분히 보여준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사망한 피해자의 유가족들에게 250만 달러에서 최대 1천만 달러의 위자료를 인정했으며, 신체적 부상과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뇌 손상 등을 겪고 있는 생존 피해자들에게는 각각 500만 달러에서 최대 700만 달러의 위자료를 책정했습니다. 또한 부상으로 노동 능력을 상실한 5명의 피해자에게는 수십만에서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액을 개별 인정했습니다.
법원은 앞서 소송 서류를 미국 뉴욕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와 스위스 외무부 외교 경로를 통해 평양과 테헤란에 각각 전달했으나, 북한과 이란 양측 모두 법적 대응을 하지 않아 답변 기한 경과에 따른 궐석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미국 연방법은 외국 정부를 상대로 한 민사 소송을 원칙적으로 금지하지만, '외국주권면제법(FSIA)'에 따라 미국 국무부가 지정한 테러지원국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손해배상 청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1988년 테러지원국으로 최초 지정된 뒤 2008년 해제됐지만, 2017년 11월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재지정돼 현재까지 테러지원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북한이나 이란 정권이 미국 법원의 판결에 따라 자발적으로 배상금을 지급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승소 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은 미국 법무부가 제재 위반 자금 등으로 운영하는 '미국 테러지원국 피해기금(USVSST Fund)'을 통해 배상금 일부를 수령할 수 있습니다.
또 과거 북한으로 여행을 갔다가 장기간 억류된 뒤 혼수상태로 돌아와 사망한 오토 웜비어 씨의 유족 등의 사례처럼, 피해자들은 이번 최종 판결을 바탕으로 미국과 해외 금융기관에 묶여 있는 북한과 이란 정부의 동결 자산, 불법 자금 등을 찾아내 배상금을 회수하는 방안도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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