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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정부, 불법 이주자 ‘신속 추방’ 규정 발표…상원, 항공 안전·소비자 보호 강화 법안 처리


한 중남미 이주자가 어린 자녀들을 동반한 채 미 남부 텍사스주 엘파소의 국경을 넘어오고 있다. (자료사진)
한 중남미 이주자가 어린 자녀들을 동반한 채 미 남부 텍사스주 엘파소의 국경을 넘어오고 있다. (자료사진)

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미국 정부가 국가 안보에 위험이 되는 불법 이주자를 신속하게 추방하는 내용의 새로운 망명 규칙을 발표했습니다. 연방 상원이 항공 안전과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항공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어서 미국 아이비리그 명문 사립대인 코넬대학교의 마사 폴락 총장이 사임하기로 했다는 소식, 전해 드립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입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새로운 망명 규칙을 공개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앞으로 멕시코와 맞닿은 미 남부 국경을 불법으로 넘어온 망명 신청자들이 국가 안보에 위험이 된다고 판단될 경우 신속하게 추방될 수 있습니다. 국토안보부는 9일 ‘보안 강화, 망명 수속 간소화를 위해 제안된 규칙과 기타 조처’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정부의 새로운 망명 규칙을 발표했습니다.

진행자) 정부 발표 내용 자세히 볼까요?

기자) 네, 새 규칙에 따르면, 이민 담당 관리들은 테러와 관련되거나 심각한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불법 이주자의 망명 신청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또한, 미국의 안보에 위험이 된다고 판단할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사람과 공공의 안전에 위협을 가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사람에 대해서도 망명 신청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망명 불허가 단 며칠 만에 결정된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하겠습니다.

진행자) 기존에 망명 허용 결정은 얼마나 걸리나요?

기자) 국가 안보나 공공 안전에 위험이 될 것으로 보이는 불법 이주자는 구금 상태로 있다가 이민 법원에 가서 이민 판사가 망명 허용 여부를 결정 내리는데요. 이런 과정이 수년이 걸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규칙은 망명에 적합하지 않다는 증거가 있는 경우, 불법 이주자를 면담한 담당 관리가 바로 망명 신청을 거부할 수 있도록 허용합니다.

진행자) 정부가 왜 이런 조처를 내놓은 걸까요?

기자) 미국에 위협을 가하는 불법 이주자들을 신속하게 추방함으로써 국가 안보를 강화한다는 설명입니다.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은 보도 자료에서 “우리가 오늘 발표한 규칙은 안보 위험을 초래하고 미국에 남을 법적 근거가 없는 사람들을 더 신속하게 식별하고 추방함으로써 미국 대중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우리의 지속적인 노력의 또 다른 단계”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우리는 계속해서 조치를 취할 것이지만, 근본적으로 모든 사람이 동의하는, 망가진 이민 시스템을 고칠 수 있는 것은 오직 의회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바이든 행정부 들어 남부 국경을 넘는 불법 이주자 수가 크게 늘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이번 회계연도가 시작된 지난 2023년 10월 1일부터 올해 3월 31일까지 불법으로 국경을 넘다 적발된 사람은 약 100만 명에 달합니다. 국토안보부는 새로운 정부의 규칙이 얼마나 많은 망명 신청자에게 적용될지 추정치를 내놓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국토안보부 관계자는 기자들과의 통화에서 “이 규정이 다수의 사람에게 적용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지만, 우리가 가장 우려하는 사람들에게는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연간 수천 명의 망명 신청자에게 새 규정이 적용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이민 문제는 오는 11월에 있을 대선을 앞두고 최대 쟁점 가운데 하나로 떠오른 사안이기도 하죠?

기자) 그렇습니다. 11월 재선을 노리는 바이든 대통령은 4년 전 취임 당시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비해 인도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전임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강경한 이민정책을 시행했는데요. 가령 미국 망명을 신청한 사람들이 법원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국경 밖에서 대기하도록 하는 일명 '멕시코 잔류 정책'을 시행하기도 했고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명분으로 불법 이주민을 즉시 추방하도록 한 '타이틀42' 정책을 시행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첫날부터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정책을 대부분 중단하는 행정명령을 내놓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그런데 행정부의 이런 개방적인 이민 정책에 많은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시행한 정책으로 불법 이주자들이 미국 국경으로 몰려들게 되면서 결국 국경 위기가 초래됐다는 비판이었습니다. 남부 국경 상황이 갈수록 심각해지자 바이든 행정부도 최근 들어 국경 보안에 있어 강경한 접근 방식을 보여 왔습니다.

진행자) 바이든 대통령이 국경을 차단하는 조처도 언급했다고요?

