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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한일 외교차관 북 핵 대응 삼각공조 재확인…셔먼 부장관, 북한에 대화 호응 촉구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오른쪽부터)과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 최종건 한국 외교부 1차관이 21일 도쿄에서 회담했다.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오른쪽부터)과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 최종건 한국 외교부 1차관이 21일 도쿄에서 회담했다.

미국과 한국, 일본 외교차관들이 북한 핵 문제 대응을 위한 삼각 공조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외교차관 협의를 정례화하기로 했습니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은 북한과의 대화에 대한 미국의 의지를 거듭 강조하면서 북한의 호응을 촉구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21일 도쿄에서 최종건 한국 외교부 1차관과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과 가진 제8차 미-한-일 외교차관 협의회가 끝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번 협의를 통해 이뤄진 3국 공조가 북한에 분명한 메시지를 줬다고 평가했습니다.

셔먼 부장관은 “세 나라의 긴밀한 협력은 북한에 미-한-일이 함께하고 있고 대북정책에 있어 연대하고 있다는 매우 중요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셔먼 부장관은 또 북한에 미국의 조건없는 대화 제안에 응할 것을 거듭 촉구했습니다.

그는 “미국은 북한과 관여할 준비가 돼 있고 그들도 그것을 알고 있다”며 “그들이 긍정적으로 반응하길 바라지만, 내 동료들에 따르자면 우리는 어느 정도 인내심을 발휘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셔먼 부장관은 북한의 반응을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겠지만, 너무 오래 걸리지 않기를 바란다는 취지로 2000년 10월 북한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의 방미 사례를 언급했습니다.

1999년 5월 셔먼 부장관은 당시 국무부 자문관 자격으로 윌리엄 페리 대북정책 조정관과 함께 방북했고, 그로부터 1년 5개월 뒤 조 제1부위원장의 방미가 이뤄졌습니다.

셔먼 부장관은 “이번에는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북한이 미국의 대화 제안에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거듭 원칙적인 입장을 확인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지금 북한과 대화를 갖고 있는 상황이라면 협상 방식이나 그 내용과 관련해서 보다 구체적인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지금은 북한이 전혀 움직이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미국이 먼저 구체적인 협상 방안이나 보상 방안을 꺼내는 것 자체가 북한에게 악용될 수 있다, 그런 우려를 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발표 내용도 공개적으로 많은 내용을 담기가 어려운 거죠.”

이번 세 나라 외교차관 협의회는 2017년 10월 이후 4년만에 열린 것으로, 셔먼 부장관의 순방을 계기로 이뤄졌습니다.

협의회에서 세 나라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웠던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당시 거의 열리지 않던 협의회를 정례화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세 나라 차관들은 미-한-일 협력의 유용성을 재확인하고 향후 정기적으로 만나 긴밀한 소통을 이어나가기로 했습니다.

최종건 차관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4년간 중단됐던 미-한-일 차관 협의의 재복원이라고 보면 된다”며 “앞으로 차관 협의가 세 나라 공조의 중요한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최 차관은 “협의회에서 북한 문제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며 “문제 인식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는 일치했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한반도 비핵화는 긴 게임이고 이를 위해선 미-한-일 전략적 공조가 중요하다고 본다”며 “바이든 정부가 외교에 방점을 두고 있는 만큼 북한이 반응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모리 차관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공조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결의 이행의 중요성도 재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모리 차관은 북한에 의한 일본 납치 문제에 대한 이해와 협력을 요청했고, 두 차관의 지지 표명이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세 나라 외교차관 협의회가 다음달 미-한 연합훈련을 앞둔 시점에 열려 북한의 도발 여부 등 상황 관리 차원에서도 의미 있는 협의라고 평가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3월 전반기 미-한 연합훈련 당시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당 부부장 명의의 경고담화를 낸 바 있습니다.

박원곤 교수입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지난 3월엔 비판담화로 끝났는데 과연 이번에도 그럴 것이냐 아니면 북한이 늘 그랬듯이 도발의 행위로 이어질 것이냐 매우 중요한 하나의 변곡점이지 않습니까. 현재 상황에서 올 연말까지 놓고 볼 때. 거기에 대해서 당연히 한-미-일은 서로 논의를 했을 것이다라고 판단이 되는 거죠.”

이번 협의회에선 또 중국에 대한 견제도 핵심 의제로 다뤄졌습니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세 차관은 규칙에 입각한 국제질서를 훼손하려는 모든 행위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동중국해의 현상 유지를 변화시키려는 어떠한 시도나 남중국해 등지에서의 항행의 자유를 포함한 국제법 존중을 약속했습니다.

이와 함께 타이완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도 강조했습니다.

과거사 문제 등으로 갈등하다가 최근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추진됐던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방일과 한-일 정상회담이 불발된 한-일 관계에 대한 언급도 있었습니다.

셔먼 부장관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최근 한-일 갈등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고 다만 미국은 역내에서 이들 두 나라보다 더 좋은 친구를 갖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전날 양자 협의를 가지면서 냉랭한 분위기를 연출했던 한-일 두 나라 차관들은 관계 개선 의지를 내비치는 발언을 했습니다.

최 차관은 “한-일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가진 양국 실무협의의 성과를 바탕으로 앞으로 지속해서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고 모리 차관은 “양국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회복시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셔먼 부장관은 21일 한국을 찾아 23일 미-한 외교차관 전략대화를 갖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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