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UNCMAC) 부비서장을 역임한 마이클 보색 ‘팔리정책 이니셔티브(Parley Policy Initiative)’ 소장은 북한의 지뢰 매설로 인한 비무장지대 내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해 군사분계선 주변에 지뢰 매설 금지 완충지대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또 군사분계선(MDL)에서 50m를 완충지대로 설정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북한과의 실무 차원 소통이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조진우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한국 정부는 지난 9월 21일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폭발이 북한의 지뢰 때문에 일어났다고 공식 결론을 내렸습니다. 유엔군사령부는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밝혔는데요. 이번 판단은 얼마나 중요한 의미가 있으며, 실제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요?
보색 소장) 한반도에서 안보 사건이 발생했을 때 정전협정이 어떤 대응 수단을 제공하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전협정은 사건의 심각성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협정에는 사건이 얼마나 심각한지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는 여러 조항이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번 사건을 정전협정 위반으로 규정하고, 군사분계선(MDL) 남쪽에 북한 지뢰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지금까지 공개된 사진과 설명을 보면, 저는 북한이 2024년부터 추진해 온 국경 요새화 작업의 일환으로 군사분계선 남쪽에 지뢰를 매설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기자) 북한은 조사 결과를 부인하면서 강력 대응을 경고했습니다.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 근무 경험으로 볼 때, 북한이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유엔군사령부는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요?
보색 소장) 북한의 반응은 무엇보다 사과를 요구한 데 대한 대응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안의 정치적 측면에 반응한 것입니다. 북한도 비무장지대 안에서 현실적인 어려움이 발생한다는 점은 알고 있을 겁니다. 과거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UNCMAC)는 북한군 측과 소통하면서 비무장지대 내 위험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이번에도 위원회는 재발 방지 대책을 검토할 것입니다. 지금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는 두 가지라고 봅니다.
첫째, 군사분계선 위치에 관한 정보를 서로 대조하고 일치시키는 것입니다. 한반도의 모든 당사자가 경계선이 어디인지 정확히 알도록 해야 합니다. 두 번째로는 군사분계선 주변에 지뢰를 매설하지 않는 완충지대를 설정하는 것입니다.
중요한 문제는 북한이 이런 논의에 참여할 의사가 있느냐는 것입니다. 북한이 전면 부인한 것은 정치적 이유 때문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실무 차원에서 북한군에 메시지를 전달하고 특정 활동을 중단하도록 소통할 가능성은 여전히 있습니다.
기자) 한국은 제재와 군사적 조치를 포함한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군사적 긴장을 높이지 않으면서 북한에 책임을 묻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보색 소장) 한국이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이번 대응을 통해 무엇을 달성하려느냐’입니다. 목표가 북한을 처벌하는 것인지, 사과나 책임 인정을 받아내는 것인지, 아니면 향후 사건을 막기 위한 조치에 협력하도록 하는 것인지 분명히 해야 합니다.
한국 국방부와 외교부의 발표를 보면 북한이 이번 사건의 책임을 인정하도록 압박하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은 계속될 것입니다. 하지만 김정은 정권이 입장을 바꿔 자신들이 책임이 있다고 인정할 가능성은 낮다고 봅니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무엇을 달성할 수 있고, 어떤 방법으로 달성할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합니다.
저는 두 갈래 접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첫째, 유엔군사령부와 협력해 북한군 측과 실무 차원의 소통을 추진하고 구체적인 조치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 측이 먼저 행동에 나설 경우 북한 측이 이에 상응하여 조치할 수 있는 일방적 조치들을 살펴보는 것입니다.
기자) 북한은 지뢰를 매설하고 철책과 각종 구조물을 설치해 이른바 국경화 작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조치가 국경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십니까, 아니면 한국에 새로운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보색 소장) 북한의 국경 강화 작업은 최근 몇 년간 벌어진 일 가운데 가장 오해받고 있는 사안 중 하나일 수 있습니다. 전례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북한군이 인력을 동원해 이런 작업을 벌인 것은 1960년대 후반 이후 사실상 처음이며, 지금처럼 대규모로 진행한 적은 없었습니다.
2023년 12월 북한은 통일을 정책 목표로 삼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남북 관계의 모든 통로를 끊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국경 강화 작업은 실질적·정치적 측면에서 남북을 서로 분리하려는 조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이 직면한 과제 중 하나는 이에 어떻게 대응할지 정책을 결정하는 것입니다. 정치적 차원의 문제와 실무적 차원의 문제가 모두 있습니다.
저는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에서 일하면서 실무적인 문제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건설 작업이나 지뢰 매설 과정에서 북한군이 실수로 군사분계선을 넘지 않도록 하고, 그런 일을 막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 살펴보는 일이었습니다.
기자) 2019년부터 2025년 11월까지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에서 근무하셨는데요. 이번과 같은 사건을 조사하고 재발을 막는 데 정전협정 체계가 가진 가장 큰 한계나 어려움은 무엇입니까?