기자) 네, 바이든 대통령은 국경 통제 강화를 위한 행정 조치를 검토하는 한편, 의회에 긴급 안보 예산을 요청했습니다.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과 함께 남부 국경 관리 예산이 들어간 법안이었는데요. 여기엔 밀입국 이주민 수가 일정 이상이 되면 국경을 폐쇄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었습니다. 하지만, 공화당이 협상에 반대하면서 법안은 의회를 통과하지 못했고요. 결국 해외 안보 지원안만 최근 의회를 통과했습니다.

진행자) 공화당은 국경 보안 강화를 요구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왜 바이든 대통령의 요청을 거부한 걸까요?

기자) 오는 11월 대선까지 남부 국경 문제를 해결하지 않겠다는 의지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앞서 국경 법안을 지지하지 말라고 공화당 의원들을 압박했는데요. 바로 이 이민 문제를 무기로 삼아 바이든 대통령을 공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바이든 대통령은 입법을 우회해 대통령 권한으로 할 수 있는 이민 관련 규제에 나서고 있는 겁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에게 미 남부 국경을 폐쇄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하지만 입법이 없이는 자신이 그런 권한이 있는지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최근 남부 국경 현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최근 몇 달 동안 남부 국경에서 적발되는 불법 이주자 수는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작년 12월에는 적발 건수가 25만 건에 달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는데요. 이후 매달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달 적발 건수가 공식적으로 나오진 않았지만, 약 12만 9천 건에서 13만 건 정도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진행자) 이민정책에 대한 유권자들의 생각은 어떤지 보고 갈까요?

기자) 로이터-입소스가 지난달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인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제 1위는 극단주의, 2위는 경제 그리고 3위가 이민 문제로 유권자 17%가 이민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한편 지난 2월 갤럽조사에서는 미국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로 이민 문제를 꼽은 응답자가 28%로 가장 많았는데요. 갤럽 조사에서 이민이 가장 중요한 문제로 꼽힌 것은 지난 2019년 이후 처음입니다.

아메리칸 항공 조종사들이 이륙 전 점검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아메리칸 항공 조종사들이 이륙 전 점검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입니다. 미 연방 상원에서 항공 안전과 관련한 법안이 처리됐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 상원이 9일 항공 안전과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법안은 총 1천50억 달러 규모의 5개년 법안으로 연방항공청(FAA)을 재승인하는 내용도 담고 있습니다.

진행자) 새 법안이 아주 극적으로 통과된 거라고요?

기자) 네, FAA 관련 법안의 만료 시한이 10일인데요. 하루 전에 상원에서 법안이 통과된 겁니다. 상원에서 88-4,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된 법안은 이제 하원으로 넘어갔습니다. 하원은 다음 주 안에 법안을 처리할 예정입니다. 상원은 하원이 법안을 통과시킬 시간을 주기 위해 기존 법을 1주 연장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데요. 하원에서는 기존 법을 1주 연장하는 법안이 이미 통과했습니다.

진행자) 상원을 통과한 법안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볼까요?

기자) 이 법안은 항공 교통 관제사의 수를 늘리고 활주로에서 비행기 간의 충돌을 막기 위해 첨단 기술을 도입할 것을 FAA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 항공기 조종석의 음성 녹음도 기존 2시간에서 25시간으로 늘려 사고가 발생했을 때 수사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한편, 최근 몇 년간 의회에서 조종사의 정년을 65세에서 67세로 올리는 방안이 논의됐지만, 이번 법안에 조종사 정년 연장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법안이 이렇게 항공 안전을 도모하는 내용도 있지만, 항공기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을 보호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고요?

기자) 네, 항공편이 지연될 경우 항공사는 탑승객에게 비용을 환불해야 하고요. 가족이 함께 앉을 때 추가 요금을 부과하는 것도 금지합니다. 또한, 소비자보호법을 위반하는 항공사에 대한 벌금을 건당 2만5천 달러에서 7만5천 달러로 최대 3배까지 늘리는 내용도 담고 있고요. 소비자가 다양한 항공사의 좌석 크기를 비교할 수 있도록 FAA가 ‘대시보드’, 즉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표를 제공해야 합니다.

진행자) 의회가 이렇게 안전과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법안을 마련하게 되는 계기가 있었다고요?

기자) FAA는 지난 2018년과 2019년 두 차례 보잉 제트여객기들이 대형 인명 사고를 낸 뒤 집중 조사를 받아왔습니다. 의회에서는 FAA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는데요. 최근에도 여객기 문이 뜯겨 나가는 등 항공사의 안전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죠. 새 법안은 향후 5년 동안 FAA 운영을 관리, 감독하는 한편, 새로운 안전 기준을 마련하게 됩니다.

진행자) 그런데 만약 상원이 기존 법의 연장에 실패하고 또 하원에서 새 법에 대한 논의가 불발되면 어떻게 됩니까?

