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프란치스코 교황 "한반도 상황 특별한 관심 갖고 지켜보고 있어"


프란치스코 교황이 8일 바티칸에서 교황청 외교단을 향해 신년 연설을 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8일 바티칸에서 교황청 외교단을 향해 신년 연설을 하고 있다.

로마 가톨릭교회 수장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반도의 관계 악화 상황을 특별한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2018년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교황의 평양 방문을 요청한 이래 방북 성사 여부에 계속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8일 교황청 외교단을 상대로 한 신년 연설에서 한반도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프란치스코 교황](이탈리아 어) “I also follow with particular attention the deterioration of relations on the Korean Peninsula, which culminated in the destruction of the inter-Korean liaison office in Kaesong.”

교황은 세계 곳곳의 갈등과 분쟁을 언급하는 가운데 “한반도의 관계 악화에 대해서도 특별한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며 “개성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사건으로 관계 악화가 최고조에 달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교황은 이 밖에 미얀마 쿠데타 사건이 민주주의 진전을 가로막는다고 비판했고, 올해 시리아, 리비아, 레바논 등 중동 지역에 평화가 정착되길 기원했습니다.

교황은 미국과 러시아가 핵통제조약 ‘뉴스타트’를 5년 연장한 것을 환영하며 전 세계적으로 핵을 비롯한 군축 노력을 촉구했습니다.

[녹취: 프란치스코 교황](이탈리아 어) “Efforts in the area of disarmament and the non-proliferation of nuclear weapons that despite difficulties and reluctance must be intensified, should also be carried out with regard to chemical and conventional weapons.”

어떠한 어려움과 저항에도 불구하고 군축과 핵무기 비확산을 위한 노력이 강화되고 화학 무기와 재래식 무기가 감축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교황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어려움도 언급하며 “백신과 더불어 형제애와 희망이 오늘날 우리가 필요로 하는 치료제”라고 말했습니다.

2018년 이래 교황의 방북 가능성 거론돼

지난해 말 이탈리아 일간 ‘일 메사제로’는 코로나 사태 이후 교황의 해외 방문 후보 국가로 북한, 그리스, 키프로스, ‘아프리카의 뿔’ 지역, 이라크, 시리아 등을 꼽았습니다.

이 신문은 교황이 11월 임기를 마치고 돌아가는 이백만 주교황청 한국 대사를 접견했을 때 북한 방문 의사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언급했다고 전했습니다.

한국 언론도 이 대사가 접견 당시 교황에게 “북한을 방문해 주민들에게 축복을 내려 주시길 바란다”고 하자 교황이 “나도 가고 싶다”고 답했다고 전했습니다.

교황의 방북 가능성이 제기되기 시작한 것은 2018년 10월. 유럽 순방 중 교황청을 예방한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교황과의 만남에서 북한 방문을 요청하면서부터입니다.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은 당시 기자들에게 교황이 방북 의지를 밝혔다며, 북한이 이를 공식화하는 초청장을 보내길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한국 청와대도 프란치스코 교황이 “공식 초청장을 보내주면 좋겠다”고 답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교황의 방북은 성사되지 않았고,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유행한 이래 교황은 지난해 2월 이후 모든 해외 방문을 중단한 상황입니다.

지난 2014년 8월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명동성당에서 화해와 평화를 위한 미사를 집전했다.
지난 2014년 8월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명동성당에서 화해와 평화를 위한 미사를 집전했다.

교황, 한반도 평화 지지 여러 차례 밝혀

지난 2014년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반도 분단과 치유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9월에도 주한 교황청 대사를 통해 문 대통령에게 보낸 메세지에서 “한국 정부가 북한과의 평화와 화해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줄 것을 희망한다”고 언급하며 대한민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계속 기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2018년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평화를 강조하며 회담을 지지했고, 그 해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직전에도 “한반도와 전 세계의 평화로운 미래를 보장하는 바람직한 길을 개척해 나가는데 기여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습니다.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만났을 때도 “그런 의미 있는 행동이 한반도 뿐 아니라 전 세계의 평화로 나아가는 발걸음이 되길 기원하며 주인공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탄도 미사일 도발이 잦았던 2017년에는 “상황이 지나치게 고조됐다”며 제3국의 중재 역할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프란치스코 교황](이탈리아 어) “I will call them as I called leaders from different places to work on the path of diplomacy. There are mediators, many in the world, mediators that offer themselves like Norway for example..”

교황은 해외 순방을 마치고 바티칸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기자들에게 “외교적인 경로를 통해 문제의 해결 방안을 찾을 것을 곳곳의 지도자들에게 요구한다”며 노르웨이와 같은 국가들이 중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지난 4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첫 정상 통화에서 동북아 평화에 있어 교황과 협력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교황과의 전화 통화를 언급한 바이든 대통령에게 “저도 교황과 대화한 일이 있다”며 “교황이 동북아 평화와 안정, 기후변화 등을 걱정하셨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교황이 당신께서 직접 역할을 하실 수도 있다는 말씀도 하셨다”며 “교황과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문 대통령은 가톨릭 신자이며, 바이든 대통령도 개신교가 아닌 가톨릭 신자로써 존 F. 케네디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로 미국 대통령이 됐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XS
SM
MD
LG