보색 소장) 어떤 사건이든 가장 큰 어려움은 현장에 접근하고 결론을 내리는 데 필요한 정보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실제 현장에 접근하기까지 며칠이 걸렸습니다. 조사 인력이 지뢰가 남아 있는 지역에 들어갔다가 추가로 다치는 상황을 피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유엔군사령부는 한국군과 협력해 현장을 확인할 수 있는 경로와 계획을 마련했습니다.
또 다른 어려움은 북한 측과 소통하는 것입니다. 북한이 책임을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조사 결과가 북한의 책임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면 북한은 조사에 협조하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 조사는 북한과의 협력 없이 진행될 수밖에 없습니다.
유엔군사령부는 과거 두 가지 방식으로 이런 문제에 대응했습니다. 첫째, 북한군 측에 우리가 무엇을 확인했는지 알리고 조사 결과에 관여하고 싶다면 관련 정보를 제공하거나 대화에 참여하라고 전달하는 것입니다.
둘째, 향후 협상의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도록 가능한 한 포괄적으로 조사하는 것입니다. 북한군이 참여하지 않더라도 일방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그런 조치는 북한이 상응 조치를 하도록 유도할 수도 있고, 북한의 협조 없이도 향후 사건의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기자) 북한군 당국자들과 직접 협의하신 경험이 있으신데요. 그런 대화를 통해 북한의 의사결정 방식과 압박에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배우셨습니까?
보색 소장) 북한과 일하면서 배운 점은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북한도 실무 차원의 소통과 협력이 필요한 사안이 있다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 여기서 소통이 반드시 대면 접촉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핫라인으로 문제를 전달하고 앞으로 같은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논의할 수도 있습니다. 북한도 이런 소통의 필요성 자체는 인정합니다. 다만 사안을 정치화하려 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두 번째 교훈으로 이어집니다. 사안이 정치화되는 순간 정치 지도부가 개입하고, 실무 담당자들이 문제를 논의하거나 소통할 여지가 사라집니다. 실무진은 원래도 상부의 승인을 받지만, 사안이 정치적 영역으로 넘어가면 계속 그 수준에 머물게 됩니다. 정치적 이견이나 사안 자체에 대한 부인이 계속되는 한 진전이 어렵습니다.
셋째, 북한은 상대가 보이는 행동에 상응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는 비무장지대에서 공사가 예정돼 있을 때, 특히 군사분계선 가까이에서 작업할 경우 북한 측에 미리 통보하기 시작했습니다. 북한도 이에 화답해 공사 일정을 통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오해나 오판을 줄이고 일부 사건을 예방할 수 있었습니다.
기자) 북한 어민 6명의 송환을 조율하는 데도 관여하신 걸로 압니다. 당시 송환이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이며, 그 경험에서 지금 비무장지대의 긴장을 완화하는 데 적용할 만한 교훈은 무엇일까요?
보색 소장) 그렇습니다. 북한 어민 6명을 송환할 때 어려웠던 점은 북한이 한국 정부와 협력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이들이 북쪽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필요한 협력을 이끌어 내는 데 큰 장벽이 있었습니다.
저희는 이들을 판문점을 통해 더 빨리 송환하는 방안을 원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측이 이를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또 2019년 비자발적 송환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북한 측의 동의 없이 이들을 넘겨주는 것도 허용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정치적 차원의 협력을 의미하지 않으면서도 실무적인 결과를 낼 수 있는 다른 경로를 찾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해상 송환이 이뤄졌습니다. 이 방식으로 북한 측에 정보를 전달하고, 북방한계선(NLL)에 북한 선박이 대기하도록 할 수 있었습니다. 해상을 통해 송환 대상 어민들을 북쪽으로 돌려보냄으로써 정치적 협력을 드러내지 않고 실무 차원에서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앞으로 또 다른 지뢰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것이 광범위한 군사적 충돌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한국과 유엔군사령부가 취해야 할 가장 중요한 조치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보색 소장) 제가 그 자리에 있다면 우선 군사분계선에 관한 자료를 서로 대조해 일치시키겠습니다. 물론 북한 측도 같은 자료를 갖도록 이 문제에 관해 소통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 정부와 유엔군사령부는 우선 서로 자료를 대조해 하나의 공통된 자료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 다음에는 그 자료를 온라인에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습니다. 그러면 북한은 해당 자료를 공식적으로 인정한다고 밝히지 않더라도, 유엔군사령부와 한국이 군사분계선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경계선을 넘는 일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다음 단계는 관련 규칙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군사분계선 주변에 지뢰 매설 금지 완충지대를 두는 방안을 검토해야 합니다. 우선 군사분계선에서 각각 50m를 완충지대로 설정하고 지뢰를 매설하지 않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하는 것도 적절한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한국군은 이미 이번 사건이 발생한 지역의 지뢰를 제거했습니다. 북한군 병력이 군사분계선을 넘었던 다른 지역에서도 지뢰를 제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군사분계선 주변에 지뢰 완충지대가 필요하다는 점을 계속 강조해야 합니다.
VOA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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