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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법원 대북 소송, 억류·피살 사건 넘어 해외 활동으로 확대

지난 2023년 12월 이스라엘 군이 VOA에 하마스로부터 압류한 북한 무기들을 공개했다.
지난 2023년 12월 이스라엘 군이 VOA에 하마스로부터 압류한 북한 무기들을 공개했다.

Summary

  • 미국 법원에서 북한을 상대로 제기되는 소송이 북한에 의해 피해를 입은 미국인들과 관련된 사건을 넘어 다양한 유형의 사건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 과거 북한을 상대로 한 소송은 주로 북한에 억류되거나 북한에 의해 사망한 미국인 본인이나 그 가족들이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북한이 해외에 제공한 무기와 군사 지원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개인과 기업, 그리고 북한의 사이버 공격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북한에 법적 책임을 묻기 시작했습니다.

우크라이나군에서 복무하던 안드리 라초크는 2024년 2월 러시아의 공격으로 사망했습니다. 2026년 1월 2일, 라초크의 가족 가운데 미국 시민권자인 4명이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북한과 러시아, 이란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고들은 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한 박격포가 라초크가 숨진 전투에서 사용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북한이 러시아에 1천200만 발 이상의 포탄을 제공했으며, 여기에는 박격포탄도 포함된다는 공개 자료를 제시했습니다.

이 사건이 주목되는 이유는 원고들이 북한에 의해 직접 억류되거나 공격을 받은 미국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대신 가족들은 북한이 다른 나라에 제공한 군사 지원으로 인해 해외에서 발생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에 대해 북한의 책임을 묻고 있습니다.

중동에서 발생한 공격과 관련해서도 유사한 소송들이 제기됐습니다.

지난 9월 버지니아 동부 연방법원은 이라크와 시리아, 케냐, 이스라엘에서 발생한 7건의 테러 공격으로 피해를 입은 피해자와 가족 등 미국인 47명이 제기한 소송에서 북한과 이란에 약 4억8천667만 달러의 배상을 명령했습니다.

법원은 북한이 하마스와 헤즈볼라에 무기와 군사 훈련, 터널 건설 지원을 제공했다는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였으며, 이 같은 물질적 지원과 그로 인해 발생한 피해 사이에 법적인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중동에서의 북한의 군사 활동을 연구해 온 브루스 벡톨 앤젤로주립대학교 교수는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무기를 이전한 데 대해서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그런 물자를 이란에 판매했을 뿐만 아니라, 그 무기 가운데 적어도 일부가 테러단체로 확산돼 사용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이란에 판매했다”는 것입니다.

벡톨 교수는 이어 “그렇기 때문에 북한에도 책임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중동 관련 소송에서는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피해를 입은 피해자와 가족들이 지난 7월 북한과 이란, 시리아를 상대로 궐석판결을 내려달라는 신청을 법원에 냈습니다.

원고들은 북한이 하마스에 무기와 군사 훈련, 무기 제조 기술을 제공했으며, 가자지구 내 군사 터널 건설을 지원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당시 원고 측 변호사인 크로웰 앤드 모링 LLP의 파트너 아리예 S. 포트노이는 피해자들이 법정에서 자신들이 겪은 일과 테러범들 및 이들을 후원한 국가들이 초래한 막대한 피해에 대해 직접 이야기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소송의 원고도 개인과 가족을 넘어 확대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비트는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북한 정부와 북한 정찰총국, 그리고 북한과 연계된 라자루스 그룹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바이비트는 2025년 2월 발생한 해킹으로 도난당한 약 15억 달러 상당의 가상화폐를 되찾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후 법원은 도난 자산의 이전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했습니다.

VOA가 미국 법원에 공개된 판결문을 검토한 결과, 미국 법원은 북한을 상대로 제기된 소송에서 북한에 지급하라고 명령한 손해배상액이 지금까지 약 5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가운데 12억 달러 이상은 지난 1년여 동안 선고된 사건에서 결정된 금액입니다.

이 가운데 상당수 소송은 외국주권면제법(FSIA)에 따라 제기됐습니다.

미국 법은 일반적으로 외국 정부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국가에 대해서는 예외를 두고 있으며, 일정한 법적 요건을 충족할 경우 피해자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2008년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됐지만, 2017년 다시 지정됐습니다.

그러나 미국 법원에서 손해배상 판결을 받아내는 것과 실제로 돈을 받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북한은 이 같은 판결에 따른 배상금을 자발적으로 지급하지 않기 때문에, 원고들은 미국이나 해외에 있는 북한 연계 자산을 찾아내고 해당 자산에 대해 판결을 집행해야 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북한에 억류됐다가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입니다.

웜비어의 부모는 2018년 북한을 상대로 5억 달러가 조금 넘는 손해배상 판결을 받아냈으며, 이후 판결을 집행하기 위해 북한과 연계된 동결 자산을 찾아왔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웜비어의 부모가 뉴욕주 재무감사관실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약 242만6천 달러의 동결 자산을 자신들에게 넘겨달라고 법원에 요청했습니다.

법원은 이 자금이 이란의 세파은행 소유였으며, 자금이 동결될 당시 세파은행이 북한의 기관 또는 기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법원은 해당 자금에 대한 집행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웜비어의 부모는 판결에 따른 배상을 위해 이 돈을 자신들에게 넘겨달라고 법원에 요청했습니다.

지난 6월에는 미국 법원이 동결된 자산 1천713만 달러를 웜비어의 부모에게 지급하도록 명령하기도 했습니다.

이 자금은 파키스탄의 핵 과학자 압둘 카디르 칸, 일명 A.Q. 칸의 핵 확산 네트워크와 연계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웜비어의 부모는 이 자금이 북한으로 흘러들어갔다고 주장하며 반환을 요구했습니다.

법원은 A.Q. 칸 네트워크가 북한의 대리인 역할을 했으며, 해당 자금을 이전한 주체였다고 판단했습니다.

웜비어 가족이 회수를 추진하고 있는 자산은 북한 정부 명의로 직접 보유된 자금에서 북한의 핵 확산 활동과 연계된 해외 자산으로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2019년 12월 의회가 오토 웜비어의 이름을 딴 대북 제재 법안을 통과시켰을 당시, 웜비어의 어머니 신디 웜비어 씨는 기자회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제가 북한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늘 같습니다. 사람은 중요합니다. 오토는 중요합니다. 우리는 북한이 우리 아들을 잊도록 절대 내버려 두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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