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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먼 부장관 동아시아 순방 "동맹 강화, 북 대화 복귀 촉구"…중국과의 대북협력 성과 없어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21일 도쿄에서 열린 미한일 외무차관 회담장에서 최종건 한국 외교부 1차관과 대화하고 있다.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21일 도쿄에서 열린 미한일 외무차관 회담장에서 최종건 한국 외교부 1차관과 대화하고 있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이 한국과 일본, 중국 방문을 통해 동맹 강화와 북한의 대화 복귀 촉구, 대중국 견제 등과 관련한 미국의 분명한 입장을 강조했습니다. 북한 문제에선 중국과의 협력을 강조했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셔먼 부장관은 약 일주일간 이뤄진 이번 동북아 순방을 통해 동맹 강화와 중국 견제, 북한 문제 등 다양한 역내 현안들을 다뤘습니다.

특히 북한 문제와 관련한 공개적인 발언도 몇 차례 나왔는데, 핵심은 한국과 일본 등 동맹과의 일치된 대응이 중요하다는 점과 미국이 대화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셔먼 부장관은 21일 도쿄에서 최종건 한국 외교부 1차관과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과 가진 제8차 미-한-일 외교차관 협의회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입장을 명확히 했습니다.

[녹취: 셔먼 부장관] “That close coordination sends a very critical message to North Korea, in that we are together and shoulder to shoulder in our approach to this policy. The United States has made it clear that we are ready to engage with North Korea. They know that.”

3국의 긴밀한 조율은 대북 정책에 대한 접근에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함께 한다는 점에서 북한에 매우 중요한 메시지를 보낸다는 겁니다.

이어 미국은 북한과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으며 북한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고, 셔먼 부장관은 강조했습니다.

셔먼 부장관은 한국에서 최종건 차관과 별도로 가진 회담에서도 북한과의 대화와 관여 노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재확인하고, 북한의 대화 복귀를 위해 조율된 외교적 노력을 지속하기로 했습니다.

23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약식 기자회견에 나선 셔먼 부장관입니다.

[녹취: 셔먼 부장관] "We are looking forward to a reliable, predictable, constructive way forward with the DPRK. We have offered to sit and dialogue with the North Koreans, and we are waiting to hear from them."

셔먼 부장관은 “우리는 북한과 신뢰할 수 있고 예측 가능하며 건설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북한에 대화를 제안했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셔먼 부장관은 일본과 한국 방문 기간 중 ‘공이 북한에 있다’는 기존 미국의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북한이 조속히 대화 테이블로 복귀하기를 촉구한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그 밖에 셔먼 부장관은 일본 방문 중에 일본인 납북자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를 강조했고, 실제로 20일 납북자 요코타 메구미와 다구치 야에코의 가족들을 도쿄의 주미 대사관저로 초대해 면담했습니다.

한국에선 북한 문제 외에도 미국의 대중 견제 분야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으며, 반도체와 5G 통신장비 등 핵심 기술의 공급망 강화에 대해서도 의견 교환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셔먼 부장관은 또 문재인 한국 대통령을 예방했고, 그 외에도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이인영 통일부 장관 등과도 면담하면서 최근 한반도 정세와 대북정책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방한 중인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22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한국 대통령을 예방했다.
방한 중인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22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한국 대통령을 예방했다.

최영삼 한국 외교부 대변인입니다.