진행자) FAA 직원 3천600명이 10일 자정부터 '무급강제휴가(furlough)'에 들어가게 됩니다. 또 FAA는 공항 사용 요금도 징수할 수 없게 되고, 현재 진행 중인 여러 공항 개선 공사도 중단됩니다. FAA는 하지만 관제사 업무와 같은 ‘안전에 필수적인’ 업무는 법률 시한에 상관없이 운영되기 때문에 항공 여행을 하는 이용객들이 위험에 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 아이비리그 명문 사립대인 코넬대학교의 마사 폴락 총장이 오는 6월 사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뉴욕 이타카에 있는 코넬대학.(자료사진)
미국 아이비리그 명문 사립대인 코넬대학교의 마사 폴락 총장이 오는 6월 사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뉴욕 이타카에 있는 코넬대학.(자료사진)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 마지막 소식입니다. 코넬대학교 총장이 사임한다고요?

기자) 코넬대학교의 마사 폴락 총장이 사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폴락 총장은 9일 성명을 통해 지난달 17일로 총장직을 맡은 지 7년이 됐다면서 올해가 총장으로서 마지막 해가 될 것이며 오는 6월 30일 퇴임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성명에서 본인이 밝힌 퇴임 사유는 무엇인가요?

기자) 폴락 총장은 자신의 결정에 관해 많은 추측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명확하게 밝힌다면서 이번 결정은 혼자만의 결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고등교육이 여러 방면에서 공격을 받고 있으며, 우리의 핵심 가치는 엄청난 압력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그 압력이 최근 미국 대학가에서 벌어진 친팔레스타인 반전 시위와 반유대주의를 말한 걸까요?

기자) 네, 폴락 총장은 우리가 불쾌하게 여길 수 있는 생각에도 표현의 자유는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최근의 사건들은 유대인과 이스라엘 학생들은 물론 아랍, 팔레스타인, 무슬림 학생들을 포함한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줬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코넬대학에선 최근에 어떤 일이 있었나요?

기자) 코넬대학교도 최근 미국 대학에서 문제가 된 반유대주의 논란을 피해가지 못했습니다. 역사학과 러셀 릭포드 교수는 지난해 10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선제공격한 것을 두고 짜릿한 사건이라고 표현해 물의를 빚었습니다. 릭포드 교수는 이후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유대인, 팔레스타인인들의 억압에 맞선 저항을 강조하려다 끔찍한 단어를 사용한 데 대해 사과한다고 말을 하긴 했습니다. 또 패트릭 다이라는 학생은 캠퍼스 안에서 유대인 학생들을 총으로 쏘겠다고 협박하는 내용의 글을 온라인에 올린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진행자) 역시 캠퍼스 내의 반유대주의가 문제였군요.

기자) 코넬대학교 로스쿨 윌리엄 제이콥슨 교수는 캠퍼스에서 반이스라엘 학생들이 확성기를 들고 학교 건물을 행진하고 유대인에 대한 대량 학살 구호를 외치는 매우 공격적인 시위가 있었다면서, 폴락 총장이 반유대주의에 엄청난 압력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대학이 캠퍼스에서 반유대주의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심각한 비판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지난 몇 주 동안 미국 대학에선 정말 여러 가지 일이 있었죠.

기자) 네, 처음에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을 반대하는 시위가 미국 대학 곳곳에서 열렸습니다. 이후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대는 캠퍼스에 텐트를 치고 농성을 했고요. 친팔레스타인 시위대와 친이스라엘 시위대가 충돌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또 일부 대학에서는 경찰력이 투입돼 텐트를 강제 철거하고 시위대를 체포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가자지구 전쟁 이후 아이비리그 대학 총장이 사퇴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죠?

기자) 그렇습니다. 반유대주의 논란으로 아이비리그 대학 총장이 사퇴한 것은 하버드대와 펜실베이니아대 이후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앞서 하버드대학의 클로딘 게이 총장은 지난 1월 학내 반유대주의 확산을 방치한 것과 논문을 표절했다는 이유로 비판이 거세지자,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특히 하버드대학의 핵심 기부자이자 헤지펀드 거물인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의 압력이 크게 작용했다고 합니다. 비슷한 이유로 펜실베이니아대학의 엘리자베스 매길 총장도 사모펀드 부호인 마크 로언 씨의 압박에 결국 사임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진행자) 코넬대학에서도 이런 일이 있었나요?

기자) 앞서 말씀 드린 그런 사건 이후 교육 당국이 조사에 나섰고 일부 코넬대 졸업생들과 기부자들은 대학 이사회에 총장 해임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람이 기업가 존 린제스 씨인데요. 올해 1월 코넬대학교 이사회에 서한을 보내 총장 해임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면서 DEI교육을 중단하라고 촉구습니다. Diversity, Equity, Inclusion 의 약자인데요. 한국말로는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이라는 말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인종, 성별, 성적 지향이나 신념에 관계 없이 다양성을 존중하고 포용하자는 건데요. 역차별을 가져오고 능력주의에 반한다는 비판도 받고 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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