[녹취: 최영삼 대변인] “오늘 접견에서 정의용 장관과 셔먼 부장관은 지난 한-미 정상회담 시 양국 정상이 확인했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 목표를 재확인하고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외교와 대화가 필수적이라는데 공감하면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견인하기 위해 한-미간 각급에서의 긴밀한 공조를 계속해 나간다는 원칙에 합의했습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은 26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셔먼 부장관의 동북아 순방을 전반적으로 성공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녹취: 매닝 연구원] “I think the Biden administration has prioritized reinvigorating alliances rebuilding confidence and trust in the US relationship, particularly with Japan and Korea. And so I think it's from what I read or heard of her talk, they seem to be somewhat success. I think for the Biden administration the US, Korea Japan, trilateral cooperation is one of the pillars of their North Korea policy. That's how they see it. And that's one thing she was trying to reinforce.”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을 활성화하고, 특히 일본, 한국과 신뢰를 재구축하는 노력을 해왔다는 점으로 셔먼 부장관이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매닝 연구원은 바이든 행정부에 있어 미-한-일 3각 공조는 대북 정책의 한 축이라며, 이는 셔먼 부장관이 강화하려 시도한 한 가지 일이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셔먼 부장관의 이번 순방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나라는 중국입니다.

앞서 셔먼 부장관은 첫 방문지인 일본에서 뒤늦게 중국 방문 일정을 확정해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후 국무부는 중국과의 경쟁관계 속에서도 북한 문제만큼은 협력할 사안이라는 점을 몇 차례 강조해, 북한 문제와 관련한 새로운 해법이 도출될 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렸습니다.

지난 22일 정례브리핑에 나선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입니다.

[녹취: 프라이스 대변인] “I think it's fair to say we're never going to have identical interests with the PRC. But North Korea, the DPRK is one of those areas where there is at least some alignment of interests.”

미국이 중국과 동일한 이해관계를 가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북한은 적어도 어느 정도 일치된 이해관계가 있는 분야 중 하나라는 겁니다.

25일 밤늦게 중국에 도착한 셔먼 부장관은 26일 오전 셰펑 중국 외교부 부부장과 회담했으며 오후에는 왕이 외교 부장과 만났습니다.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26일 톈진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했다.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26일 톈진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했다.

다만 북한 문제가 양국의 회동에서 비중 있게 다뤄지진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미 국무부가 공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두 나라는 홍콩과 신장 지역, 억류된 미국과 캐나다인 문제, 기후위기 등과 더불어 이란, 아프가니스탄, 미얀마(버마) 등 여러 역내 사안들과 함께 북한을 다뤘습니다.

또 내용면에서도 미국이 북한 문제 등 협력 분야에 대한 중국의 적극적인 지원은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은 현지시간 26일 정례브리핑에서 “협력은 상호 신뢰와 상호 이익, 건전한 양국 관계 분위기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이 중국의 이익을 침해하면서 중국과의 협력을 추구할 땐 (협력이) 이뤄질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을 포함한 일부 사안에서 협력 가능성을 내비친 미국의 입장과는 상반되는 발언이었습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이번 셔먼 부장관의 중국 방문은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성격보단 ‘탐색전’ 측면이 더 강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미한 정책국장입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I would say that it was good for her to go and reinforce existing US positions and to have those consultations. I don't think that it's going to be regarded as any kind of breakthrough trip. It's more of a relationship tending trip.”

미국의 기존 입장을 강화하고 관련 협의를 하는 게 셔먼 부장관의 방중 목적이었으며, 따라서 어떤 획기적인 사건을 위한 방문이 아니라 관계를 점검하는 차원의 방문으로 봐야 한다는 겁니다.

스나이더 국장은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셔먼 부장관 대신 북한 문제를 전문으로 다루는 성 김 대북특별대표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셔먼 부장관의 입장에선 기존 북한과 관련해 나온 미국의 입장을 반복하는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매닝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이 서로에 대한 신뢰가 ‘0’인 상황에서 셔먼 부장관은 양국간 악화된 분야를 점검해 보고, 이를 하나씩 다루는 방식으로 신뢰 관계를 다시 구축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매닝 연구원] “I think what Wendy Sherman is trying to do is to figure out, that downward spiral and then figure out issue by issue how we can rebuild trust…I think you should look at it as kind of exploratory, a first step towards trying to find some kind of framework first for a stable coexistence.”

매닝 연구원은 이번 방중의 성격을 “안정적인 공존을 위해 필요한 틀을 찾기 위한 일종의 탐구이자 첫걸음으로 봐야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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